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3년의 역사는 한-뉴 관계의 역사와 오버랩 된다.  

한국전쟁, 국교수립, 이민/유학/관광, 
FTA 체결로 양국 간 교류는 더욱 활성화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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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 처음 상륙한 한국인이 누구일까를 밝히는 일은 자못 흥미로운 일일 수 있으나 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다. 1993년도 오클랜드대에 교환교수로 와서 조사 연구한 상명여대 김영성 교수의 ‘뉴질랜드의 한국인’(1994년 5월 월간 해외동포 기고)에 의하면 1945년 3월 당시 4명의 한국인이 뉴질랜드에 거주하였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4명의 한국인이 어느 경로를 통해 뉴질랜드에 입국하였는지 신원이 누구였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 밝혀내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1848년 8월에 한국 정부가 수립되고 세계 각국의 승인을 필요로 할 때 뉴질랜드는 1949년 7월에 한국을 정식 승인해주었다. 그러나 한국과 전연 교류가 없었던 뉴질랜드는 한국으로부터 머나먼 남쪽나라에 불과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UN의 결의에 따라 뉴질랜드는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캐나다 등 16개국과 함께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되었다. 4,600명의 병력이 1950년 12월말에 부산항에 착륙하여 바로 전쟁터에 투입되었다. 한국인이 뉴질랜드에 오기 전 뉴질랜드인이 먼저 한국 땅을 밟은 것이다.      
    
정확한 기록으로 뉴질랜드 땅에 최초로 한국인의 발자국을 남긴 이는 한상원 씨이다. 한국은행 국고부장으로 봉직하고 있던 한상원 씨는 1953년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웰링턴에 체재하면서 뉴질랜드의 중앙은행 제도를 연구, 시찰하고 돌아갔다. 

 

2007년『뉴질랜드 한인사』를 편찬할 때 그는 지금으로부터 65년 전 당시 뉴질랜드에서의 경험을 사진과 함께 세세하게 증언해주어 귀중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었다. 

 

1962년 3월에 한-뉴 외교 관계가 수립되자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원양 어선 선원의 장단기 체류, 콜롬보 유학생의 장 단기 뉴질랜드 연수로 한국인의 발자국이 늘기 시작하였다. 1968년 9월과 10월에는 박정희 대통령과 뉴질랜드의 Holyoake 총리가 상호 교환 방문을 하였다. 당시에는 뉴질랜드 주재 대사관/영사관은 물론 한인회도 출범 전이라 원양어선 선원, 콜롬보 유학생, 상사원들 몇 명이 고국의 박대통령을 환영하였다.
       
뉴질랜드는 1940년대 말 이래 1970년대 초까지 최고의 경제 호황을 누렸으며 전 세계에서 두 번째 가는 부자 나라였다. 1973년 뉴질랜드 1달러는 1.48 US달러에 이르렀다. 뉴질랜드 경제 성장의 기폭제는 한국전쟁에 기인했는데 전쟁 중 추위에 시달리는 UN군의 양모(羊毛) 수요가 폭발하여 양모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1971년 6월에는 주한 뉴질랜드대사관이 개설되고 이어 7월에는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이 개설되었다. 한국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한창 탄력을 얻을 무렵 1973년 10월 오클랜드에 한국무역관이 설치되었다. 1970년대 초만 하더라도 한-뉴 총 무역규모는 2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 는데 2006년에 25억 달러가 넘도록 규모가 커졌다. 

 

1974년 10월에는 뉴질랜드한인회가 웰링턴 강춘희 대사관저에서 태동했으며 초대회장으로는 당시 매씨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이수 중이던 박흥섭 씨가 선출되었다. 한인들은 1972년부터 뉴질랜드 녹용을 산업화하기 시작했으며 뉴질랜드 녹용 산업의 중추로서 교민 경제를 떠받치고 뉴질랜드 경제발전에도 기여하였다.
 
1987년에는 뉴질랜드의 IMF 사태라고 할 수 있는 경제위기에 직면하자 드디어 투자이민 제도를 시행하여 유색인종에 대한 이민 문호를 개방하였다. 1989년부터는 한국의 투자이민 행렬이 줄을 이어가면서 교민 사회도 성장물결을 타게 되었다. 더욱이 1991년 11월부터 일반 이민제도가 시작되자 한국인의 이민 물결은 급증세를 보였으며 대한항공 직항 취항, 국민은행 오클랜드지점 개설, 대사관 오클랜드분관 개설 등에 힘입어 한인사회가 역동적으로 발전해갔다. 그러나 1997년 말 한국의 IMF 사태는 한인사회에도 시련을 안겨주었다. 

 

 2000년 1월1일 전야제 행사는 전 세계에 중계되었으며 교민들은 전 세계에서 맨 처음 21세기를 맞이하는 감격을 누렸다. 2001년부터는 장기사업 비자 제도 시행으로 새로 유입되는 한인들의 수가 늘자 교민 사회도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6년에 33,000 명이던 교민 수는 강화된 이민법과 장기사업비자 유입 인구의 퇴조로 12년이 지난 2018 년 현재도 비슷한 한인규모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환율 상승과 뉴질랜드 주택 가격의 연속된 상승은 한인들이 이민을 결심하는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1990년대에 이민 올 때는 한국의 재산을 처분한 5억으로 뉴질랜드 달러 100만 달러를 가지고 오면 오클랜드 풀 섹션 하우스 3채를 구입하고도 여유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2018년 현재 시점으로 대비해 보면 10억을 가지고도 뉴질랜드 125만 달러에 불과한데다 주택 값이 1992년-1997년, 2002년-2007년, 2012 년-2017년 기간의 세 번 도약기에 상승을 거듭해 주택 한 채도 사기 힘든 실정이다. 그래서 한인 사회의 경제적 기반은 매우 취약한 형편이다. 

 

2015년에는 한-뉴 FTA가 발효되어 양국 간의 교역과 유학, 관광 등 민간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민 1세대는 새로운 토양의 밑거름이 되는 역할을 한다. 뉴질랜드 정부에서 투자이민 제도, 일반이민 제도를 시행한 이래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민 1.5세대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기반을  닦고 있으며 2세대들도 진출을 시작하고 있다. 2008년에 교민 최초로 멜리사 리 의원이 국회에 진출하여 4선 연임 임기를 수행 중에 있으며 리디아 고 선수는 뉴질랜드 대표로 LPGA 골프 선수권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하여 뉴질랜드의 국가적 위상을 세계에 드높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는 차세대들의 등장을 고대해 본다.

 

 

칼럼니스트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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