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뉴스로 윌리엄 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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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에 동갑내기 미국인 친구를 사귀게 되어 매일이다시피 그와 차담(茶啖)을 나누곤 하였다. 그는 독일계 유태인으로 동중부 유럽의 유태인 연구의 권위자였으며 시카고대에서 이와 관련하여 강의하였던 교수였다. 남성미 넘치는 그와 차담 속에서 세계 정치, 미국 정치 그리고 경제에 관련한 그의 해박한 지식을 경청하고 의견을 개진(開陳)하며 맞는 아침은 상쾌 그 자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동중부 유럽 유태인의 역사에 관한 저작의 서평이 실린 매거진을 보여주며 매일 오전에 반스앤노블 서점에 들러 판매 현황을 점검하는데 하루에 1-2권이 팔린다고 하였다. “축하한다”고 했지만 안 팔리는 것 같아서 “책을 구입하여 친구에게 친필 서명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 책은 전문 서적이기에 흥미가 없을뿐더러 나를 위하여 특별히 50여달러 주고 책을 구입 할 필요 없다”면서 오히려 말렸다.

 

우리들 화제는 내일 1백만 명이 참여하여 열리는 게이 마치(동성애자 행진) 화제로 옮겨갔고 솔직한 나의 의견을 말했다. “그들의 삶을 이해 할 수 없고 결혼은 남성과 여성이 만나서 자식 낳고 사는 것이 우리들의 과거, 현재, 미래의 삶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기 좋아하던 친구는 이날 이 문제에 대해서는 듣기만 할 뿐 응답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알게 된지 6개월되는 무렵에 친구의 저녁 초대를 받아 그의 집을 방문하였는데 덕담을 좋아 하는 내 성격 그대로 그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나도 결혼을 안했지만 시카고대 교수 친구는 언제 결혼 하시나요! 이 큰 집이 외롭게 보인다” 했었다. “내 부인은 위층에 있어요”라는 그의 대답을 듣고는 할 말을 잃은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내 온몸이 벌에 쏘인 듯이 화끈 가려오고, 성소수자에 대한 나의 견해를 일방적으로 말한 것에 대하여 부끄러움이 밀려 왔다.

 

그의 집 위층에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환경운동가이며, 유엔기구에 근무하는 여성형 미남자가 살고 있었고 친구로부터 소개를 받았지만 그냥 인사만 나누는 사이였다. 그날 우리들은 레스토랑까지 걸어 갈 때, 나는 입을 닫고 그들 커플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으려고 했다. 어느 연인들과 다를 바 없이 애정 표현을 스스럼없이 내 앞에서 처음으로 했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 친구는 입으로 마시던 캔 맥주를 내 잔에 따라 주었다. 나의 오장육부(五臟六腑는 꿈틀거리면서 본능적으로 거부의 반응을 보이며 닭살이 돋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이성적 대처를 다짐하며 그들의 다정다감한 식사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여느 남녀 커플이 데이트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고 나는 미소를 머금고 그들의 맥주잔에 내 잔을 부딪치며 덕담과 함께 ‘살루’를 외치고 묘한 감정과 느낌의 역류 속에 천천히 들이켜 잔을 비웠다.

 

그리고 이 날 이후 그들에 대한 고정관념의 벽돌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아가기 시작했고 성소수자들에 대한 무지한 나의 지평이 열리고 이해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때서야 시골에서 수 없이 보아온 추억의 무지개가 성소수자들을 상징하는 깃발임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들은 앞 세대들이 이룩한 과거의 삶의 축적(蓄積) 속에 오늘을 만들며 경험하지 못한 미래를 향하여 흘러가는 거대한 문화 융합의 강물 속에 세대간, 인종별, 민족별, 종교별, 성별, 그리고 성적취향별로 간극(間隙)과 차이가 상존함은 엄연한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나의 신념, 사상, 종교에 반한다고 타인을 재단(裁斷)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비문명적, 반인륜적, 만행적 증오의 행동들을 보면서 비탄 속에서도 망각된 성소수자의 친구가 떠올랐다. 아마도 그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심장에 대못박히는 소리, 비난, 조소 속에서도 성취의 삶과 행복을 탐험하면서 일상을 즐기고 있을 것이라는 그에 대한 믿음이 생겨난다. 여름이 오는 길목 프라이드 2016 일요일 새벽에 발생한 올랜도 총격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冥福)을 빌며 그 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하고 싶은 아침이다.

 

 

* 이 글은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의 '윌리엄 문의 IT세상' 에 실린 글입니다. 윌리엄 문 칼럼니스트는 한국 온라인 미디어 최초로 백악관 공식 출입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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