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게이터, 컴퓨터, 스마트폰 등과 기억력 나누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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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수일 전에 로스엔젤레스 근교에 있는 공군기지 내에서 강의를 하고 나오다가 웃지 않을 수 없는 사태를 보았습니다. 한 방문자로 보이는 여성이 건물 밖으로 나가려다가 출입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으니까 당황해 하면서 옆에 서있는 공군 장교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나가려고 하는 데 문이 열리지 않네요. 문이 작동되지 않는가봐요.” 그 말을 듣고 그 장교는 미소를 지으면서 손으로 그 손님에게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어이 없다는 인상을 하면서 그 여인은 말했습니다. “아, 제가 손으로 열어야 하는 군요.”

아마도 그 손님이 건물에 들어 올 때 문이 자동으로 열렸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공 군기지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장치를 꺼버립니다. 그 후로부터는 사람이 직접 열어야 합니다. 우리가 집에 들어 갈 때 문을 여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요즘 웬만한 건물의 출입문은 사람이 접근 하면 사람의 무게를 감지하는 스윗치가 작동되어 출입문이 자동적으로 열리는 것입니다.

그 여인은 자동문 이외에 사람이 직접 문을 연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 여성 손님이 건물 밖으로 나간 후에 문을 열어준 공군 장교는 옆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파안 대소를 했습니다. 자동문의 출현은 문을 여는 지능을 잠시 마비시킨다고 보아야 하는 지요.

제가 새차를 구매했을 때, 목적지를 향하여 가는 길을 일일이 알려주는 네비게이터 (Navigator)를 장착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런 장치를 거절했습니다. 비용은 대단할 것 없지만 네비게이터를 오래 사용해보신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그런 장치에 의존하다보니 길익히는 일이 매우 서툴어졌다고 했습니다. 여러번 가던 길도 내비게이터에 의존하며 가보면 몇 번 가본다해도 자기 능력만으로는 찾아가지 못하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말은 사실인 것 같았습니다. 내비게이터 없이 가본 길은 쉽게 찾아갈 수가 있지만 장치에 의존하여 “좌회전 하세요”, “우회전 하세요.” 또는 “4 킬로미터를 직진하세요.” 등의 지시를 들으면서 운전을 하면 가는 길을 머리에 기억하는 능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장치에 의존하지 않고는 못 찾아가게 되니 어떤 면에서는 기계가 사람을 바보로 만든 다는 말에 일리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제가 남가주 모처를 운전하고 가다가 목이 말라서 음료수를 사려고 한 간이점에 들어 갔습니다. 음료수를 들고 나오면서 점원에게 값을 지불하려고 하자 그 점원이 말했습니다. “손님, 미안하지만 지금 컴퓨터가 작동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무 것도 팔지 못합니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점원은 이미 가격이 붙어 있는 음료수를 팔고 기록해 두었다가 컴퓨터가 작동되면 입력시키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컴퓨터가 작동 되지 않아 상품을 팔지 못한다고 말하는 그 점원은 참으로 바보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사소한 상품 하나라도 컴퓨터에 의존하지 않으면 상품을 팔지 못하는 기계의존도가 극치에 달한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한 때 암산을 잘한다고 알려진 사람이었습니다. 학교 전체에서 암산을 잘한다고 많은 칭찬도 받았었습니다. 그러나 그말도 이젠 옛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수십년간 전자 계산기와 컴퓨터에 의존하여 모든 계산을 해온 결과 지금은 암산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극히 간단한 수학적인 계산도 이젠 계산기나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으면 답이 쉽게 나오지도 않고 암산으로 나온 답 자체를 제가 믿기 어려워졌습니다. 암산에 관한 한 계산기와 컴퓨터가 제 암산 능력을 마비시켰음이 틀림 없습니다.

저는 처음 만난 사람들의 이름도 잘 기억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처럼 이름도 잘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스마트 폰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 폰에 수 천명의 이름과 전화 번호를 입력해 놓고 원하면 성이나 이름의 일부만 입력하면 해당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및 전자우편 주소가 다 스크린에 뜹니다.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작은 장치가 다 기억을 해주니까 저는 머리 안에 그런 정보를 저장할 필요가 매우 적어진 거지요. 현대의 최첨단 장비를 매일 사용하면서 이런 것들이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지 않나 하는 공연한 기우심이 생기는 것을 어쩔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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