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김중산 칼럼니스트

 

 

지난 31일부터 사흘간 진행될 예정이었던 개성공단 입주기업인의 방북이 끝내 무산됐다. 머지않아 개성공단이 재가동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던 기업인들은 방북이 미뤄지자 이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엔군사령부의 반대로 북측 철도 현지조사도 무산됐고, 매주 열기로 돼 있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소장회의도 돌연 취소됐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잘 풀릴 것 같던 남북 관계가 돌연 꼬여만 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유가 뭘까.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독자적 움직임에 불만을 품은 미국이 사사건건 제동을 걸고 극렬히 방해하기 때문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남한(South Korea)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쐐기를 박은 것만 봐도, 비행금지구역 설정이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무장해제 등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자주적인 일련의 조치에 대해 미국이 얼마나 못마땅해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30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만났다. 비건 특별대표는 회동 후 “튼튼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이루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그토록 엄중히 경고했건만 이를 무시하고 남한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조금 속력을 내는 듯하자 이를 보다 못한 트럼프가 비건을 보내 ‘속도조절’ 명령을 하달한 것으로 보인다. 명령을 하달받은 남한은 역시나 트럼프의 지시를 따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남한 사회 일각에서는 “트럼프를 화나게 하지 말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제정신이 박힌 온전한 국민이라면 도리어 미국을 향해 “문재인을 화나게 하지 말라”고 핏대를 올려야 마땅할 터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안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남한이 너무 트럼프의 눈치를 살피느라 기대한 만큼의 진전이 없자 인내에 한계를 느낀 북한은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은 물론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과 체육 회담 등을 논의하는데 있어 대응을 자제하는 것으로 비자주적인 남한 측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러자 남한 언론은 일제히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이 무산된 것은 물론 일부 남북 합의 사안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이 마치 북한의 책임인 양 보도하고 있다. 잘못한 쪽은 언제나 애꿎은 북한이다. 전쟁하지 말자며 평화협정을 줄곧 요구하는 북한은 ‘악의 축’이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며 침략 전쟁을 일으켜 약탈과 살육을 일삼는 미국은 ‘세계 평화의 파수꾼’으로 둔갑해 있다. 번번이 남북 관계가 헝클어지는 배후엔 어김없이 한반도 분단 현상 유지를 꾀하는 미국이 있고, 그런 미국에 예속(隷屬)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대한미국’에 전적인 책임이 있음을, ‘가짜뉴스’에 속아 살아온 남한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남한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북한은 지구상에 없다.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이 무산되는 등 남북관계 진전이 다소 지연되자 ‘태극(성조)기 부대’ 같은 극우 세력은 북한이 또 약속을 안 지켰다며 “봐라. 우리가 뭐랬냐. ‘위장평화 쇼’라 하지 않았냐”며 기세등등해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합의 약속을 어긴 쪽은 미국임을 그들은 모른다.

 

예컨대 1994년 10월 21일 맺은 ‘제네바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2005년 9.19 공동성명 또한 서명한 다음 날 휴지조각으로 만든 것도 다름아닌 미국이다. 라이스 국무장관, 보스워스 대사, 클린턴 국무장관 등은 모두 북핵과 관련 “북한은 국제 합의 사항을 지켰다”고 증언했다. 사실이 그러함에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브레진스키가 “미국을 위해서는 악마화한 북한 같은 상대가 필요하다”고 실토했듯 미국은 분단 유지를 위해 줄곧 북한을 천하에 몹쓸 깡패불량국가로 낙인찍고 매도해온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도 그렇다. 북한은 “종전선언에 이어 신뢰를 구축하고 불가침 협정을 체결한 후 핵을 신고하고 핵사찰을 받겠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종전선언에 앞서 북한이 핵시설을 신고하고 국제사회의 핵사찰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명한 것은 미국이 현존하는 대북적대시 정책을 고수하는 한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전무후무하다.

 

언젠가 라이스 장관이 그랬다. 미국은 “축구 경기 도중 골대를 옮긴다(moving the goal posts in the middle of a football game.)”고 말이다. 맙소사. 경기 도중 룰을 어기고 제멋대로 이리저리 골대를 옮기는 미국이야말로 진짜 양아치 깡패불량국가가 아니면 뭐겠는가. 이런 몰상식하고 변덕스러운 나라를 믿고 핵을 포기하라니, 하늘이 두 쪽 나도 결코 그럴 순 없다.

 

끝으로 북측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인 바람 하나 덧붙이고 싶다. 군사 외교적으로 남한은 누가 뭐래도 미국의 식민지나 다름 없는 한심한 나라다. 트럼프 말 마따나 남한은 미국의 승인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라임을 북한도 모를 리 없다. 남북 정상이 만나 철석같이 굳은 약속을 해도 미국이 “노(No)”하면 만사휴의(萬事休矣)다.

 

문 대통령은 지금 내심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지 않는 미국과 국내 보수반동 세력으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있다. 그는 심지어 ‘북한의 대변인’이란 비아냥과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나름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고군분투(孤軍奮鬪)하고 있다.

 

며칠 전 문 대통령의 한 측근은 “굴욕을 감내하며 가랑이 밑을 긴다”는 말로 대통령의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비록 남북공동선언 이행이 더디고 미진하더라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북측이 참고 조금만 더 기다려 줄 수는 없을까.

 

 

(PS)이 칼럼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방북이 무산된 것을 보고 답답한 마음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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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김중산의 LA 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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