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image

해킹정국

KoreaTimesTexas | 미국 | 2015.07.31. 07:02
YunChoi.jpg



바야흐로 해킹정국이다. 

국정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에 이어, 

국정원이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을 상대로 불법사찰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북 정보전을 위한 정당한 활동이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처음엔 “연구용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했다가 

이 해명이 통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는지 

갑자기 ‘대북 정보전’으로 말을 돌렸다.

그러나 유출된 해킹팀 자료분석에 따르면 

이탈리아 해킹팀이 국정원 관련인물로 보이는 

아이디 ‘devilangel(데빌엔젤)’의 의뢰를 받아 

악성코드를 숨겨놓은 공격대상은 

네이버의 요리 카페나 

지방자치단체의 행사 홍보 홈페이지, 

심지어 포르노 사이트였다.



국정원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남파된 북한 공작원들이 

블로거가 추천하는 떡볶이집과 

지자체의 벗꽃축제, 

낯 뜨거운 포르노 사이트의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는 게 된다.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속에서 

정권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긴급수혈했던 것이 ‘애국심’이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그랬고, 

온 국민의 아픔이었던 세월호 때도 그랬다.



국정원의 대국민 사찰 의혹이 불거진 지금, 

여지없이 애국심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국무위원들의 가슴에 달린 태극기 배지가 대표적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애국지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행정자치부 주도로 이뤄진 캠페인이란다.



“애국심은 악당의 마지막 도피처다.”

18세기 영국의 평론가 새뮤얼 존슨이 한 말이다. 

뭔가 복잡하고 대단한 의미가 숨겨져 있는 듯이 보이지만, 

실은 매우 단순한 뜻을 담고 있다. 

그가 편찬한 사전에 적힌 ‘애국자’의 설명을 보면 그 뜻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짜 주화를 가려내듯 외관만 그럴듯하게 포장한 가짜 애국자를 가려야 한다.”



이쯤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정권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정권을 국가와 동일시 하고, 

애국을 정권에 대한 충정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만큼 

효과적인 백신이 없다. 



버젓이 국민을 해킹하고도

“국가 안보의 가치를 더 이상 욕되게 해서는 안될 것이며

결과에 대해 책임 또한 따라야 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국정원의 성명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 거대여당인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가

“국정원은 우리 국가의 안위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조직”이라는 말로 힘을 실어줬고 

원유철 원내대표는 “국가 안보를 무장해제하는 것과 같다”고 거들었다.



한국사회가 급속히 공안시대로 가는 것을 두고 

여러 갈래의 분석이 나오지만, 

그중 가장 주요한 요인은 ‘국가=정권’으로 인식하는 데 있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지난해 천만 관중을 동원했던 영화 <변호인>이 외쳤던 명대사다.

그리 특별한 것도 없는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에 

“국가란 국민입니다!”는 말만 덧붙인 것이다.



권력의 주인인 국민이 

권력에서 소외된 형국은 

영화 속 1980년대나, 

현실 속 2015년이나 여전히 별반 다를 바 없다. 



이 또한 블랙 코미디다.




[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editor@newsnetus.com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다급해진 트럼프 이제 푸틴에 매달려

    [시류청론] 북 테러지원국 재지정, 세계재앙 초래할 뿐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자유아시아방송>은 11월 24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핵개발 관련 북한 고위층의 말을 인용해서, ‘북한이 앞으로 지금까지 실시한 핵실험 중 가장 강력한 제7차 핵실험을 실...

    다급해진 트럼프 이제 푸틴에 매달려
  • '아이 엠 쏘리'는 문제 해결사

    대인 관계와 사업 경영 원활하게 해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매년 그랬듯이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도 미국 밖으로 나갔습니다. 제 자녀들은 왜 제가 매년 크리스마스를 기하여 여행을 떠나는지 모릅니다. 제가 여행을 떠나는 ...

    '아이 엠 쏘리'는 문제 해결사
  • 미 대학입학, 토플 성적 꼭 필요한가

    미국 대학, 영어 부족한 외국학생 조건부 입학 허가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오늘 칼럼 내용은 물론 미국에서 자라고 교육 받아서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만, 미국에서 공부한 기간이 짧아서 영어 실력이 충분치 ...

    미 대학입학, 토플 성적 꼭 필요한가
  • 이민자 나라 미국, 절기도 다양

    12월에 크리스마스, 하누카, 크완자 등 들어 있어   ▲ 유대인의 홀리데이인 하누카를 상징하는 촛대(왼쪽)와 아프리칸-아메리칸의 절기인 크완자가 상징하는 의미를 촛불에 나타낸 그래픽(오른쪽).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에서는 11월 셋째주 추수...

    이민자 나라 미국, 절기도 다양
  • 유통기간 지난 약, 안전한가

    [생활칼럼] 약효 남아있을 수 있지만 버리는 게 상식   ▲ 약품의 약효는 저장 방법에 따라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약은 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 기자 = 미국 가정집 약 찬장에는 보통 유통기한이 ...

    유통기간 지난 약, 안전한가
  • 통일흥부가족과의 아름다운 동행 file

    (32)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마라톤이 아름다운 것은 중간 중간에 급수대(給水臺)가 있기 때문이야! 인생이 아름다운 것도 그와 같지! 살다가 지치고 목마를 때 급수대가 여기저기 있어! 황량한 사막보다 오아시스가...

    통일흥부가족과의 아름다운 동행
  • 모진 세월 검게 타버린 흑산도 (1) file

    2차 조국순례 이야기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 번 만 번 밀려오는데   못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한없이 외로운 달빛을 안고   흘러온 나그넨가 귀양살...

    모진 세월 검게 타버린 흑산도 (1)
  • 첨성대가 기울었다 file

    2차 조국순례 이야기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나는 저녁 8시 경주역에서 일행과 작별하고 나를 굳이 집으로 초대한 트친 정광희 씨의 마중을 받았다. 초면인 48세의 정 씨는 2년간 가족과 남미 여러 곳을 떠돌아다니며 살다 귀국한 이색적인 사람이다. 그...

    첨성대가 기울었다
  • 별나라 사람들과의 만남 file

    (12) 美원주민과 외계인의 접촉     오늘은 또 다른 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려 한다.   책의 제목은 “별나라 사람들과의 만남”( Encounters with star people) 이고 저자는 Andy Sixkiller Clarke 이다. 저자는 인디언 여인이며 대학 교수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

    별나라 사람들과의 만남
  • 멋쟁이 산타 할아버지 file

    [이민생활 이야기] '허무'의 파문이 일 때면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요즘 나는 늙어 가는 징조를 여러 가지로 느끼고 있다. 한 쪽 귀가 잘 들리지 않고 목소리도 변하는 것 같다.   이런 징조들은 간혹 내 마음 깊은곳에 파문을 일으키고 그 파문은 계속 번져가...

    멋쟁이 산타 할아버지
  • 교회세습 file

    [종교칼럼] '가두리 교인' 한국교회 (LA=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세습 목사들보다 더 한심한 위인들은 그런 교회에 엎어져 돈 바치며 아멘을 열창하는 자들이다. "최근 보도된 한 대형교회의 편법적인 세습에 분노하여 어떤 분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누구...

    교회세습
  • 현실은 아프고 미래는 흐리지만.. file

    Newsroh=차주범 칼럼니스트     명절의 최대 미덕은 늦잠자는 자유다. 근심을 덜어놓고 나 혼자 차차차 떡잠을 때리고 일어났다. 얇아진 순대를 채우려고 라면을 끓였다. 특별한 날이니만큼 삶은 달걀 한 개도 투척했다.   남아있던 찬밥 반 그릇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현실은 아프고 미래는 흐리지만..
  • 추수감사절의 불편한 진실 file

    ‘추수강탈절’ ‘국가적속죄일’ 자성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미국 최대의 명절인 추수감사절이다. 한국에서는 한가위지만 미국에 사는 우리들은 추수감사절이 명절이다. 이곳에서는 평일인 추석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 한...

    추수감사절의 불편한 진실
  • 별나라 조상들의 가르침 file

    미주토착민들의 별나라형제들 증언(10)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오늘은 ‘별나라 조상들’ (The star ancestors) 이라는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 보려 한다. 부제는 ‘인디언 지혜수호자들이 전하는 별나라 형제들의 가르침’ ( Indian wisdomk...

    별나라 조상들의 가르침
  • 연말 휴가철, 곳곳에서 팁 챙겨야

    [생활상식] 공항, 택시, 호텔 등지 일부 종사자들 팁에 의존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팁이다. 팁은 사실 장소나 때에 따라 얼마나 지불해야 하는지 정확한 기준이 없어 혼동스러울 때가 많다. 숙박업소에서 비행장까지 ...

    연말 휴가철, 곳곳에서 팁 챙겨야
  • "싫으면 딴 곳으로 가세요"?

    업체는 고객을 잃는 언행과 행동 주의해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최근에 저는 동포기업이 소유하고 경영을 하는 대형 호텔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뜻 깊은 행사가 있어서 지하 주차장에 갔는데 발렛 파킹만 허용되지 고객...

    "싫으면 딴 곳으로 가세요"?
  • 미국은 여전히 좋은 나라 file

    조국도 합리적 상식적인 나라가 되기를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우리 부부가 일손을 놓고 밥만 축내고 있는지도 어언 10여년을 훌쩍 넘겼다. 그러나 이민생활에서 힘든 노동을 하여 번 돈으로 자식들 눈치 볼 필요 없이 살고 있다. 호화롭게 살지는 못하지만 마...

    미국은 여전히 좋은 나라
  • 허리 '삐끗'하여 생긴 통증은 허리 디스크?

    [생활칼럼] 허리 통증 요인, 요추염좌가 대표적... 척추관 협착증 등도 통증 야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허리통증이 발생하면 흔히 디스크에 걸렸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허리통증을 야기하는 원인이 다양함을 지적하고 정확한 진단과 ...

    허리 '삐끗'하여 생긴 통증은 허리 디스크?
  • 가짜뉴스와 댓글조작 까부수기 file

    Newsroh=노창현 칼럼니스트     ‘가짜뉴스에 몸살을 앓는 세계, 댓글조작에 진저리 치는 한국.’   가짜뉴스가 범 세계적인 문제라면 댓글조작은 한국의 고질적인 병폐(病廢)가 아닐까요. 지난 20일 맨해튼 흥사단 미주위원회 사무실에서 ‘가짜뉴스와 댓글조작 길라잡이’...

    가짜뉴스와 댓글조작 까부수기
  • ‘어린 할머니’와의 대담 file

    별나라 형제들 이야기(9)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어린 할머니는 여러 번에 걸쳐 언론과 대담을 나누었다. 이제 그 대담 내용(2010년 6월, 2011년 4월) 중 일부를 요약 정리해 본다.   질문: 이 시대의 특징은 무엇인가? 답변: 지금 이 지구상에 엄청난 ...

    ‘어린 할머니’와의 대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