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 이야기]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얽힌 이야기

1968년 1월 21일 밤.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하여 중무장한 무장공비 31명이 침투했다. 당시 유일하게 생포된 김신조는 “박정희의 목을 따러 왔다”고 말했다 한다.

1.21 사태 발생 이틀 뒤인 23일에는 새벽 한반도를 또다른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산 앞바다 공해상에서 정보 수집하던 미 해군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1.21 사태와 1.23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 시국 속에서 1968년 2월 1일 경부고속도로 착공식을 강행하였다. 야당의 경부고속도로 건설 강력 반대를 무시했음은 물론이다.

그 해 12월 어느 추운 밤에 나는 “경부고속도로는 왜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맞닥뜨린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소위 임관 다음 날부터 3년 넘게 근무한 부대에서 어느 날 공군본부 지원부대인 수송대대 정비 중대장으로 보직 발령이 났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아마 나같은 경우에도 해당될 것이다. 대위로 진급한후 겪은 일이다. 높으신 분들의 자리 싸움으로 인해 일개 대위가 자신도 모르게 끼어들게 된 경위를 실토할까 한다.

수원에 있는 나는 인사 명령도 없이 대방동에 있던 공군본부에 공군버스로 출퇴근 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자동차 학원에서 강의를 했다. 바로 이 즈음 한 수강생으로부터 경부고속도로 착공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12월 어느 추운날 자동차 학원 2층 강의실에는 연탄난로도 없었다. 북문 바로 옆에 있던 강의실은 더욱 추웠지만 그날 저녁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학원비도 내지 않은 채 도둑 강의를 듣는 사람이 많았다. 이중에는 특히 수원에 있던 몇몇 자동차정비 공장의 정비공들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위해 열심히 강의했다.

이때 한 수강생이 "대위님, 경부고속도로는 왜 만듭니까" 라고 질문했다. 당시 한국의 자동차 보유수는 군장비를 포함해 5만대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 2천만대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한 숫자이다.

질문을 받은 나는 서울에서 만든 수출품을 부산 부두까지 옮겨 놓는데 철도, 육상, 해상 이동 중 어느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시간적으로 효율적인지 따져보게 했다.

화물 수송에는 ‘상차’와 ‘하차’가 있다. 공장에서 화물을 자동차에 상차하여 고속도로를 이용해 부산 부두에서 하차하면 단 한번의 상하차가 필요할 뿐이다. 나는 질문자에게 당시의 국도와 지방 도로를 이용하면 부산 부두까지 가는데 수일이 걸린다는 사실을 주지시켜 주었다.

또 나는 미국의 예를 들며 1932년 대공황 당시 실직자들을 도로와 댐 건설 등에 투입하여 불황을 견디어 냈다고 말했다. "김신조는 대통령의 목을 따러 왔다고 했는데도 박 대통령은 사건 10일만에 예정대로 고속도로 착공식을 강행하였다"고 군인식의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나는 더욱 열을 내어 "박 대통령은 존슨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여 1965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를 설립했고 세계에 나가 있던 1000여명의 한국 과학자들을 반강제로 귀국하게 하여 '엽전은 이런 것도 못 만들어' 라는 말이 사라지게 했다"고 대통령의 업적을 선전했다. 게다가 그의 노력하는 모습에 최소한 인간이면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까지 덧붙였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하였다. 나는 한국이 잘 살 수 있는 언덕을 지키려면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는 배짱이 있는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도 그같은 지도자가 필요할 때이다.

  • |
  1. 송석춘.jpg (File Size:4.8KB/Download:41)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현실이 상상을 뛰어넘다 file

    그날이 오고 있다 남북정상의 단독대화     Newsroh=노창현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

    현실이 상상을 뛰어넘다
  • 극단은 극단을 부른다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59)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카스피 해가 남쪽으로 내달리다 이란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엘브르즈 산맥에 막혀 더는 나아가지 못하는 곳이 지금 내가 달리고 있는 카스피 해 연안이다. 거대한 엘브르즈 산맥은 카스피...

    극단은 극단을 부른다
  • 또다시 미주리로 file

    세 번째 출발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이번이 가장 떨린다. 아내도 이번이 제일 허전하다고 한다. 버스 정류장까지 차로 태워줬던 지난 두 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배웅도 하지 않았다. 아내가 지난 밤을 꼬박 샌 탓이다.   새벽 같이 일어나 딸 아이를 맨...

    또다시 미주리로
  • “항소합니다!” file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불의한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고난을 당하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동지 여러분!   드디어 오늘(17일) 1심 선고(宣告)가 내려졌고 내게는 더욱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여러분들의 염려...

    “항소합니다!”
  • 미주한인상공인대회 ‘유감’

        미주한인상공인대회 ‘유감’ - 보여주기와 보기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 editor@inewsnet.net     사람은 ‘보기’의 주체인 동시에 ‘보여주기’의 존재다. 두 개의 동공 안에 타인과 세상을 담아 보고, 타인의 동공에 비친 자아가 내면에 들어와 삶을 자극한다. 삶...

    미주한인상공인대회 ‘유감’
  • ‘력사와 역사?’ 김위원장의 방명록 file

    백두산서체와 연호표기 그리고 세븐     Newsroh=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2018. 4. 27’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 평화의 집에서 남긴 방명록(芳名錄)의 서체와 내용, 연호표기가 화제...

    ‘력사와 역사?’ 김위원장의 방명록
  • “선거연령 낮춰라” file

    조국의 내일을 지켜갈 사람들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선거연령을 낮추자고 하니,     친일 독재로 온갖 추악한 짓을 저지르고   더러운 재물을 긁어 모은 추잡한 것들이   쌍심지에 쌍지팡 그리고 쌍소리까지 들고 나와   지랄발광을 떨고 있다.     봐라, ...

    “선거연령 낮춰라”
  • 어떤 수녀님이 권한 책 한 권 file

    [종교칼럼] 작은 자의 감사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천주교 서점인 바오로딸을 드나들면서 서점에 근무하는 분과 가까워졌습니다. 비교적 자주 드나들게 되자 그 서점의 여직원이 제게 혹시 목사님이 아니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대답을 하였더니 성직...

    어떤 수녀님이 권한 책 한 권
  •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경쟁해야

    [경제칼럼] 사업자는 가치 창출에 노력하고 소비자에게 알려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우리 한인동포사회는 가격으로 경쟁하려는 관념에서 탈피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 경영대학교에서는 “가격”으로 경쟁을 하려하지 ...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경쟁해야
  • 전공선택과 직업 - 물리치료학

    대학에서 생물학, 생리학 전공 유리, 석사 마쳐야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필자의 친구 중에 장애로 태어난 자녀를 둔 사람이 있는데 근육 무력증이 있는 그 아이가 더 잘 활동하며 운동할 수 있도록 물리치료사가 여러가지 테크닉으로 테...

    전공선택과 직업 - 물리치료학
  • “이민 생활 44년, 결코 후회는 없다” file

    3D 취업이지만 앞만 보고 달렸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칼럼니스트) = 1974년 4월 16일은 우리 가족이 미국에 이민길에 올라 이곳 올랜도에 도착한 때이니 우리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나는 도착한 바로 다음날 취업된 공장을 찾아갔다. 그러나 공장 주인...

    “이민 생활 44년, 결코 후회는 없다”
  • 험난한 뉴욕 귀가길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뉴욕으로 돌아가는 중, 버스가 잠깐 정차한 사이 미주리 주 시골에서 한국 식당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는데 2세인지 한국말을 못 한다.         뉴욕에서 왔다니까 "나중에 밥 먹으러 와. 맛있어" 이 말은 한국어로 했다.    ...

    험난한 뉴욕 귀가길
  •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 file

    사순절 이야기 - 스물아홉 번째 편지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잠언 19:29 <심판은 거만한 자를 위하여 예비된 것이요 채찍은 어리석은 자의 등을 위하여 예비된 것이니라>     오후에 꼬맹이들을 집에 데려다 주려고 학교에 갔더니 핸드릭스 선생이 유치원에 ...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
  • 평화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 file

    빈무덤의 모국순례기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박승자 여사를 만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원래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 분이 기왕 상경하는 길이면 구미나 김천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연락했다. 성주 소성리 사드배치 현장에 있는데 자리를 비...

    평화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
  •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사랑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58)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이란으로 넘어오는 길은 길고도 험난했다. 그러니까 내말은 길이 멀고 험난했다는 것이 아니라 절차가 복잡하고 지난하였다는 말이다. 거기다 자동차 보험료를 한 달간 800 달러를 달라...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사랑
  • 핵실험 중단-핵실험장 폐기 선언한 북한, 뭘 노리나?

    [시류청론]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비동맹화’ 맞 바꾸겠다는 의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제7기 3차) 전원회의 결정서는 4월 21일부터 모든 탄도미사일 실험 중단과 풍계리 미사일 실험장 폐기, 핵무기 및 기술의 타국 불이...

    핵실험 중단-핵실험장 폐기 선언한 북한, 뭘 노리나?
  • 실패가 루저는 아니다 file

    미국 트럭킹 도전기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어제 잠자리에 들었다가 불현듯 생각이 났다. 나는 이미 메디컬 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2월달에 뉴욕에서 이미 받아 놓은 것이다. 그것으로 DMV에 가서 퍼밋을 받으면 되지 않을까. 닥터 리포트는 나중에...

    실패가 루저는 아니다
  • 별나라형제들이야기 file

    (34) 악투리안의 메시지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 당신들이 그동안 접촉했던 지구의 지도그룹은 누구이며 그 결과는 어떠한가?   “우리는 먼저 지구의 정부와 군부의 지도자 그룹과 접촉했다. 소위 대통령, 수상 급들과 만나 보았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

    별나라형제들이야기
  • 매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file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잊지 말자고 커네티컷 주립대학 비지팅 센터 앞에 있는 커다란 바위 위에 Rock Painting 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금년 2018년, 세월호 참사 4 주기에는 눈비가 왔습니다. 바위가 젖어 페인팅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

    매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 공감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남편이 5년 동안 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집사님이 있었습니다. 그 집사님에게 딸 둘과 막내인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남편이 죽은 후 집사님은 호프집을 운영하여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