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준목사가 재판장에게 보내는 편지 Ⅱ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재판장님,

 

법복(法服)과 사제복(司祭服)이 검은색인 이유는 다른 어떤 색으로도 물들게 할 수 없는 색깔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법복을 입고 계신 재판장님께서도 익히 경험하고 계시듯이 검은색 법복은 아주 작은 먼지도 확연히 드러나게 하는 색깔의 옷이기에 깨끗한 검은색을 유지하기 위해 몸가짐을 매우 조심스럽게 만드는 옷이기도 합니다.

 

저는 사제복을 입지 않습니다.

 

검은색 사제복을 검은색 그대로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콩벌레처럼 잔뜩 몸을 웅크리고 먼지가 묻지 않도록 털어내며 사는 것 보다, 세상의 더러운 것들을 치우기 위해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라도 세상 속으로 달려 들어가야 하는 것이 사제의 본분(本分)이라 믿기 때문인 것입니다.

 

하지만 법복을 입어야 하는 재판장님의 두렵고 고독한 길을 조금이나마 참작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저는 피고인 진술의 마지막을 김구 선생님께서 38선을 넘으시면서 인용하셨다는 시 한수로 마치고자 합니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눈 내린 들판을 밟아 갈 때에는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말라, 오늘 걷는 내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재판장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장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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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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