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훈이네 칼럼니스트

 

 

20180529_151046.jpg

 

 

제가 사는 업스테이트 뉴욕의 오렌지 카운티는 아름다운 풍치로 일명 ‘뉴욕알프스’로 불리는데요. 기온도 두시간 떨어진 맨해튼과 플러싱에 비해 한결 낮아서 시원합니다. 그런데 지난 28일 이곳이 화씨 90도(섭씨 32도)까지 올랐으니 한여름을 방불케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메모리얼데이(5월 28일)를 깃점으로 여름이 시작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여름 더위가 오는 것은 좀 심한게 아닐까요

 

오늘은 이웃인 조성모 화백님과 함께 뉴욕주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한 나무농장을 방문했습니다. 조금 덥긴 했지만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아래 나무농원의 풍경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20180529_151036.jpg

 

 

우리가 찾아간 곳은 ‘만자 가족 농장(Manza Family Farm)’인데요. 만자 가족 농장엔 유실수(有實樹)를 포함한 나무들과 관목들, 다년생 식물, 꽃 등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곳입니다.

 

 

20180529_150749.jpg

 

 

‘만자’라는 이름이 특이한데요. 이곳을 세운 도미니크-메어리 만자 부부의 성을 딴 것입니다. 이곳이 문을 연 것은 1979년으로 처음엔 말을 타거나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원이었다고 해요.

 

그러다 1985년부터 가을에 할로윈데이와 추수감사절에 빠져서는 안될 호박(펌킨)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1990년 경부터 아들인 톰 만자가 묘목(苗木)들과 관목(灌木) 등을 따로 재배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어 빠르게 비즈니스를 성장시켰습니다.

 

 

20180529_150916.jpg

 

 

농장은 약 20에이커 부지에 어린 나무들을 생육, 판매하고 또 추가로 40에이커 부지에 다양한 묘목들과 호박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10월부터는 호박축제가 시작되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여러 가지 이벤트와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를 판매합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수천그루의 어린 나무들이 각기 이름표를 달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마치 묘목들이 새 가정에 입양(入養)을 기다리는 아이들처럼 보이기도 했구요.

 

 

20180529_151453.jpg

 

20180529_151555.jpg

 

 

그런데 많은 나무들의 이름중에 심심찮게 ‘일본’이 보였습니다. 가령 Japanese Red Laceleaf Maples, Japanese Red Maple Uprights, Japanese Umbrrella Pine 등인데요. 일본은 있고 한국은 없는 게 심기를 자극하더군요.

 

물론 왜 그런지는 아시는 분이 많을거에요. 일본은 제국주의 침탈을 시작할 때부터 다른 서방 국가들과 경쟁적으로 한반도 식물을 수탈했고 상당수를 자기들 것으로 둔갑시켰습니다. 품종을 개량한 것도 많구요. 무엇보다 식물학명을 등록할 때 ‘Japanese’나 일본인 식물학자 이름을 많이 넣었죠.

 

 

20180529_152601.jpg

 

 

한반도는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환경과 강수량의 계절별 편차(偏差)가 심해 생장력이 뛰어난 식물들이 많이 자랍니다. 우리나라 자생식물은 내성(耐性)이 강하고 꽃색깔도 선명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식물들도 많거든요

 

남의 것을 빼앗는데 도가 튼 제국주의 국가들이 이것을 그냥 지나쳤겠습니까. 식물자원을 엄청나게 수탈(收奪)한거죠.

 

19세기말부터 유럽과 미국에선 선교사와 해군까지 동원해서 전국을 비롯하여 무인도까지 샅샅이 돌며 희귀식물들을 도둑질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제주한란'을 커다란 배 수십 척을 가지고와 실어 날랐다고 합니다.

 

일본이 20세기초 워싱턴 포토맥 강변에 기증한 벚나무도 기실 제주 왕벚나무가 원산지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이 때문에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훗날 워싱턴의 아메리카 대학에서 벚나무가 한국산 나무라는 선포식을 하고 식수 행사도 한 기록이 미 의회에 남아 있습니다.

 

 

20180529_151943.jpg

 

 

 

그뿐인가요. 라일락의 여왕으로 불리는 ‘미스김 라일락’은 미국인 식물학자 매더가 1954년 북한산에서 흰정향나무 종자 12개를 몰래 따서 뉴햄프셔대 실습장에 심어 상품화에 성공한 것입니다. 매더는 자기 일을 도와주는 한국인 타이피스트의 성을 따서 ‘미스김 라일락’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거구요.

 

미스김 라일락은 미국의 원예(園藝)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기존의 라일락은 키가 크고 가지도 제멋대로 뻗어 손이 많이 가는데 비해 미스김은 작으면서도 우아한 자태에 향기까지 진했으니까요. 단아한 아름다움과 순박한 청순미를 갖춘 우리네 처녀같은 나무지요.

 

세계 묘묙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미스김라일락이 고향에 돌아온 것은 7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한국의 어느 묘목상이 수입했는데 그때부터 미스김라일락은 비싼 로얄티를 물고 수입하는 인기품종이 되었습니다.

 

 

* 미스김라일락의 애달픈 환향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no&wr_id=160

 

 

 

20180529_152211.jpg

 

 

그런데 만자농장 나무들의 값이 만만치 않더군요. 좋은 나무들만 잘 재배해도 적잖게 돈을 벌 수 있는거죠. 물론 그러기까지 많은 수고가 깃들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구요. 다만 우리 민족은 침탈(侵奪)의 희생양이 되는 바람에 많은 피해를 입었고 뒤늦은 경쟁으로 힘겨운 따라잡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살 나무를 고르면 사무실에 들어가 이렇게 카운터에서 계산을 치르면 되는데요. 평일인데도 3명이 근무할만큼 고객들이 제법 오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앙증맞은 상품들을 파는 스토어를 겸하고 꿀과 시럽, 양초 같은 것들도 판매하고 있더군요.

 

 

20180529_152433.jpg

 

 

조화백님은 본래 이쁜 진달래꽃을 사려고 왔는데 마땅한게 없어서 ‘꿩대신 닭’이라고 빨간 단풍 한그루를 샀습니다.

 

 

20180529_152626.jpg

 

 

힘좋은 직원이 번쩍 들고 차 앞에까지 들고 가서 운송이 쉽도록 가지를 끈으로 돌돌돌 부드럽게 감아주어 가쁜히 싣고 올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나무들을 보며 기분전환을 하고 더위를 식힌 하루였습니다. ^^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훈이네의 미국살이'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hyn

 

  • |
  1. 20180529_151046.jpg (File Size:167.6KB/Download:19)
  2. 20180529_150749.jpg (File Size:199.5KB/Download:22)
  3. 20180529_150916.jpg (File Size:178.0KB/Download:24)
  4. 20180529_151036.jpg (File Size:92.4KB/Download:22)
  5. 20180529_151453.jpg (File Size:214.2KB/Download:15)
  6. 20180529_151555.jpg (File Size:209.4KB/Download:19)
  7. 20180529_151943.jpg (File Size:236.9KB/Download:20)
  8. 20180529_152211.jpg (File Size:173.3KB/Download:32)
  9. 20180529_152433.jpg (File Size:108.6KB/Download:21)
  10. 20180529_152601.jpg (File Size:193.5KB/Download:22)
  11. 20180529_152626.jpg (File Size:174.4KB/Download:19)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역사인식 file

      [열린창]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2일(현지시간)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UNCTAD가 1964년 설립된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오늘 ...

    역사인식
  • 미중 싸움에 등 터지는 한반도, 피할 길은 없나 file

      [시류청론] 남북정상, 제2의 민족상잔 피할 길 모색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북한전문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얼마 전 모두 6차례 찍은 북 서해안의 남포 해군조선소에 대한 위성사진 분석 보고서...

    미중 싸움에 등 터지는 한반도, 피할 길은 없나
  • 양복포비아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양복을 입는 것이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목사가 되기 전 나는 양복 입기를 정말 좋아했다. 다양한 패션의 양복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양복을 거의 입지 않는다. 설교나 집...

    양복포비아
  • “백신으로 코로나지옥에서 벗어나는 미국입니다” file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마흔아홉 번째 편지 도쿄올림픽 새로운 코로나지옥 가능성..참가 재고해야       벗님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뉴욕은 며칠 전 쿠오모 주지사가 주 전체 비상령을 해제하고 거리두기 기준을 완화했습니다. 지난 해 하루 수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

    “백신으로 코로나지옥에서 벗어나는 미국입니다”
  •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없이 북미대화 어림없다 file

      [시류청론] 문재인 정부, 형제애 발휘해 북 식량난 고통 덜어줘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바이든 미 행정부의 첫 대북 대화 제의는 북의 거부로 일단 실패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 및 경제 악화를 장기간 견디지 못해 북이 머지않...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없이 북미대화 어림없다
  • 탈성장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코로나로 교세가 위축되었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대면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교회 예배가 가져왔던 절대성에 대해 회의하게 되었고 예배를 드리지 않는 삶에 안심하게 되었다. 사실 ...

    탈성장
  • 미국, 평화 원한다면 한반도 문제 당사자에게 맡겨야 file

      [시류청론] 초강력 무기 완비한 북한… 무력대결은 답이 아니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중앙일보> 6월 18일치를 보면, 미국 ‘국가-국토안보를 위한 EMP 대책위원회’ 사무총장 빈센트 프라이 박사는 6월 6일 공개한 ‘북한의 EMP(전자기파) 위협 평가 보...

    미국, 평화 원한다면 한반도 문제 당사자에게 맡겨야
  • 필화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나도 모르게 나는 글 쓰는 목사가 되었다. 나는 글 쓰는 목사가 아니라 섬기는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다. 내 생각이지만 그 일을 하면 잘 할 것 같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런 내게 다른 길을 가게 하신다. 글쓰...

    필화
  • 문재인 정부, 도쿄올림픽 불참-지소미아 종료 선언하라! file

      [시류청론] 올림픽 지도에 “독도는 우리 땅” 생떼 쓰는 일본, 두고만 볼 건가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7월 24일부터 열리는 도쿄올림픽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교과서에서까지 한국 땅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한 일본은 이번 올림픽 성화 봉송 ...

    문재인 정부, 도쿄올림픽 불참-지소미아 종료 선언하라!
  • 미국 현충일에 file

    미국은 매년 5월 마지막 월요일을 현충일(Memorial Day)로 지냅니다. 제가 속한 Veterans for Peace(평화재향군인회)에서는 보통 맨해튼 남쪽에 있는 작은 공원에서 행사를 합니다. 전쟁에서 죽었거나 전쟁으로 인해 죽은 이들을 그날 기억합니다. 제게 발언 기회가 주...

    미국 현충일에
  • 한미정상회담 합의, 미국의 실행 의지가 문제다 file

      [시류청론] 미 국무부, 한국 화해 노력에 '제재' 언급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한미정상회담 10일 만인 5월 31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의 글을 통해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와 관련 “고의적 적대행위이자 미국의 대북적대시정...

    한미정상회담 합의, 미국의 실행 의지가 문제다
  • 아! 지구촌교회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지구촌교회는 내가 좋아하는 교회였다. 나는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 성가대지휘를 했다. 교회를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수요일에는 다른 교회를 나갈 수 있었다. 나는 좋은 교회로 소문난 교회들을 수요일에 ...

    아! 지구촌교회
  • ‘지구의 마지막 연필’ 시리즈 19 file

    조성모작가의 '지구의 마지막 연필' The Last Pencil on Earth 문명과, 자연, 그리고 인간 Title : The Last Pencil on Earth https://youtu.be/yDit97GrdaQ https://youtu.be/QvxtxXESECo https://youtu.be/8tQNy4g5HmA Product Year : 2020 Size : Object Size...

    ‘지구의 마지막 연필’ 시리즈 19
  • 바이든의 ‘싱가포르 합의 존중’ 일단 반긴다 file

    [시류청론] 한반도 비핵화 실행 구체적 언급 없어… 북의 반응은?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한미 정상은 5월 21일 정상회담에서 대화와 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법을 택하며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존중한다는 데 합의했다.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의 최대...

    바이든의 ‘싱가포르 합의 존중’ 일단 반긴다
  • 카이사르의 교회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기사를 보았다. 그는 미국의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이 “방미 기간에 미국 주요 업체 백신 1,000만 개를 한미동맹 혈맹 차원에서 대한민국 쪽에 전달해줄 것을 정·재계 및 각종 ...

    카이사르의 교회
  • 누구를 위한 ‘쿼드’ 참여인가 file

    “쿼드참여는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격”     지난해 6월 3일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가 미중 갈등과 관련해 “일각에서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우리가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

    누구를 위한 ‘쿼드’ 참여인가
  • 목사가 필요하다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나는 스스로 담임목사라는 말을 사용하는 목사와 교제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목사라는 호칭을 붙이는 목사와도 교제하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이상한 사람이다. 나는 전화를 걸건 메일을 ...

    목사가 필요하다
  • 문 대통령 4년차 특별 연설에 거는 기대

    [시류청론] 평화의 길 트고, 검찰개혁, 경제 혁신 성장 지속하길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 4년차 특별연설에서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우리와 긴밀히 협의한 결과 바이든 미 행정부는 긴 숙고의 시간을 끝내고 대...

    문 대통령 4년차 특별 연설에 거는 기대
  • 공동의 식사

      [종교칼럼] 하나님 나라의 예표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코로나19가 오기 전 나는 두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한 교회는 교사수련회를 인도하기 위해서, 다른 한 교회는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방문해서 설교도 아니고 강의도 아닌 나눔의 시...

    공동의 식사
  • 미국의 ‘단호한 억지’, 북핵 해법 아니다

      [시류청론] 바이든 발언에 격분한 북한, 북미관계 개선에 난기류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바이든 대통령이 4월 28일 의회에서 ‘이란과 북한의 핵이 미국과 세계의 안보를 위협한다. 동맹국과 협의해서 외교와 단호한 억지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억...

    미국의 ‘단호한 억지’, 북핵 해법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