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정치학의 창시자 타계..향년 88세

 

뉴스로=이재봉 칼럼니스트

 

 

지난 17일 출국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주일간의 강연일정을 잘 마치고 25일 귀국했습니다. 남캘리포니아 대학생들에겐 북미관계에 대해, 동포들에겐 트럼프와 한반도 그리고 중미관계와 한반도 중립화 등을 주제로 네 번이나 강연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앞에서 매일 열리는 박근혜 퇴진과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시위에 동참하기도 하고, 탄핵과 대선에 관심 많은 동포들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고요. 바빴지만 큰 보람을 맛보는 나날이었지요.

 

그런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獻身)해온 글렌 페이지 (Glenn Paige) 교수가 22일 타계했다는 비보를 로스앤젤레스를 떠나기 직전 이메일로 접했습니다. 1929년생으로 저를 몹시 아껴준 은사였지요. 저는 흔히 ‘평화학의 창시자’ 요한 갈퉁 (Johan Galtung) 교수의 애제자로 불리고 있는데, 갈퉁 교수보다 저에게 더 큰 사랑을 베풀어준 ‘비폭력 정치학의 창시자’입니다.

 

고교 시절 싸움을 자주 하며 ‘폭력 서클’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스무 살 땐 킥복싱 실력을 뽐내려고 하필 경찰서장 아들에게 주먹을 날렸다가 감방까지 다녀온 적이 있는 저를 비폭력주의자로 이끌어주었습니다. 남한의 비폭력사상가/혁명가 함석헌을 알려주었고, 1997년 남한으로 망명했던 북한의 비폭력학자/정치인 황장엽을 소개해주기도 했고요.

 

그에 관해 10여년 전 쓴 글의 한 부분을 아래에 덧붙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안청시 서울대 교수가 편집한 ≪비살생정치학과 지구평화운동≫ (집문당, 2004)에 “글렌 페이지의 비폭력정치론”이란 제목으로 실은 논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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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 교수는 1950-1952년 한국전쟁에 참여하여 미군포병 연락장교로 근무했었다. 이 경험을 계기로 1959년 미국의 한국참전 결정에 관해 정치학박사 학위논문을 썼다. 이는 1968년 ≪미국의 한국참전 결정 (The Korean Decision≫이라는 책으로 출판된 데 이어 한국과 일본에서 번역 출판되어 한국전쟁에 관한 연구서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페이지 교수는 1973-1974년 사이에 비폭력의 가치와 중요성을 깨닫고 한국전쟁에 관한 그의 저서를 다시 검토하였다. 만약 자신이 미국의 한국참전 결정을 비폭력적인 시각으로 분석했었다면 연구 결과가 어떻게 다르게 나왔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 것이었다. 이에 대한 고민으로 그는 1977년 “가치와 과학에 대하여: ‘미국의 한국 참전 결정’ 재론 (On Values and Science: The Korean Decision Reconsidered)”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저서에 대한 서평을 ≪미국정치학회보 (The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에 실었다. 어느 책에 대해 저자 자신이 스스로 비판적인 서평을 실은 것은 미국정치학회 역사상 최초였다. 이를 통해 그는 공개적으로 ‘폭력을 용인하는’ 정치학자로부터 비폭력 정치학자로의 변신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그 뒤부터 페이지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에 남북한의 국기를 걸어놓고 그 밑에는 “더 이상의 살인이 없기를 (No More Killing)!”이라는 글을 붙여놓고 있었다. 더 이상의 폭력이 일어나지 말아야 할 가장 절박한 장소로 한반도를 꼽은 것이다. 그리고 폭력이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남북한을 방문하며 학자들 및 운동가들과 비폭력에 관한 토론회를 가졌다.

 

한반도와 한민족에 대한 페이지 교수의 관심은 연구활동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예를 들어, 2003년 1월 내가 하와이를 방문했을 때 그는 자신의 차에 나를 태우고 다니면서 그 차가 한국산이라고 자랑하였다. 미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여했다가 정치학자가 되어 미국의 한국참전 결정을 폭력적 시각에서 분석했다는 ‘과오’를 ‘사죄’하듯 이렇게 한반도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사랑을 간직해온 것이다.....

 

글렌 페이지 교수의 비폭력정치론과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주장에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에 링크하는 전문을 읽어보시겠어요?

 

http://blog.daum.net/pbpm21/257

 

2017년 1월 27일, 오늘부터 시작된 설 연휴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시기 바라며, 이재봉 드림.

 

 

* ‘글로벌웹진’ 뉴스로칼럼 ‘이재봉의 평화세상’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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