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뉴스코리아) 최윤주 편집국장 = 미국교육을 보면서 늘 부럽게 여겨지는 것이 ‘토론문화’다. 교사와 학생이 자유롭게 토론을 이어가는 미국의 수업방식은 일방적인 전달식 수업에 익숙한 이민 1세대들에게 어딘지 모르게 낯선 그림이지만, 한편으론 한없이 부러운 모습이기도 하다.

주어진 문제의 해답을 여러명이서 함께 찾아가는 게 ‘토의’라면, 토론은 다른 주장을 펼치는 상대방의 의견을 반박 또는 비판하면서 나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이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미국사회 분위기는 어려서부터 토론과 비판에 익숙한 교육의 영향이기도 하다. 때문에 미국의 지도자들 또한 토론에 능숙하다. 미국의 케네디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은 ‘토론의 신’으로 유명하다.

서로 다른 주장으로 토론을 벌일 때 중요한 것은 ‘듣기’다. 상대방이 가진 가치관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토론은 수준높은 의사결정 과정이 아니라 서로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말싸움’으로 전락하고 만다.

한국인들이 토론에 약한 것도 이 때문이다. 토론문화에 익숙치 않은 한국인들은 ‘듣기’에 한없이 약하다. 상대방의 의견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채 제 할 말만 하는 이들이 허다하고, 토론의 주제와 상관없이 상대 발언의 말꼬리를 잡아 토론 주제를 삼천포로 데려가는 인사도 적지 않다. 

한국인들이 토론에 약한 또 다른 이유는 ‘수용’에 있다. 대다수 한국인들은 ‘비판’을 수용하지 못한다. 비판과 비난과 비방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 토론회는 순식간에 파괴적인 양상을 보이게 된다. 결국 사실과 논리를 바탕으로 한 ‘비판’이 설 자리를 잃은 토론회는 비난과 비방으로 얼룩지며 비정상적인 결말을 맺기 일쑤다.

전 세계가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로 나뉘었던 시절, 침묵은 비판을 정당화 시킬 수 있었다. 우리 진영의 잘못이 드러나도 그걸 비판하는 것이 상대진영의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침묵은 정당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냉전구도는 이미 20여년전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사회 내에는 적군이 아니면 아군이라는 낡은 대립구도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지난 11일(일), 뉴욕타임즈 19면에는 “Bring the truth to light”(진실을 밝혀라)을 헤드라인으로 건 광고가 게재됐다. 미주 한인 4000여명의 성금으로 진행된 이 광고는 세월호 참사 후 한국정부가 보인 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비민주적 언론통제를 규탄하고 있다.

광고가 나간 직후 새누리당은 ‘정치선동’이라고 폄훼하며, 광고액 모금에 참여한 4000여명의 한인동포들을 ‘불순종북세력’으로 규정했다. 

편들기에 익숙한 한국적 풍토에서 논리를 갖춰 날선 비판을 가하는 미주동포들의 낯선 풍경이 집권여당을 당황하게 만든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실에 기반을 둔 비판이 어째서 ‘정치선동’이고, 십시일반 성금을 낸 동포들이 왜 ‘빨갱이’인지 그들의 언어에서는 도대체 설득력을 찾을 수 없다. 

민주사회의 중요가치인 ‘비판’이 ‘선동’으로 매도되면서 또다시 한국 민주주의의 퇴보는 대내외에 민낯을 드러내고 말았다. 

작은 실천이지만 한 뜻을 모아 건강한 대한민국을 염원한 해외동포들의 ‘쓴소리’를 ‘빨갱이들의 선동’으로 몰고 가는 집권여당의 행태는 ‘듣기’도 안되고 ‘수용’도 안되는 ‘토론불가’ ‘소통불가’ 정부의 무능만 다시 한번 드러냈을 뿐이다. 

이미 전 세계 외신들이 한국정부의 미흡한 대처와 이해할 수 없는 구조대책, 뜨겁게 일어난 국민들의 분노를 쉴새없이 타전하고 있다. 내 편의 약점을 묻어두자는 냉전시대의 침묵의 동맹으로는 침몰하는 대한민국호를 구해낼 수 없다.

“신부가 가난한 이에게 빵을 주면 훌륭하다는 칭찬을 듣지만, 그가 왜 가난한 것인지 사회구조에 대해 이야기 하면 빨갱이라는 비난을 듣게 됩니다.” JTBC 손석희 앵커의 명언이 ‘아픔’으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editor@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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