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조국순례 첫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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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아침저녁 찬바람이 불자 나의 고질적인 방랑벽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조국의 산하가 눈에 밟힌다. 배낭을 꾸렸다. 초저가 중국 동방항공 편으로 상하이를 거쳐 9월6일 한국에 도착했다. 이렇게 나의 2차 조국순례가 시작되었다. 3년 반 전 70일간의 조국순례가 주로 육지에서 이루어졌다면 이번 순례의 목표는 남해안 도서지방(島嶼地方)이다. 왜 하필 섬인가. 섬은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다. 많은 문학과 예술이 섬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우리나라 여러 외딴 작은 섬에서도 구석기 유물이 출토되고 고인돌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수만 년 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육지와 떨어져 나름대로 자손을 번식하며 살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에 몇 개 섬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귀신도 모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정부통계도 부처마다 다르다. 한두 개 차이가 아니라 무려 5백 개 이상 차이가 난다. 민간통계까지 더하면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늘어난다. 믿을 수 없는 사실이다. 일단 통계청 자료에는 3170개(유인 491 무인 2659)로 나와 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는 3339개(유인 463 무인 2876) 해양수산부는 3358개(유인 482 무인 2876)이며 국토교통부는 3677개(유인 486 무인 3191)로 발표했다. 국토교통부와 통계청 발표는 507개 차이가 난다. 물론 다도해에 흩어진 수많은 바위섬들 때문에 집계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동해의 작은 섬 독도에 일본이 눈독을 들이고 한국이 방어에 급급한 마당에 정부통계에 5백개 이상 차이가 난다면 무엇인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아무리 면적이 작은 섬도 우리의 소중한 영토다. 섬에 대한 명확한 법적규정도 미비하고 간척사업이나 연륙교(육지와 섬 사이 교량)로 해마다 섬의 절대 숫자가 줄고는 있지만 5백 개 차이는 설명이 안 된다.

 

내가 이번 조국순례의 주목적지로 도서여행으로 선택한 것은 소년시절 섬에 대한 낭만적인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우리 세대가 지나면 섬 여행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이미 많은 섬들이 육지와 연륙교(連陸橋)로 연결되어 섬의 기능을 상실했다. 강화도 진도 완도 거제도 남해도 등은 이미 섬이 아니다. 육지 버스들이 노선을 확대하고 사람과 차량이 마른 땅으로 자유로이 육지와 섬을 오간다. 관계법령에도 연륙교 개통 10년 후부터는 육지로 구분하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 한국 섬들의 3분의2와 유인도 279개가 몰려있는 전라남도는 다도해 대부분의 섬을 연륙교와 연도교(섬과 섬 사이의 교량)로 연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라남도에는 현재 연륙교와 연도교가 50여 개 건설되어 있는데 앞으로도 55개 정도를 더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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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육지와 섬이 연결되면 주민들 왕래도 편리해지고 관광객도 늘어난다. 그러나 자연환경과 차량으로 인한 공해 또한 육지와 다름없게 된다. 실제로 내가 여행한 여러 섬들이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부분 외지 차량들이다. 도로도 없는 섬에 기어코 차를 배에 싣고 오는 사람도 많았다. 어차피 개발과 파괴는 동전의 양면이다. 선택은 인간들 몫이다. 부디 집단지성이 좋은 결론으로 이끌기 바랄 뿐이다. 예상외로 육지에서의 활동이 길어져 9월26일에야 울릉도로 출발할 수 있었다. 앞으로 귀국일자까지 한 달도 채 못 남았다. 일정이 다소 바쁘게 느껴지지만 어차피 방랑여행인데 이런들 어떠하리.

 

<계속>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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