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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홍콩의 미국인 사업가가 사망하면서 처음 보고된 사스는 

몇 주만에 32개국으로 퍼졌다. 

순식간에 전 세계에서 8,40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0.9%가 사망했다. 

전 세계가 사스 공포에 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한국은 완벽에 가까운 예방대책으로 사스의 국내 유입을 완벽히 차단했다. 

국제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극찬을 받을 정도다.



중국발 사스가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갈 때 

뛰어난 초기 방역 능력으로 사스의 공포를 완벽하게 제압했던 한국이,

12년만에 ‘메르스 민폐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003년과 2015년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만약 여러분이 환자나 유사환자라면 

여러분의 불찰이 사랑하는 가족을 바로 전염시킨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는 사스 의심 환자를 10일간 격리할 수 있도록 조처하겠습니다. 

필요시 지체없이 동의해 주십시오.” 



2003년 4월 고건 당시 총리가 

범정부 차원의 사스 종합상황실을 출범시키면서 읽었던 ‘대국민담화’의 일부다. 

사스로 의심되는 국내 환자가 확진을 받기도 전이었다.



고건 총리를 수장으로 예방차원의 방역활동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당시 기록에 의하면 전국의 242개 보건소는 

사스 감염 위험지역에서 입국한 23만명에 대해 전화추적조사를 벌였고, 

5,400여대의 항공기와 1만 여척의 선박에 탔던 총 90만여명에 대해 철저한 검역을 실시했다.

복지부 예비비로 열감지기를 즉각 구입해 공항에 배치했고 

착륙한 비행기에서 승객을 내리지 못하게 한 뒤 일일히 체온을 쟀다.

말 그대로 ‘전쟁을 치르듯이’ 사스의 국내 유입을 막은 것.



그 결과 전 세계에서 8,422명이 사스에 감염되고 810여명이 숨졌지만

한국에서는 3명의 환자가 감염되는 데 그쳤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메르스 공포에 휩싸여 있다. 

시시각각으로 늘어나는 숫자는 그 자체로 공포다.

10일(수) 오전 자가 격리자는 3,000명을 넘어섰다. 

전날 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기하급수적인 증가다.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대응 수준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박 대통령이 메르스 환자 치료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은 건 지난 6월 5일. 

첫 확진 환자가 나온지 16일만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책본부의 사령탑을 맡은 건 메르스 발생 2주만의 일이고, 

‘메르스 범정부 대책’과 메르스 환자 경유병원 명단은 

확진환자가 64명이나 발생하고 이중 5명이 사망한 후에나 나왔다.



문제는 이 지경인데도 여전히 정부의 판단력이 떨어져 보인다는 데 있다. 

7일(일)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이 밝힌 대국민 담화는, 

12년 전 고건 총리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전문가들은 일반 독감수준으로 

적절한 격리가 이루어지고 개인위생 규칙만 잘 지키면 

사회적 확산 없는 통제가 가능한 질환으로 평가합니다. 

지나치게 과도한 걱정으로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



2003년과 2015년, 

아무리 살펴봐도 둘 사이에는 

국가의 수장이 바뀐 것 외에 크게 달라진 것을 발견할 수 없다.

메르스와 사스. 두 전염병이 보여준 차이가 실로 의미심장하다.



그나저나 은근슬쩍 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일단락 되고 있고, 

황교안 총리 후보자 검증은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의 탄저균 실험은 화두에서 사라져 버렸다. 

메르스 때문에 묻히는 게 너무 많다.




[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editor@newsnet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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