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의 정원 5] 한숨으로 뽑아낸 알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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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뽑아낸 알타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에이고 요넘들! 딱딱 찰파닥!"

세 두렁 남은 알타리밭의 김을 메고 있는데, 벼룩벌레들이 목덜미께로 날아듭니다. 우중충한 날씨에 땀까지 흐르는데 자꾸 달려드니 은근 화가 나서 들고 있던 삼발이를 ‘에잇참!’그러며 팽개쳐 버렸습니다. 물을 들고 나오던 룸메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한마디 합니다.

"아이고 왠일이야? 걔네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며?"
"머시라? 모르는 소리 하덜 말더라고. 이넘(놈)들이 봐주었더니 잎이란 잎은 다 갉아먹고 이젠 내 목덜미까지 날아올라 쪼아먹으려고 덤비잖여!"

서울에 다녀온 다음날 이파리가 노랗기에 오랫만에 ‘10 10 10 비료’를 뿌려 주었습니다. 일주일쯤 지나자 시퍼렇게 되살아났습니다. 먼 발치에서 보아도 시펄시펄 하기에 탈없이 잘 자라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요 며칠 비가 와서 여기저기 살피다 보니 불개미보다 작은 벼룩벌레와 청벌레넘들까지 다닥다닥 붙어서 이파리와 줄기까지 파먹고 있었습니다. 이넘들이 진액을 빨아먹다 말고 제 목덜미까지 사정없이 물어뜯는 겁니다. 한숨을 쉬며 투덜거리는 소리에 뒷짐을 지고 쳐다보던 룸메가 또 한 소리 합니다.

"아이고, 땅 꺼지고 숨 넘어 가겠네요. 이제 그만 좀 하시지 그래요?"
"허허, 황새가 뱁새의 뜻을 어찌 알랴! 이넘의 땅을 갈아엎고 다시 심을껴!"

갈아엎지 않고도 벌레를 퇴치하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독한 해충약 원액을 사다가 물에 타서 뿌려주면 금새 처리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기농 텃밭을 가꾸는 마당에 약먹은 채소를 길러 먹는 건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혹 너무 독하게 뿌리면 채소가 하얗게 타죽기도 해서 꺼려졌습니다.

아직 자라고 있는 열무밭을 뒤엎는다는 것이 좀 씁쓸하기는 했지만, 결국 후다다닥 인정사정 두지 않고 거두어 버렸습니다. 벌레 때문이었는지 강아지 불알만큼 자란 넘들과 밑구녁에서부터 시커멓게 썩어 오르는 몇몇 넘들을 골라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그나마 일찍 거두었으니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어도 알타리 농사 반타작도 못 할 뻔했습니다. 갈무리 해서 깨끗하게 씻어 놓으니 반질반질 윤이 나기에 다행이다 싶었고, 조금은 기분이 풀렸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꼭 해충같은 치들이 있어서 인간사회를 좀먹습니다. 옛날엔 조폭들이 제멋대로 금그어 놓고 그런 짓을 했고, 요즘은 양복쟁이들이 젊잖게 그런 짓을 합니다. 법으로 다스리거나, 전두환식 ‘삼청교육대’를 만들어서 발본색원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영 안 되면 종말 심판의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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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다듬어서 간 절인 알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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