변명은 하지만, 이제 변해야 한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을 일부 언론은 '한국, 두 토끼 다 잡은 올림픽'이라고 극찬하였다. 내 두 눈으로 미국 텔레비전 채널에서 올림픽을 다 보았기에 떠나온 조국이 새삼 자랑스럽다. 우리 두 늙은이는 재미있는 한국 비디오도 제쳐놓고 동계 올림픽 중계를 보았다.

특히 17살 어린 한국계 미국 소녀 클로이 킴 스노보드에서 최고 점수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한 소감은 잊을 수가 없다. 그는 "지금까지 나에게 인종차별적인 말을 한 사람들 앞에서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그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린 것이 참 속이 꽉 찬 것 같다.

그의 말을 듣고 있을 때 큰 손녀딸로부터 전화가 왔다. "할아버지 지금 텔레비전 보고 있냐"고 한다. 손녀 딸은 클로이 킴이 자랑스럽고, 자신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한다. 병원 전문 경영인이 목표인 손녀 딸은 자신의 남자 친구가 아이티에 치과 무료 봉사 겸 실습을 가는 길에 내가 경비를 보내준 것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올림픽 후 얼마 되지 않아 아침 산보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을 사람 두 분에게서 공교롭게도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너의 나라는 지금도 개고기를 먹느냐? 너도 먹어 보았느냐?" 는 등 나에게는 괴로운 질문이었다.

나도 텔레비전에서 네덜란드 스키선수가 시상식에서 "우리는 개를 사랑한다"고 말했고, 이 말이 문제가 되어 감독이 사과하는 것을 보았다. 그 선수는 세계인의 이목이 쏠린 올림픽에서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건드려 이슈화 하려고 단단히 마음 먹은 것 같다.

우리 이웃들도 그 장면을 보았다. 동물 애호가라는 그 스키선수는 한국 개농장 우리에 갇혀있던 개들을 입양도 해서 미국 신문에도 기사가 났다.

미국땅에서 이민생활을 하다보면 개고기와 관련해 난처한 질문을 누구나 한 두번은 받았을 것이다. 한국사람 대부분은 못 알아 들은 척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웃는 낯으로 얼버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할 말은 하고 사는 편이다.

우리 마을 사람들에게 나는 "2차대전때 불란서 여자들은 양키 담배 한 갑에 몸을 팔지 않았느냐, 그리고 6.25때 미군 포로들도 안 먹는 것이 없었다.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고 하였다. 먹을 것이 부족한 시대에 살아보고자 했던 행위가 없어지지 않고 아직 조금은 남아 있을 뿐이라는 뜻으로 한 말이다.

좀 젊었을 때는 미국 사람들과 보신탕 시비가 있을 때면 우스개 소리로 대꾸하기도 했다. "돈 많은 미국 남자는 동남아로, 돈 많은 미국 여자는 아프리카로 섹스 관광을 간다고 하는 데, 당신은 그런 관광도 못가고 나도 보신탕 먹으러 한국까지 갈 수 없다"고 하며 서로 웃었다. 일종의 ‘물타기’ 전략이다.

오래전에 어느 분이 '나는 이런 분과 친교를 맺고 산다'는 듯 그 분의 명함을 보여주었다. 명함으로 보아 대단한 분인 것 같았다. 그러나 한 저녁식사에서 그 분의 보신탕 애찬론은 정말 듣기가 힘들었다. 우리 부부는 저녁식사에 초대해 준 주인장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인사도 없이 슬며시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지금도 나이가 조금 든 한국사람들은 보신탕에 애착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고국에서는 옛날과는 달리 개를 애완견, 반려견으로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국가 및 국민 이미지를 고려해 보신탕 문화를 억제하려는 분위기이다. 소셜 네트워크로 지구 한 쪽의 일이 전세계에 순식간에 퍼질 수 있는 지금은 정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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