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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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채널 영화 보느라 3시 넘어 잤다. 그래도 8시에 일어났다. 식당 가서 평범한 호텔식 아침을 먹었다. 플릿매니저 글랜에게서 문자가 왔다. 11시 회사에서 보자고 답장을 보냈다. 식사 후 셔틀버스 기사에게 전화하니 30분 후에 호텔 로비에서 보자고 했다. 한 20분 만에 왔다. 오늘도 혼자 타고 간다.

 

10시반에 터미널에 도착하니 글렌은 회의실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오리엔테이션 오피스 옆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누가 나와서 내 트럭이 배정됐다고 했다. 사실은 어제 이미 배정돼 있었는데 주말이라 그랬는지 얘기를 못 들었다. 그는 트럭번호와 시동 비밀번호를 적은 종이와 몇 가지 내가 숙지해야 할 서류를 주었다.

 

글렌을 만나 간단히 얘기했다. 내가 받은 트럭은 light weight(경량) 트럭이다. 글렌은 지금 차량이 달리니 우선 이 트럭으로 시작하고 새 차량이 마련되는대로 바꾸자고 했다. 나는 그런가보다 했다. 트럭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열쇠는 정비장 사무실에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내일 다시 만나 로그 클래스를 마치고 정비장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받기로 했다. 일부는 구입해야 한다.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스프링필드에 있다고 얘기했더니 첫 운행을 그쪽으로 주겠다고 했다. 글렌은 덩치가 좋은데다 팔뚝에는 커다란 문신(文身)을 했다. 출신은 어디라고 확정하기 어려웠다. 백인은 아니고 남미나 다른 어느 나라 혈통인 듯하다. 액센트가 없는 것으로봐서 여기서 태어난 2~3세로 보인다.

 

마당에 주차된 트럭을 둘러보며 내 트럭을 찾았다. 앗, 그런데 인터내셔널 제품이다. 미국 상용 트럭 4대 메이커에 들어가지만 가장 아래로 친다. 프레이트라이너를 받을 줄 알았는데. 내부를 한 번 봐야할 것 같아서 정비장에 갔다. 부품 프론트에 가서 열쇠를 받으라 한다. 아주머니가 있길래 트럭 번호를 말했더니 열쇠 2개를 건넨다. 다시 돌려줘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다 끝났다고 가지란다. 트럭을 열어 보니 조수석 의자가 없었다. 슬리퍼 공간도 작았다. 냉장고나 전자레인지를 수납할 공간이 없다. 침대는 단층으로 비닐 커버가 씌어진 매트리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게 다였다. 트럭 계기판은 기계식인데다 많이 낡았다. 스테레오도 싸구려였다. 다행히 블루투스 연결은 된다. 네이슨의 트럭은 여기에 비하면 5성급 호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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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은 2016년 모델이다. 2015년에 출고됐을 가능성이 크다. 주행거리는 289,511 마일. 트럭치고 많이 뛴 거리는 아니다. 트럭의 내구성은 백만 마일도 넘게 견딜 수 있다. 프라임 같은 대형 트럭회사들은 대게 트럭을 리스해서 2~3년 마다 새 모델로 교체한다. 그 기간을 넘어가면 유지비가 더 들기 때문이다. 트럭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고 배달 지연(遲延)의 원인이 된다. 배달 실패는 회사의 신용을 깎아 내리기 때문에 대형 회사들은 최신 모델로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아직 멀쩡한 트럭은 2차 시장으로 넘어간다. 소형 회사나 개인이 주요 구매자다. 대형 회사는 트럭 관리도 정기적으로 잘 하는 편이라 트럭 상태가 괜찮은 편이다.

 

트럭이 중고라서 문제는 아니다. 이미 회사에서는 퇴역할 시기가 지났지만 신규 물량이 달려서 연장해서 타는 것이니만큼 빠른 시일내에 다른 차량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이 트럭이 매뉴얼이라는 점이다. 네이슨의 트럭이 오토였기 때문에 면허 실기시험 볼 때 연습장 트럭 빌려 탄 것이 전부다. 실전에서는 매뉴얼로 운행해 본 적이 없다. 게다가 피터빌트와 계기판이나 조작 스위치가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 숙지 되겠지만 당장 운행이 걱정이다.

 

수납 공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인터넷 게시판에 물어보니 LW 트럭은 조수석 자리에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설치한다고 했다. 아들 녀석과 여름 방학 동안 다닐 계획은 무산이다. 앉을 자리가 없고 침대가 하나 뿐이니 어쩔 것인가. 좁은 침대에 같이 눕기도 그렇다. 그래도 인터내셔널은 프레이트라이너 경량 트럭보다는 수납 공간이 많은 편이란다. 면허 시험볼 때 LW 트럭으로 연습하기도 했다. 그때는 처음 보는데다 아무 내부 설비가 없으니 그저 그런가보다 했다. 오히려 풀사이즈 트럭 슬리퍼 공간의 높은 천장이 부담스러웠다. 남자 둘이서 꽉 찬 짐을 이고 몇 달을 지내고 보니 결코 넓은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LW 트럭을 타면 마일당 5센트를 더 준다. 하지만 운전사들은 다시는 경량 트럭을 타지 않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회사에서 경량 트럭을 권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슬리퍼 공간을 줄여 트럭 무게를 줄였기때문에 연비가 높고 짐을 더 실을 수 있다. 대신 출력은 달려 냉동 트레일러 즉 리퍼 디비전에서만 사용한다. 플랫베드나 탱커 디비전에서는 풀사이즈 트럭을 사용한다.

 

워낙 내장 편의 설비가 없어 혹시 공사가 안 끝났나 싶어 정비장 사무실에 가 다시 확인했다. 내 트럭 다 끝난 것 맞냐고. 아까 다 끝났다고 했잖아 하면서도 다시 확인해준다. 다 끝났다고. 매트리스 하나 달랑 있는 트럭을 타라니.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는 나중에 설치한다고 쳐도. 인터넷과 TV는 어쩔건데. 네이슨이 그 얘기는 한적이 없기에 나는 회사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건줄 알았다. 인터넷에 알아보니 개인이 사용료 내고 설치하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 그 정도는 기본으로 해줘야 하지 않나? 내가 올린 질문 포스트에 이 문제를 두고 사용자들끼리 의견이 나뉘어 긴 필전이 오갔다. 발단은 한 사용자가 ‘너는 뭘 기대했냐? 그런 걸 회사가 왜 해줘야 하느냐’는 식으로 무례한 답글을 달았다. 다른 사용자가 거기에 반박하며 논쟁이 오갔다. 나는 빠져서 구경만 했다. 금방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개중에는 내게 도움되는 정보도 있었다. 지금도 몇분 간격으로 계속 댓글이 달린다. 페이스북 프라임 그룹 가입자들 참 열성적이다.

 

연습장 트럭으로 시험 준비할 때의 막막한 기분이 다시 든다. 트럭 내장(內裝) 상태가 거의 그 수준이다. 처음부터 혼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물론 네이슨에게 배운 그 경험이 어디 가지는 않겠지만 달라진 환경에 적용하는 것은 순전히 내 혼자 몫이다.

 

트럭 이름은 정했다. ‘히마찰(Himachal)’이다.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인도 북부의 히마찰 프라데시 주에서 따왔다. 인터내셔널이란 이름이 인도를 떠올렸고 인도 히말라야의 성자(聖者)들이 많이 사는 곳이 히마찰 프라데시다. 그래서 히마찰로 정했다. ‘희마철’로 한역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냥 히마찰로 쓰기로 했다. 발음하기가 편해서. 히딩크를 희동구로 부른다고 뭐가 달라지나.

 

기대했던 회사의 기대했던 모델에 기대했던 내장은 아니지만 중고라서 오히려 부담이 적은 측면은 있다. 큰 돈은 아니라해도 수입도 더 생긴다. 히마찰아 인연이 다 할 때까지 잘 맞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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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펜던스 데이다. 아침에 일어나 10시간 휴식이 지나기를 기다려 출발했다.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에서 또 방향을 놓쳤다. 네이슨이 옆에 있었으면 엄청 야단쳤을 것이다. 덕분에 20마일 이상을 어려운 길로 우회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휴일이라 저지시티 근방 교통이 한산했다. 95번 도로는 평소에도 자주 다녔던 곳이다. 뉴욕 지척까지 오고도 집에 못가다니. 가야 할 스프링필드와는 반대방향이고. 정신 바짝 차리고 목적지 근처에 왔는데 또 한번의 고비가 왔다. GPS와 퀄컴 모두 좌회전 하라는데 실제 도로 사인은 좌회전 금지다. GPS 보다는 실제 도로 사인이 우선이다. 망설일 틈이 없다. 일단 직진했다. 한쪽에 트럭을 세우고 구글맵을 확인했다. 목적지인 트로피카나 공장까지는 다른 연결되는 길이 없다. 머리에 지진이 온다. 잘못 길을 들면 트럭이 지날 수 없는 낮은 다리 밑으로 간다거나 경찰에 잡혀 벌금을 문다거나. 영원히 발송처에 못 간다거나. 일단 트럭을 돌려 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퀄컴으로 다시 위치를 잡으니 어느 길로 안내한다. 서클을 도는 것인데 트럭이 돌만한 크기가 아니다. 오프트랙은 어쩔 수 없다. 그나마 턱이 낮아 트레일러 바퀴가 넘을 수 있어 망정이지. 큰 벽이나 바위라도 있었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다시 나가니 우회전이 가능했다. 겨우 트로피카나에 도착했다. 드랍 앤 훅이다. 가져간 트레일러를 떼어 놓았다. 드랍 트레일러 검사 보고를 보내는데 수리가 필요하냐는 항목이 있었다. 수리는 필요하지 않다. 운행에 하등 지장이 없는데다 외관상으로도 큰 티가 나지 않았다. 내가 어제 저 상태의 트레일러를 받았더라도 문제 없다고 보고했을 정도의 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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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든 트레일러를 받아 연결했다. 쥬스 15팰럿. 공간을 얼마 차지 하지 않아 로드락 2개를 설치했다. 배달처는 두 곳이다. 가다가 중간에 주유를 해야 한다. 주유소로 향했다. 뉴저지 도로 풍경은 익숙하지만 트럭으로 달리니 색달랐다. 예전에 등산 다닐 때 갔던 길도 지났다.

 

운전하며 가는데 자꾸 메시지가 들어왔다. 리퍼 온도를 확인하라는 것이다. 10통도 넘게 들어왔다. 주스인데 얼지 않도록 32도를 유지하라는 주문이 서류에 있었다. 회사에서온 메시지는 5도 이내 가변 온도로 하라는 것이다. 32도로 설정하고 5도 가변 온도면 27도에서 37도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냉장한다. 화씨 27도면 어는 온도 아닌가? 주유소 가서 다시 확인해야겠다.

 

러브 주유소에 도착했다. 적립카드를 먼저 만들어야지. 그래야 무료로 샤워도 한다. 카운터에서 적립카드를 받았다. 스마트폰 앱을 다운 받아서 즉석에서 가입했다. 156갤런을 넣으라고 했는데 실제로 넣으니 150갤런이 겨우 들어갔다. 운전석 사이드 미러 아래 볼록 거울을 바깥으로 힘껏 밀었더니 돌아갔다. 진작에 이걸 알았더라면 어제 사고도 없었을 것을. 다시 출발해서 가는데 전화하라고 메시지가 들어왔다. 도로 옆에 공간이 있어 트럭을 세우고 통화했다. 32도 설정에 5도 가변 온도로 하란다. 그래 내가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 시키는대로 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니 한결 나았다. 10단 기어에 크루즈 세팅으로 계속 가니 오토나 다름 없었다. 운전도 한결 편해졌다. 그래 히마찰 잘 하고 있다. 열심히 달려라. 우리 잘 해보자.

가는 도중 국지성 폭우가 간간이 쏟아졌다. 산간 지역이라 그런지.

 

1차 배달지 80마일 정도를 남겨 놓은 지점에서 TA 트럭스탑에 들어갔다. 자정부터 아침 9시까지 배달 시간이다. 휴일이라 지금 가도 일을 안 할 것 같았다. 공간은 널널했다. 100대 정도 주차 가능할 정도로 큰 곳이다. 이런 외곽지역에서 오후 6시면 아직 시간도 이르다. 내 바람대로 사선 전진주차까지 가능했다. 오면서 생각했는데 왼쪽 후드 미러도 차체를 거의 반이나 비추고 있다. 이것도 움직이지 않을까? 돌려 보니 돌아간다. 도대체 전 사용자는 무슨 생각으로 사이드미러와 후드미러를 안쪽으로 돌려놓았을까?

 

식당에 갔다. TA에는 컨츄리 프라이드라는 식당이 있다. 트럭스탑에서 가장 신선한 야채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야채 샐러드와 수프만 먹어도 배가 불렀다. 메인 요리는 반만 먹고 용기에 담아 왔다. 웨이트리스에게 넉넉한 팁을 주고 나왔다. 오전 4시면 10시간 휴식이 끝날 때니 그 시간에 맞춰 출발하자.

 

이제부터 실수는 없다. 한 사람의 당당한 트럭커로 서자. 나의 독립 선언문이다.

 

비가 심하게 오는데 침실 한쪽 창문으로 물이 샌다. 헐.

 

 

귀인과 장발장

 

 

오전 4시에 일어났다. 준비하고 4시 30분에 출발했다. 주위는 아직 어두웠다. 가면서 날이 밝았다. 1차 배달지는 주택가 주변에 있었다. 하적장도 좁았다. 어려운 조건이다. 야드자키에게 사무실이 어디냐고 물으니 자기를 가리킨다. 그리고는 저쪽 탱크 옆에 주차하라고 했다. 알리닥 후진주차로 트럭을 세우고 접수 사무실로 갔다. 아무도 없었다. 트럭으로 다시 오니 아까 그 야드자키가 있었다. 7번 닥에 트레일러를 대고 서류는 그 안에 넣어 두라했다. 내 실력으로 가능한 공간이 아니다. 좁은 마당에서 회전이 되나? 시도해봐야지 하는데. 옆에 주차해 있던 트럭 운전사가 다가왔다. 아예 여기서부터 후진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저 마당에서 턴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자기가 뒤를 봐주겠다고 했다. 나는 오늘이 처음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사실 두 번째면서. 그는 서두르지말고 천천히 충분한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는 뒤를 봐주며 이리저리 방향까지 지시했다. 그의 도움으로 닥에 트럭을 댈 수 있었다. 네이슨의 분신이 온 듯 했다. 차이점이라면 화를 내지 않는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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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적을 마치고 확인해보니 팰럿이 5개 남았다. 그런데 서류에는 팰럿을 5개 내린 것으로 돼있다. 나는 내가 15개를 싣고 온 줄 알았는데. 1차 5개, 2차 5개였던 것이다. 서류가 총 3개였는데 나는 합계 10개를 1차 5개와 더 해 15개로 계산했던 것이다. 어제 보고를 잘못 했네. 라이브 로드 콜 전화할 때 내가 잘못 얘기했어도 디스패처가 알아 들은 것이었구나. 바담풍을 바람풍으로.

 

올 때 왜 이리 턴이 힘든가 했더니 트레일러 타이어가 가장 뒤에 있었다. 화물을 싣거나 내릴 때는 안정성을 위해 보통 그렇게 한다. 후진할 때도 트레일러 후면의 스윙이 적어 편하다. 하지만 주행할 때는 전체 차량 바퀴 간격이 길어져 회전이 불편하다. 어제 그걸 깨닫고 트럭스탑에서 출발할 때 텐덤 타이어를 앞으로 보내야지 했는데 까먹었다. 여기서라도 하고 가야겠다. 그런데 지금껏 내가 보던 텐텀 릴리즈와는 다른 방식이다. 버튼이 있긴 한데 모양이 다르다. 움직여봐도 꼼짝 않는다. 자세히보니 버튼을 누르라고 돼있다. 보통은 당긴다. 운전석으로 가 트레일러 브레이크를 잠그고 다시 돌아와 버튼을 힘껏 눌렀더니 들어가며 잠금핀이 빠졌다. 바퀴를 최대한 앞으로 보냈다. 그 이후로는 회전이 한결 편했다.

 

2차 배달지의 약속은 내일 아침 8시다. 가다가 휴게소에 들러 전화를 했다. 내일 약속인데 혹시 오늘 가도 되겠냐고. 얼마나 걸리냐고 묻는다. 2시간 걸린다고 했다. 11시까지 오란다. 그 이후에는 늦다고. 이것도 네이슨에게 배운 것이다. 일찍가도 되는지 항상 물어보라고. 단 월마트는 예외다. 어제 로드 취소돼 하루 공친 것 충당됐다.

 

열심히 달렸다. 10시 40분에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회사 건물이 안 보인다. 새로 조성됐는지 지도에서도 더 들어가서 있다. 좀 더 들어가니 회사 이름이 적힌 건물이 보였다. 밤에 왔으면 못 찾고 헤맸을 것이다. 이래서 낮에 움직이는 게 좋다. 입구 앞에서 전화하니 12시 약속을 잡아 준다. 그런데 바로 전화가 왔다. 74번 닥을 배정받았다. 공간은 널널하고 다른 트럭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참을 헤맸다. 간단한 직선 후진을 못 하고 몇 번이고 왔다갔다 했다. 내가 이렇게 후진을 못했나? 주차선 안에만 집어 넣으면 되는 시험과는 달리 닥에는 정확하게 대야한다. 그 정확도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사무실로 가 체크인을 했다. 사람들이 친절했다. 이곳도 럼퍼피를 따로 받았다. 그제보다 수월하게 수표를 끊어져 줬다. 화장실 이용하고 자판기에서 과자 한 봉지 사 먹었다. 옆 테이블에 빵 한 봉지가 있다. 가게에서 대게 2달에 파는 빵이다. 뭐지?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화장실도 비었다. 만져보니 약간 차가운 기운이 있다. 오늘 아무 것도 안 먹었다. 나는 그 빵을 주어 들고 트럭으로 가 먹었다.

 

서류가 준비 됐다는 전화를 받고 사무실로 가 서류를 받고 돌아왔다. 트레일러를 닥에서 분리하니 안에 주스가 한 팩 있다. 엇 뭐지? 클레임인가? 클레임 얘기 없었는데? 네이키드 망고 주스 작은 병이다. 8개 포장 중 한 병이 터졌다. 서류를 보니 손실 처리 돼있다. 나 먹으라고 남겨 둔 것인가 보다. 그럼 아까 그 빵도 포장 파손 등의 문제로 나온 것인가?

 

트럭 침대칸에서 잠깐 볼일을 보고 나왔는데 트럭이 앞으로 가고 있었다. 헐, 내가 브레이크를 안 잠궜다. 평지인 줄 알았는데 약간 경사가 있었던 것이다. 공간이 넓고 주변에 사람이나 차량이 없어서 망정이지 큰 일 날 뻔 했다.

 

회사 입구 밖에는 트럭 주차장이 있었다. 이런 곳이 좋다. 대도시 주변 복잡한 지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여유 있게 서류 작업을 마치고 주변에 트레일러 세차장이 있나 찾아봤다. 몇 곳 있다. 오늘은 샤워도 해야지. 러브 주유소에서 샤워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주변에는 러브 주유소가 없다. 50마일 정도 가야 있다. 그 사이 다름 화물이 들어왔다. 오하이오에서 미주리로 가는 화물이다. 약속을 지키는 구나. 트레일러 세차부터 하고 가다가 트럭스탑에 들러 밤을 새기로 했다.

 

가장 가까운 트레일러 세차장은 핏츠버그에 있었다. 반대 방향이긴 하지만 20마일 정도니 괜찮을 듯 하여 그쪽으로 향했다. 히마찰 운전은 한결 편해졌다. 다운시프팅도 부드럽게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세차장이 없다. 들어가보니 어떤 탱크 회사였다. 세차 시설이 안 보였다. 공연히 남의 회사 한 바퀴 돌고 나왔다. 뭐야 이게. 시간 낭비만 했다. 가다가 다른 곳에서 씻어야겠다.

 

100마일 정도 남겨두고 파일럿 트럭스탑에 도착했다. 생각보다는 작은 곳이지만 낮이라 주차 공간 여유는 있었다. 역시 빨리 시작하고 빨리 끝내는 게 좋다. 이곳에서도 한 방에 주차를 못 하고 몇 번을 전후진했다. 최종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내가 지금껏 한 주차 중 가장 반듯한 편에 든다. 파일럿에서는 주유한 적이 없어 포인트가 없다. 12달러 내고 샤워를 했다. 월요일 호텔에서 나온 이후 처음 샤워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 날도 덥고 땀도 많이 흘렸다. 특히 머리를 감고 싶었다.

아무래도 가는 동안 트럭 세차장이 없을 것 같다. 아무 세차장이나 갈 수 있지 않다. 회사와 협약을 맺은 곳이라야 한다. 최악의 경우 손으로 청소하는 방법이 있다. 주스를 싣고 와서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데다 파손된 팰럿 조각도 적었다. 전에도 세차장을 못 찾아 네이슨과 손으로 청소한 적이 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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