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생이별당한 멕시코 남성의 사연

 

 

Newsroh=소곤이 칼럼니스트

 

 

‘악법도 법이다'(Dura lex, sed lex)라는 말은 고대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유명하다. 소크라테스는 말년에 부정한 권력층에 의해 젊은이들을 타락(墮落)시킨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 판결을 받았다. 그는 독배(毒杯)를 마시고 죽음을 맞았는데 이때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왜 그렇게 알려졌을까 사형 집행을 앞두고 찾아온 친구들이 “간수를 매수(買收)할테니 도망가라”고 권유했지만 소크라테스는 “내가 지금까지 아테네 법률을 지키며 잘 살아왔는데, 나에게 불리해졌다고 해서 법을 어기는 것은 비겁한 일이지 않는가”라며 탈출을 거절했다. 이것을 두고 훗날 주로 정통성이 없는 독재권력자들이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며 법의 이름으로 국민을 순치하려 한 것이다.

 

오히려 소크라테스는 정치적 판결을 내리려는 법정의 배심원들을 꾸짖으며 끝까지 정의와 진리의 길을 설파했다. 그는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기꺼이 독배를 들이켰다. 이미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한 성인에게 일반 법 논리 자체가 부질없는 일이다.

 

절대적인 진리와 도덕을 추구한 위대한 철학자가 법에 따라 죽음을 맞았을뿐 악법을 법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소크라테스가 돌아온다면 “내가 죽을지언정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을까.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 것은 지난 15일 미국에서 30년간 살던 한 멕시코계 불법이민자가 아내와 두 자녀와 생이별하고 추방(追放)된 소식을 접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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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가 공항에서 가족과 눈물의 이별을 하고 있다. <이하 사진 미시건유나이티드 동영상 캡처>

 

 

호르헤 가르시아(39)라는 남성의 사연은 이렇다. 열 살 때 이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입국한 그는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인근에서 조경관리원으로 일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려왔다.

 

가르시아(39)는 디트로이트 메트로폴리탄 공항을 통해 29년 전 떠나온 멕시코로 강제 송환됐다. 그는 공항에서 눈물 흘리는 아내 신디와 15살 딸, 12살 아들을 한동안 껴안은 후 기약없는 이별을 했다.

 

미언론에 따르면 그는 2003년 미국 시민권자인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2005년부터 합법 체류신분을 얻기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으나 이것이 비극의 전조(前兆)가 되고 말았다. 2009년 이민법정에서 추방 판결을 받았지만, 범법 행위 없이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한 사실이 참작돼 집행유예가 연장됐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집권후 달라진 이민환경은 결국 추방명령 집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금까지는 불체자라 하더라도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하면 영주권과 시민권을 취득할 방법이 있고 최소한 추방이 유예될 수 있지만 트럼프 정부하에선 관용과 관례를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버렸다. 그렇다해도 출국후 재입국의 기회조차 박탈(剝脫)당한 가르시아의 경우는 너무나 가혹한 케이스다.

 

그는 미국에서 살면서 교통 위반 티켓조차 한 번 받지 않은 성실한 가장이었다. 그의 딱한 사연을 접한 미시건유나이티드 등 시민단체가 “의회가 추방유예 프로그램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법안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청원했지만 ICE(이민세관단속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르시아의 가족은 2005년 이후 합법적 체류 신분을 얻기 위해 변호사 등에게 지급한 비용이 12만5천 달러(한화 약 1억3천만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르시아가 29년전 불법 입국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당시 열 살에 불과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보호자를 따라온 것이다. 살면서 흔한 경범죄 한번 저지르지 않고 버는만큼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하는 등 착한 시민으로 살아온 그의 죄가 가족과 생이별을 당해야 할만큼 위중한 것인가.

 

가르시아같은 가장을 일체의 온정(溫情) 없이 쫒아버리는 법이라면 나는 그것을 악법이라고 부르고 싶다. 법이 아니라 법을 가장한 인권유린이라고 말이다.

 

대체 이 미국이 어떻게 생겨난 나라인가. 수만년 원주민들이 평온하게 살던 대륙에 유럽의 백인들이 멋대로 건너와 온갖 약탈과 협잡으로 정복하고 살육하면서 그들만의 철옹성(鐵甕城)을 친 것을 우리는 안다.

 

기실 ‘이민자의 나라’라는 허울좋은 수식어는 선이민자가 후이민자의 재산과 노동력을 담보로 지배 권력을 공고히 하는 것이었다. 미국을 그나마 아름다운 나라로 이끈 것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들어온 제3세계의 이민자들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이익이 전과 같지 않고 세계의 모든 전쟁에 관여한 업보로 테러의 대상이 되버리자 지배권력은 반성 대신 다른 나라와 불법체류자에게 화살을 돌렸고 급기야 쇼비즈니스맨이 대통령이 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미국을 지배해온 위정자와 기득권층의 잘못을 왜 후발이민자들이 뒤집어써야 하는가. 단지 체류신분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서류미비자들이 수십년 삶의 터전에서 쫒겨나는 형벌을 받아야 하는가.

 

가르시아의 아내는 남편을 보내고 절규(絶叫)했다.

 

“남편에게는 이곳이 집입니다. 멕시코는 낯선 외국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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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의 부인 신디(가운데)가 딸(왼쪽)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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