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이민 생활은 3차원의 공간과 4차원의 시간이 융합된 시공간의 세계에서 이루어진다. 꿈은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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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많이 했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천국에서 살고 있을까?”어떤 교민이 콘월파크(Cornwall Park)를 산책하면서 나오는 탄성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천국이든 지옥이든 마음먹기에 따라서 각자가 처한 상황을 인식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물질중심적 사고로 소유하기를 좋아하고 사회가 자극적으로 돌아가며 북적거리는 인파를 선호하는 사람은 뉴질랜드는 심심한 천국이 될 수도 있고, 반면 자연지향적이고 마음의 자유를 즐기며 감성적인 여유를 추구하는 사람에게 뉴질랜드는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천국으로 비춰질 수 있을 것이다. 

 

1970년대 초에 미국 기술이민 바람이 불어 자동차 정비 학원을 다니는 등 꿈틀거려봤으나 어린 자녀를 둔 가장으로서의 장벽을 뚫지 못하고 뜻을 접은 일이 있다. 그러고 나서 20여 년의 급변했던 한국 사회를 헤쳐 나왔고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올 때 쯤 이민병이 다시 도졌다. 

 

1993 년 초에 아내가 호주/뉴질랜드 교사 연수 여행에 참여한 일이 있었는데 호주보다는 뉴질랜드가 살기에는 더 좋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큰 아이가 들은 말을 전하는데 학력만 좋으면 누구나 부담 없이 뉴질랜드에 이민 갈 수 있다고 했다. 그 때까지 나는 지나가는 말로 흘려버리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니 뉴질랜드가 백호주의를 버리고 유색 인종에 이민 문호를 개방하면서 1988년부터 투자 이민으로 한인들도 유입되기 시작했으며 더욱이 1992년부터는 점수제 일반이민제도 시행으로 뉴질랜드 이민 바람이 상당히 불고 있을 때였다. 

 

1993년 말에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으로 여행을 하면서 이민을 적극 추진하리라는 결심이 굳었고 1994년 초부터 뉴질랜드 이민 문을 두들겨보기 시작했다. 당시는 캐나다와 뉴질랜드로의 이민이 대세였는데 캐나다는 일년 중 6개월이 겨울이라 내키지 않았고 뉴질랜드에 애착을 더 가지게 되었다. 어쩐지 맘에 드는 뉴질랜드가 되었다. 몇 달 만에 수월하게 영주권을 손에 쥐게 되었으나 이사 준비에 일년 이상 소요되어 결국 1995년 말에 영구 이주를 할 수 있었다.

 

오랜 세월 성장한 나무는 이식하기가 어렵듯이 해외 이주를 국내 이사하듯이 쉽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막내인 아들과 가장만 먼저 이주하고 아내와 두 딸은 한국에 남아 있어야 되는 상황에서 이산가족 상태가 된 채로 이민 생활을 출발했다. 이미 자녀들은 만 20세가 초과되어 영주권을 받을 수가 없게 되었고 막 20이 넘은 아들은 군 제대 후 유학생 신분으로 뉴질랜드에 오게 된 것이다.  

    

꿈은 실현하고 싶은 희망과 이상이 잠을 자고 있는 중에도 뇌의 일부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무작위로 재생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꿈을 꾼 뒤, 잠에서 깨면 어느 게 현실이고 꿈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생생하지만, 잊는 속도도 빨라서 기억에 남지 않는다. 따라서 재미있는 꿈을 꿨으면 빨리 필기해두는 것이 좋다. 꿈속에서 관념은 회화화(繪畵化)된다.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뉴질랜드 생활에 대한 꿈을 많이 꾸었다. 뉴질랜드에 가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꿈속에서 전개되는 현실을 기억하기 위해 꿈 일기를 적어보기도 하였다. 지금에 와서 그 일기를 읽으며 반추해보면 상당부분 일치하는 내용도 있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민 오자마자 몇 교민지에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뉴질랜드는 한국과 다른 것들이 너무 많아서 칼럼 소재들도 마구 튀어나왔다. 뉴질랜드타임즈, 코리아포스트, 한국 신문 등에 616회의 칼럼을 연재해 왔다. 그 중에서도 ‘뉴질랜드 데카메론’은 100회에 마무리했고 ‘아오테아로아 의 꿈’도 지난달 100회를 마지막으로 끝내려고 했으나 우리에겐 아직도 할 얘기가 많다는 생각으로 연재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다만 월 2회 연재를 월 1회로 조정해서 계속하기로 한 것이다.  

 

인간은 3차원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이 제약을 받지 않는 부분이 바로 상상이다. 꿈도 이런 상상의 일종이다. 3차원 공간과 4차원 시간에 인간이 공간과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면 인간의 삶은 4차원적 존재가 된다. 시간과 공간의 양변이 융합하는 4차원의 세계-3차원의 공간과 독립된 4차원의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둘이 합쳐서 4차원의 시공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북반구의 중심에서 남반구의 끝자락에 있는 뉴질랜드까지 3차원 여행을 통해 여기까지 왔다. 단일민족, 단일 언어의 전통문화권에서 영어가 국어이고 다중 언어가 혼재되어 있는 유럽중심의 다문화 공간으로 이식되어 살고 있다. 뉴질랜드의 환경은 1960년대의 한국과 비슷하여 50여 년 전으로 돌아가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고 한국을 방문해 보면 우리가 떠나올 때 한국의 모습에서 30여 년이 지난 한국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 

 

시공을 넘나드는 현실적인 또는 상상의 여행을 할 수 있다면 4차원적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인생의 폭이나 깊이는 그만큼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뉴질랜드 이민 생활이 그런 것을 실천하기에 합당한 위치라고 평가한다. 풀벌레소리와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마음껏 들으며 위대한 자연의 교향악을 감상할 수 있는 뉴질랜드에서 우리들의 차세대들이 복을 누릴 수 있도록 터전을 만들어 주어야하는 사명을 1세대들은 지니고 있다.   

 

아오테아로아의 꿈은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하고 있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이다. 이민생활에서 묻혀버릴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을 우리들 가슴 한구석에 영원히 남을 수 있도록 적어 나가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우리의 꿈을 이어가도록 해야 이민의 보람을 창출하는 것이 아닐까? ​ 

 

칼럼니스트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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