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이계선 칼럼니스트

 

 

금년은 무술(戊戌)년 개띠 해다. 무술년의 개는 보통개가 아니라 황구(黃狗)다. 황구는 경량급인 진도개나 풍산개와 다르다. 송아지만한 헤비급 덩치에 누런 황금빛이라 금송아지처럼 보인다. 한국정부에서는 무술년 기념화페로 30만원짜리 금빛 황구메달을 발행하고 있다. 무술년 개띠해가 됐으니 송아지만한 황구가 왕왕 짖어대면 누런 황금덩어리가 무더기로 쏟아지겠지?

 

“짖어라 짖어라 개야. 왕처럼 왕왕(王王)짖어라 황구야!”

 

그러나 새해가 시작되고 열흘이 지났건만 황구가 짖어대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황구는 커녕 강아지소리도 못 들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에는 개들이 많다. 황구중의 황구인 도사견도 보인다. 일본사람들이 맹견들을 교미(交尾)시켜 사자처럼 용맹스런 황우를 만들어 낸게 도사견이다. 큰머리 넓은 가슴 누런 황금빛 꼬리가 사자를 닮았다. 황우도사견이 아파트를 돌면서 포효하면 똥개들이 오줌을 질질거리며 따라붙는다. 그런데 금년 들어 황구는 고사하고 강아지 짖는 소리도 없다. 신년벽두부터 불어닥친 살인한파에 다람쥐와 들고양이들이 얼어 죽었다. 놀란 개들이 개구멍속으로 숨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이라도 짖어야지. 그래서 이번 돌섬통신은 “무술년의 개소리”다.

 

8년전 은퇴한 우리부부는 시영아파트가 있는 섬으로 왔다. 섬이름이 Far Rockaway(멀고먼 돌바위 길). 사형수들이 갇혀 지내는 무인도처럼 아주 멀고 쓸쓸해 보이는 이름이다. 이사짐차를 운전하면서 아내에게 슬쩍 건네봤다.

 

“Far Rockaway 동네이름 안에 돌바위(Rock)라는 단어가 들어있네. 돌섬이라 부릅시다.”

 

그래서 돌섬이 됐다. 와보니 돌섬은 케네디공항 뒤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바다와 백사장이 둘러싸여 있는 아름다운 섬이었다. 도로는 바다처럼 시원하게 달리는데 집들은 여기 저기. 아직 자연이 남아있는 반반도시(半半都市)다. 와! 넓고 아름답다.

 

그런데 90%가 흑인이다. 아파트에 들어서니 시궁창이다. 찢어진 종이, 먹다 버린 찌꺼기, 심지어는 오줌 똥까지 뒹굴고 있었다. 방을 나설 때마다 비닐봉지 들고 나와 주어 담았다. 내가 사는 복도에는 예쁜 표어를 붙였다.

 

“우리는 착한 이웃입니다” “당신은 자랑스런 미국시민권자입니다” ”서로 도와 깨끗한 아파트를 만듭시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건 깨끗한 것이랍니다”

 

밤만 지나면 복도 표어는 찢겨져 사라졌다. 위선자(僞善者)라고 눈을 흘긴다.

 

굿 모닝! 하고 인사했더니 손을 내민다. 악수하자는 걸로 알고 반가워 덥석 손을 잡으려 하는데 그게 아니다.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누가 찾아오면 원님맞을 준비로 복도청소를 해야 했다. 너무 지저분하기 때문이다. 7년동안 했더니 어린애들이 따라하기 시작한다. 지금은 안 한다. 전보다 많이 깨끗해졌기 때문이다

 

굿모닝 인사는 지금도 여전. 그런데 굿모닝! 하면 주먹을 쥐고 달려든다. 때리려는 게 아니다. 경기 시작전 주먹과 주먹을 맞부딛쳐 주는 종합격투기(UFC) 인사법이다.

 

휠체어 노인과 어린애들도 주먹을 내민다. 껴안고 뽀뽀해주는 허그족도 있다. 난 UFC챔피언이라도 된 기분이다. 교회도 흑인교회, 쇼핑도 흑인들과 함께한다. 첨에는 아프리카의 맹수처럼 무서웠지만 사귀고 보니 여간 좋은 친구가 아니다.

 

그런데 개똥이 문제다. 흑인들은 개를 좋아한다. 한집 건너 개를 기르고 있다. 개가 끙끙거리면 끌고 나간다. 급해진 개가 복도나 엘리베이터안에 똥을 싸도 치우지 않는다. 아파트미니공원은 개똥밭이다. 200불 벌금! 경고문을 붙여도 소용없다. 반상회에 나가서 건의해봤다. 아파트지배인에게 항의했지만 소용없다. 오히려 개주인들에게 미움만 받게 생겼다. 개들도 우리 부부가 자기들 싫어하는 걸 아나 보다. 어느 날 엘리베터안에서 개가 아내에게 달려들었다. 주인이 있는데도 아내를 물은 개는 사나운 도사견 이었다. 아파트가 발칵 뒤집혔다. 이슈화가 되자 여론이 들고 일어났다. 개주인은 피해자에게 보상하라. 큰개는 기르지 말자. 개주인은 개똥을 치워라. 우리는 몰래 웃으면서 햇볕정책으로 나갔다. 똥을 누이려고 주인이 개를 끌고 나타나면 수작을 걸었다.

 

“댁의 개가 참 귀엽군요” “당신은 신사적인 시민권자로 보입니다” “개도 사람도 좋은 이웃으로 지냅시다”

 

그러면 모른체 지나가려던 개주인은 얼른 개똥을 치웠다. 매일 밤마다 몰래기도. 개주인이 개똥치게 해주소서. 이상하여라. 하나님은 개똥기도를 들어주시는가?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 미국 동부를 꽁꽁 얼어붙게 했던 살인한파가 끝나자 돌섬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영하14도의 겨울날씨가 영상14도로 올라가자 뉴욕에는 겨울봄이 찾아왔다. 시영아파트옆 스포츠파크에는 사람들이 몰려와 봄날씨를 즐기고 있었다. 넓은 미식축구장은 덜 녹은 눈이 하얗게 깔려있는데 개와 사람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삽살개와 숨박꼭질을 하고 있는 소녀학생, 송아지만한 황구를 타고 다니는 아기소년. 까만 밍크코트를 걸친 팔등신미녀가 새까만 도벨만을 끌고 나왔다. 개와 자연과 인간이 어울려지내는 그림이 아름답구나.

 

“그때에 이리가 어린양과 함께 거하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찐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자기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뗀 어린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이사야11:6-8)

철이철이.jpg

 

 

글로벌웹진 NEWSRIOH 칼럼 ‘등촌의 사랑방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sarangbang

 

 

  • |
  1. 철이철이.jpg (File Size:69.0KB/Download:26)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적폐언론 청산 나선 조국, 감사하고 부끄럽다 file

      ‘따박따박’ 고발 나선 국내 최고 형법학자, 가짜뉴스 삭제에 바쁜 조중동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조국 전 법무장관은 9월 2일 페이스북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딸(조민씨)에 대한 조선일보의 8월 28일자 세브란스 병원 방문 관련 허위 기사 민사상 책...

    적폐언론 청산 나선 조국, 감사하고 부끄럽다
  • 트럼프가 한국을 ‘강력한 동맹국’으로 치켜세운 이유 file

      [시류청론] 미.중 전쟁에 한국 참여 바라는 미국… 문재인의 선택은?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은취임 이후 미국 제일주의를 강조, 우방들로부터 돈을 우려내는 행태가 심해지면서 세계패권국다운 미국의 위상은 이제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

    트럼프가 한국을 ‘강력한 동맹국’으로 치켜세운 이유
  • “‘모든 죽은 자를 위한 애도” file

      [호산나 칼럼] 2020 세계교회와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예배 (서울=코리아위클리) 정경일(한국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     [주님께서 가인에게 물으셨다. “너의 아우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모릅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

    “‘모든 죽은 자를 위한 애도”
  • 문재인 정권의 지지도가 급락한 이유 file

      [시류청론] ‘혁명정부’가 적폐야당과 ‘협치’?... 반북.종미 자세도 원인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8월 2주차(10일~12일) 주중 잠정 집계 결과는 미래통합당(미통당) 지지도가 36.5%, 민주당은 33.4%였다. 문대통령 지지...

    문재인 정권의 지지도가 급락한 이유
  • 미국의 전작권 반환 거부 ‘꼼수’, 당하고만 있을 건가 file

      [시류청론] 위험천만한 한미합동군사훈련, 한국군 참여 거부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한국노총, 민주노총, 진보당 등 총 372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8.15민족자주대회 추진위원회는 8월 8일 오후 4시 서울 국방부 앞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완전 중...

    미국의 전작권 반환 거부 ‘꼼수’, 당하고만 있을 건가
  • 미국의 적대정책, 북한 전투력만 키워왔다 file

      [시류청론] 다년간 중무장 지속,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은 요격이 불가능한 각종 극초음속 미사일과 3척의 최신형 5000톤급 핵잠수함의 10월 공개 계획, 게다가 중동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북한의 군사 기술 확산 등으로 ...

    미국의 적대정책, 북한 전투력만 키워왔다
  • 김정은의 ‘대남군사행동계획’이 의미하는 것 file

      [시류청론] 북한, ‘한미동맹’ 강조한 문재인 6.25기념사에 실망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장은 7월 18일 지난 6월 23일에 보류했던 총참모부(한국 합참과 동급) 계획, 즉 재래식 무기(비핵무기)만 사용하는 ‘대남군사행...

    김정은의 ‘대남군사행동계획’이 의미하는 것
  • 공허한 박원순 성추행 논란, 이대론 안된다 file

      [시류청론] 핵심 증거 없이 여론몰이만, 공정수사로 진실 밝혀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국민에게만 아부하겠다”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간지 벌써 2주가 되어 온다. 그는 검사-변호사, 거기에 약 9년간의 서울시장 3선 역임자라는 화려한 공직 생활과...

    공허한 박원순 성추행 논란, 이대론 안된다
  • 독립군 토벌하던 일본군 장교가 ‘영웅’이라고? file

      [시류청론] 악질 친일파 백선엽은 현충원에 묻힐 자격 없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일제강점기 때 만주 벌판의 조선 독립군 중대장을 역임했던 장준하는 박정희가 쿠데타 성공 후 정권을 쥐려고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때 “우리 국민 중 지게꾼 까지도 ...

    독립군 토벌하던 일본군 장교가 ‘영웅’이라고?
  • 문재인 정부의 지북파 외교안보팀 구성을 환영한다 file

      [시류청론] 박지원-이인영-임종석-서훈 라인, 남북관계 개선 역할 기대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문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외교안보팀을 지북파(知北派)로 전면 개편, 남북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였음은 민족의 앞날을 위해 다행한 일이다. 이는 민족...

    문재인 정부의 지북파 외교안보팀 구성을 환영한다
  • "DACA 중단은 위법" 미 연방 대법 판결, 그 이후는? file

      [이민법 상담] 최종 결정 아니지만, 차기 정권에서 계속 존치할 듯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위일선 변호사 = 6월 18일 미국의 연방 대법원은 청소년 추방 유예 (DACA)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리고 사건을 하급 법원으로 돌...

    "DACA 중단은 위법" 미 연방 대법 판결, 그 이후는?
  • '사과' 기대 저버린 문재인의 한국전 기념사 file

      김정은, 그래도 정상회담 성공시킨 문재인과 다시 손 잡아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6.25 70주년 기념사는 그의 통일철학 부재와 희박한 민족의식이 잘 드러나 있어 우리 민족의 앞날이 크게 우려된다. 그는 남측 겨레의 대통령이기에...

    '사과' 기대 저버린 문재인의 한국전 기념사
  • 통일철학 빈약한 문재인, 평화통일의 길 막고 있다 file

      미국과 연합하여 ‘상호 적대행위 폐지’ 9.19 군사합의 등 안 지켜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 노동당은 6월 21일, ‘남북 합의가 이미 휴지조각이 됐다. 똑같이 당해 봐야 한다’ 면서 남한으로의 전단 살포를 강행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6월 16일 남북...

    통일철학 빈약한 문재인, 평화통일의 길 막고 있다
  • 파국으로 치닫는 남북 관계, 길은 없나 file

      [시류청론] 문 대통령은 미국에 '노!' 하고, 김 위원장은 '우리민족끼리' 자세 견지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문 대통령은 6·15 남북 공동선언 20돌인 6월 15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나와 김정은 위원장이 8천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

    파국으로 치닫는 남북 관계, 길은 없나
  • 대북 전단지로 무너지는 남북관계, 문 정부 책임 크다 file

      [시류청론] ‘백해무익’ 전단살포, 적극 대처해야… 북한도 인내심 보이기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 <노동신문>은 "6월 9일 12시부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 통신연락선, ...

    대북 전단지로 무너지는 남북관계, 문 정부 책임 크다
  • 코로나19에 인종갈등까지… 혼돈에 빠진 미국 file

      [시류청론] 지하벙커에 피신한 트럼프, 재선가도에 '빨간불'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백인 경찰의 무릎에 9분 동안이나 목을 짓눌려 사망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46) 사건에 항의하는 미국의 폭력 시위가 6일째 이어지...

    코로나19에 인종갈등까지… 혼돈에 빠진 미국
  • 젊은이도 안심못하는 코로나바이러스 file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미국 소아과계에 비상 신호가 켜졌습니다.   유아를 포함한 어린아이들이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심각한 질병에 걸린다는 것인데 고열을 동반한 염증과 호흡기 질환으로 이미 85건이 보고되어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뉴욕에서만 세 명의 어...

    젊은이도 안심못하는 코로나바이러스
  • 수난당한 양심적인 의료인들 file

      [기고] 암, 악성호흡기 질환 등 치료법 개발이 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전 세계 신종 코로나 감염률, 사망률 모두 세계1위인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현재 모든 인류가 그렇듯 구세주를 기다리듯 백신의 출현만을 고대하고 있는 안타까운 오늘이다...

    수난당한 양심적인 의료인들
  • 고객 잃지 않으려면 회사 정책에 융통성 더해야 file

      좋은 고객 서비스는 업체 경쟁력 강화의 원리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지난 칼럼에서 경쟁력의 10대 요소 즉 1)상품의 디자인, 2) 원가, 3) 업체의 위치, 4) 품질, 5) 신속성, 6)융통성, 7)재고관리, 8) 조달관리, 9) 서비스...

    고객 잃지 않으려면 회사 정책에 융통성 더해야
  • 리더십은 배우고 습득할 수 있는 기술 file

      관리, 판매, 지도, 외교 등 역할에 구체적으로 나타나 (워싱턴 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가) = 교육 전문가들이 늘 언급하는 말 중에 리더십이 있습니다. 대학 입학 사정관들도 학생의 리더십을 중요시 여기고, 보딩 스쿨에 지원하는 학생들에게도 요구하는 ...

    리더십은 배우고 습득할 수 있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