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김중산 칼럼니스트

 

 

지난 9월 24일 유엔 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문제를 거론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이틀 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재차 방위비 문제를 언급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미국이 3만 2000명(실제로는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데 그들(남한)은 아주 부자 나라다. 당신들(남한)은 왜 우리가 내는 비용(방위비)을 배상해주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나를 바라보기만 하고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답할 말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2월 4일자 중앙일보 본국지에 실린 이 기사를 읽으며 나는 트럼프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함에 치를 떨면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분노 또한 참기 어려웠다. 한반도를 임의로 분단해놓은 후 애치슨 라인을 선포해 전쟁을 촉발시켜 동족상잔의 참화를 겪게 했고 아직도 우리 민족은 분단의 상처와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데 휴전 후 오늘날까지 정전협정을 어겨가며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유가 과연 남한을 위해서일까.

 

남한이 군사력을 증강하려 할 때마다 이를 철저히 규제하고 가로막아 남한으로 하여금 안보를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북한으로부터 남한을 지켜준다는 구실로 남한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왔고, 이에 더해 오장육부(五臟六腑)까지 친미 사대사상에 찌든 역대 남한 정부가 미국의 의도대로 부화뇌동(附和雷同)해 주한미군 주둔의 정당성을 부여해준 탓에 미군이 지난 70여 년을 주둔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남한을 보호해준다는 주장은 한낱 핑계일 뿐 미군 주둔은 전적으로 미국의 안보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인데 방위비를 배상해 달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주한미군은 한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있는 것”이라고 매티스 국방장관이 말했듯 자기네 국익을 위해 주둔하고 있으면서 그따위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다니 비용이 아까우면 물러가면 될 일이다. 밑지는 장사를 계속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건 손익계산에 밝은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가 더 잘 알 것이다.

 

방위비와 관련해 트럼프는 “그들은 나를 바라보기만 하고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답할 말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단도 서럽고 원통한데 해마다 천문학적인 분단 체제 유지 비용까지 분담하면서 정말 답할 말이 그렇게도 없었을까. 더욱 화가 나는 것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의 그따위 당치도 않은 말을 들으면서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고 꿀먹은 벙어리처럼 앉아 있었다는 사실이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학생이 담임 선생님 앞에 불려가 고개를 푹 숙이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듯한 모습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다. 대선 후보 때 분명 “대통령이 되면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고 국민 앞에 다짐하지 않았던가.

 

트럼프는 1일 개최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차도 방위비 문제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얘기할 때 트럼프가 또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꺼내 어깃장을 논 것이다. 트럼프가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이미 공언한 바대로 방위비를 더 많이 내면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올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못 온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은 아닐까. 트럼프는 대선 후보 때부터 한국을 안보무임승차국이라고 맹비난하며 방위비를 대폭 증액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해왔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 현재 토지 비용을 포함하면 한국의 분담률은 80%에 이른다고 추산한 바 있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번엔 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비용 전액을 한국이 부담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지난 7일 보도했다. 동맹이란 이름아래 한국은 해마다 동맹국 중 가장 많은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는 데도 멍청한 한국 보수들은 주한미군을 볼모로 돈 더 내놓으라고 겁박하는 미국을 혈맹이라 부르며 성조기를 흔들지만 미국은 단순한 돈 문제로 동맹을 다룰 뿐 혈맹 같은 건 모른다. 단지 돈을 뜯어갈 때만 엄지척하며 말로만 동맹이니 혈맹이니 운운할 뿐이다. 한국 보수들은 동맹은 뒷전이고 돈밖에 모르는 미국이 과연 자신들에게 어떤 나라인지, 분단은 누구 짓이며 통일은 왜 안 되는지 곰곰히 따져보고 정신 바짝차려야 할 것이다.

 

한미 군사훈련을 일시 중단한 것도 남북관계 진전이나 북핵 공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돈을 절약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다. 분단이 지속되길 바라는 미국이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진심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믿을 만한 징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비핵화 운운하는 것은 명분용 꼼수일 뿐 나는 미국이 속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가장 원치 않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핵은 만들기도 어렵지만 만든 핵을 없애는 것은 더 어렵다. 하물며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만들 수밖에 없도록 해놓고 이제와서 없애라니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남한에 미국의 핵우산을 그대로 놔둔 채 북핵 폐기만을 뜻하는 한반도 비핵화란 개꿈 같은 얘기다. 한반도 비핵화는 결국 북한의 핵동결로 끝나고 주한미군은 단계적 철군 등 규모에 변동이 있을 뿐 계속 주둔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가운데 비록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남과 북이 평화롭게 공존공영하게 될 때 그때 우리 민족의 열화같은 요구에 따라 미군은 어쩔 수 없이 남한에서 물러가게 될 것이다. 그날이 오기까지 우리는 돈밖에 모르는 미국과 불평등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며 우리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앞에서 변변히 말 한마디 못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참담한 모습을 망연히 지켜보는 고통을 감내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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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목요일은 산에 가는 날이나 비가 와 못 갔다. 남가주에 흔치 않은 빗소리를 들으며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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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김중산의 LA 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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