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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Valentine’s day)는 한국에서 명절처럼 중요한 날이 되었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겐 그러하지요.

 

한국에서는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초콜렛을 주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지만 미국에선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날입니다. 아무래도 남자가 여자에게 초콜릿과 함께 카드와 꽃 등을 주는게 일반적인 풍경이지요.

 

본래 발렌타인 데이는 성 발렌타인에서 유래된 것인데요. 서기 269년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 발렌타인 주교가 남자들을 더 많이 입대시키기 위해 결혼을 금지한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의 명령을 어기고 군인들의 혼인성사를 집전했다가 순교한 날인 2월 14일을 기념하는 날이었습니다.

 

연인의 사랑을 지켜주다가 순교한 성 발렌타인을 기리는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렛을 선물하는 풍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지만 마케팅으로 이용한 것은 일본입니다. 1936년 고베의 한 제과업체가 발렌타인 초콜렛 광고를 시작하면서 ‘초콜렛을 선물하는 날’이 되었고, 1960년 모리나가 제과의 캠페인으로 여성들이 초콜렛을 선물하며 사랑고백하는 날로 변질되버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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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 한달 뒤인 3월 14일을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날로 삼은 것 역시 일본인의 상술로 생겨났습니다. 일본의 전국 사탕공업 협동조합(全国飴菓子工業協同組合)이 1978년부터 3월 14일을 화이트데이(White Day)로 홍보했고, 1980년부터 모든 조합원(사탕제조업체)들이 나서 일본의 국민적 행사로 판을 키웠습니다.

 

성 발레타인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지는 발렌타인데이가 돌아오면 미국도 마켓마다 발렌타인 특수를 겨냥한 상품들을 많이 판매합니다. 매장 곳곳에 초콜렛과 캔디 등 달콤한 과자류를 포장해놓고 풍선 장식을 하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트레이더 조(Traders’s Joe) 같은 곳은 아예 외부 유리창까지 발렌타인데이 분위기로 한껏 치장해놓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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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부터 한국에선 2월 14일의 다른 면을 부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위대한 독립투사 안중근 장군이 일본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 1910년 2월 14일입니다. 발렌타인데이에 대한 거부감은 특히나 안중근의사가 일제에 의해 사형언도를 받은 날, 일본 색채가 다분한 기념일을 즐길 필요가 있느냐는 반성에서 비롯됐습니다.

 

한편에서는 사랑하는 연인들의 순수한 마음을 업체들이 이용한다고 발렌타인데이 의미 자체를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지않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반도 침탈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처단한 안중근장군을 높이 기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사형선고일까지 언급하며 자제하라는 것은 지나친 ‘엄숙주의’라는 얘기입니다.

 

양쪽 의견 다 일리가 있는 지적입니다. 누군가에게 2월 14일은 즐거운 날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겐 비통한 날일 수 있습니다. 수줍은 사랑을 고백하고 연인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발렌타인데이에 민족사의 영웅 안중근장군의 뜨거운 애국심과 당당한 주권을 가진 독립국가의 열망을 되새기는 것도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발렌타인데이와 함께 이러한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말이죠. 기왕이면 안중근 장군의 탄생일(9월 2일)과 이등박문 저격일(10월 26일), 사형집행일(3월 26일)까지 기억하고 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 아닐까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훈이네의 미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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