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와 양반 이수’

(올랜도) 송석춘 (독자) = 품앗이는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을 말한다. 미국땅에서는 ‘뮤추얼 어시스턴스(Mutual Assistance)’라고 하며 주로 시골 마을에 형성되어 왔다.

현대인들은 품앗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안다고 해도 품앗이를 공유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미국땅에 늦게 이민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 한인사회에서 품앗이가 잘 이뤄진다면 이곳에 정착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품앗이가 잘 이뤄지려면 양반 이수는 없어야 한다. 양반 이수란 말은 옛날 양반들이 오십 리쯤 되는 거리를 이십 리라고 하고, 이십 리 거리를 십 리라고 하는 것에서 나왔다. 거리를 재어 보거나 무슨 근거를 가지고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힘이 있는 양반 마음 내키는 대로 정해 버린 것을 뜻한다.

이렇게 한 것은 상인이나 인부들에게 등짐을 지우면서 임금을 깎아먹기 위해서였다. 말하자면 실히 오십리나 되는 거리에 짐을 옮겨 놓으라고 해놓고 이십 리 몫을 주기 위해서란 것이다.

한국 농어촌의 품앗이는 지금도 생존을 위한 중요한 생활 방편이다. 농어촌 만큼은 아니어도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품앗이는 보이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 가족이 30년 전에 마을에 이사왔을 때는 휴일이면 온 가족이 각자의 집 주위에 잔디를 깎고 정원을 가꾸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정원사에게 맡겨 버려 이같은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부분은 품앗이가 절대 필요한 곳이지만, 각 가정이 지불하는 일정 유지비로 관리한다.

우리 마을은 처음에는 유지비가 50불이었다가 지금은 129불로 뛰었다. 이 액수는 다른 마을보다 저렴한데도 일부 가정들은 그 마저도 내지 않는 지 지난해에는 집 등기등본 사본을 마을 이장에게 제출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이렇게 할 경우 집을 매매하면 마을 이장이 밀린 유지비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마을 유지비는 마을 공동체를 위해 품앗이를 돈으로 대신한 것이니 마을 유지비는 반드시 내고 살아야 한다.

일본, 한국, 미국땅에서 80평생을 살며 내 눈으로 보고 경험한 품앗이는 이러하다. 품앗이를 나누는 사람들이 서로 믿고 열심히 돕고 사는 곳에서는 평화와 화목이 있었으나, 남의 품앗이는 양반 이수로 하고 자신의 품앗이는 양반 품앗이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국 서로 불평하는 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양반 이수로 남을 부리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나는 이민 초기에 개인적으로 양반 이수를 경험한 적이 있다. 당시 이틀 동안 뜨거운 햇볕 아래서 힘든 품앗이를 했다. 그런데 정작 내가 품앗이가 필요하게 되어 여러번 연락을 취했으나 결국 단 몇시간도 품앗이를 받을 수 없었다.

어느 사회나 품앗이가 잘 지켜지고 양반 이수는 없어야 서로 화목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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