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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이다. 

간악한 일본이 조선을 병탐한 뒤 

우리 민족을 능욕했던 35년의 시간이 두 번 지나 

70년의 세월이 흘렀다. 



35년의 일제강점기동안 일본은 

엄청난 양의 ‘그들의 것’을 우리 강토에 심어놓았다.

창씨 개명을 통해 민족정신을 말살했고,

신사참배로 황국신민화를 강요했으며, 

한국역사교육을 폐기해 뿌리의식을 흐트러놓았다.



딱 두 배의 시간이 흘렀다. 

광복 이후 70년에 비하면 

35년의 일제치하는 

분명히 물리적으로 짧은 기간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들의 것’이 

우리 땅에 남아있다. 

35년간 그들이 심어놓은 것들을

70년이 지나도록 뽑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일본치하 35년은 우리 민족에게 

350년만큼이나 길고 무거운 족쇄를 채워놓았다.



가장 안타까운 것이 언어다. 

일본식 문화풍조가 사회 곳곳에 덕지 덕지 남아있지만

그 어떤 분야보다 

늘상 쓰는 말 속에 일본의 잔재가 많다는 점은

가슴 아픈 일이다.

일제에 의해 주검이 된 한글의 무덤 위에 

일본어는 근대문명의 고급언어라는 옷을 입고 

강제적으로 실시됐다. 

황국신민화 교육이나 창씨 개명, 

민족말살정책을 통한 식민지배도

결국 언어사멸을 통해서 극대화됐다.



일본어는 해방 후에도 

여전히 출세를 쫓는 이들이나 

공부 좀 했다는 이들에게

고급언어 대접을 받았다. 



‘단도직입(單刀直入)’이나

‘기라성(綺羅星)’같은 일본식 한자어들이 

유식한 체 하는 이들의 입 밖으로 나오면서 

한글은 ‘열등언어’로 평가절하됐다. 



조국은 해방됐으나 

언어는 여전히 식민시대를 이어간 셈이다.



단순히 일제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한국어에 일본식 한자어가  많은 것은 아니다. 

일본식 한자말이 한글 속에 일상화된 또 다른 이유는 

지식인들이 일본식 한자용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노견(路肩)’이다. 

영어의  ‘Road Shoulder’를 그대로 직역한 일본말이다.



1991년 10월, 국무회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낱말 하나를 수정했다. 

바로 ‘갓길’이다. 

그때만 해도 ‘노견(路肩)’이란 일본어가 쓰이고 있었고, 

정부는 ‘노견’을 한글로 다시 직역해

‘길어깨’란 요상한 단어를 유통하려던 참이었다.



그걸 막아낸 이가 이어령 당시 문화부 장관이다. 

그는 이 말이 일본말의 직수입판임을 지적하며

‘갓길’이라는 단어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갓길’처럼 고운 우리말을 만들어 살려 쓴 좋은 본보기도 있지만, 

우리 언어 속에는 뿌리깊이 각인된 일제의 찌꺼기가 더 많다. 



“오케바리”는 

‘결정’한다는 의미를 지닌 일본어 ‘おきまり(오키마리)’에서 온 것이고,

“싹스리”는 

소매치기를 뜻하는 ‘すり(쓰리)’에 어원을 두고 있다. 

꾸중을 뜻하는 쿠사리의 원뜻은 

쇠사슬이란 의미를 지닌 ‘くさり(쿠사리)’이고,

흔하게 쓰는 “삐까삐까” 또한 

일본어 ‘びかびか(비까비까)’에 기인한다. 



이 밖에 만땅(가득), 곤조(근성을 낮추는 말), 

다스(Dozen), 기스(흠집), 쇼부(승부), 

무대포(막무가내), 단도리(채비) 등도 

생활 속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일제의 잔재’다. 



조국을 떠나온 시간에 삶의 시계가 맞춰져 있다는 이민생활은

‘일제의 잔재 청소’에 나선 한국보다

아무래도 시대적 흐름에 뒤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언어 사용에 있어서도 

과거라는 족쇄에 매어 있을 수 밖에 없다. 



우리 2세들에게

습관화된 ‘언어 식민주의’를 물려줄 순 없다.

그래서 이민 1세들의

올바른 한글사용의 책임이 더 막중하다. 




[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editor@newsnet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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