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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와인을 마시는 것은 곧 자연을 마시는 것이다. 처음에 이 둘은 약으로 사용됐다. 기원 전 에티오피아 부족들은 커피나무 잎을 씹거나 줄기 끓인 물을 마시며 에너지가 솟는 효과를 누렸다. 그리고 종교적 배경을 통해서 전세계로 전파되었다. 와인은 원래 교회성찬식에서 쓰였고 예수의 피라고도 불리며 성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다. 그래서 와이너리의 상당수가 원래는 교회인 경우가 많다. 커피의 경우에는 이슬람 교인들의 명상과 기도를 도와주는 음료로 사용되어오다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료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커피가 아라비아에서는‘와인’으로 불렸다는 것인데, 커피는 이디오피아의 카파(Kaffa), 아랍어 카웨(Kaweh)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힘’을 뜻한다. 카파가 아라비아에 와서는 카와(Qahwa, 와인이란 뜻의 아랍어)가 되 고 터키에 건너와서는 카베(Kahve), 유럽에 건너가 카페(Café)로 불리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커피와 와인은 재배되는 곳과 공급되는 방식은 달라도 향미에서 공통적인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서구 역사의 다양한 현장과 함께하기도 했다.  

 

중독성이 있다는 사실도 비슷하다. 와인에는 알코올이 포함되어 있듯이 커피는 카페인이 들어 있어서 한 번 맛들이면 쉽게 끊기가 어렵다. 원료의 품질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같다.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나 원두로 만드는 커피 모두 원재료를 가공해서 만드는 2차 상품이기 때문에 원재료의 품질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막중한 역할도 꼽을 수 있다. 와인 메이커의 기술과 노하우가 와인의 품질에 큰 공헌을 하는 것처럼 원두 커피를 수확하고 말려서 볶는 것부터 갈아서 적당량의 우유와 섞는 것까지 커피의 맛과 향은 사람의 역할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두 세계의 프로페셔널 맛 감별사는 플레이버, 아로마, 바디, 산미 등으로 커피와 와인을 묘사한다. 와인은 대략 200가지의 확인된 향미 화합물을 가지고 있고 커피는 거의 500가지에 이른다. 구입한 커피를 맛보고 품질을 평가하는 것을 커핑이라 하고 인증된 큐 그레이더는 정상의 소믈리에와 비견된다. 아로마와 부케의 표현에 있어서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아로마는 포도 열매 자체에서 나오는 향을 의미하고 부케는 와인이 숙성과정을 거친 후에 뿜어내는 향을 의미하는데 커피에도 프로세싱(Processing) 과정을 통해서 동일한 개념이 적용된다. 음료 자체의 신선한 맛을 중시한다면 아로마에 집중을 하고 숙성되어 나오는 그윽하고 깊은 향을 선호한다면 부케를 음미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보통 이 한 가지만을 따지기 보다는 아로마와 부케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블렌딩의 개념도 같다. 와인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블렌딩방식인데 단일 포도 품종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포도 품종을 섞어서 쓰거나 또는 한 해에 만든 와인이 아닌 여러 해의 와인들을 섞어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단일 품종 와인보다 더 복합적인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원두를 블렌딩 하느냐에 따라서 커피 맛이 달라진다. 어떤 커피는 과일향이 나고 어떤 커피는 신맛이 많이나고 하는 것이 바로 품종에 따른 커피 맛의 차이다. 이러한 각 원두의 특징을 이용해서 블렌딩하게 되면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맛 볼 수가 있다. 

 

커피를 로스팅하는 것은 와인에서의 배럴 숙성과 유사하다. 와인 메이커는 내부를 그을린 배럴 안에서 24 개월동안 피노누아를 스모키하고 토스트향과 바닐라향이 풍기면서 밝은 과일향을 품도록 숙성시킨다. 이와 같이 커피도 로스팅된 정도에 따라 독특한 향미를 부각시킨다. 커피소비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다크하고 오일이 있는 강하게 볶인 커피콩의 바디감을 원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향미를 느낄 수 있는 좀더 라이트한 로 스팅 스타일로 소비자들의 선호가 넓어지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쇼에 진귀한 커피콩을 가져온 예멘 수출업자이건 값싼 임금을 받는 여성 농부를 위해 만들어진 케냐의 노동조합이건 오늘 아침의 향기로운 커피 한잔은 수없이 연결된 사람들의 순수한 땀의 결정체다. 와인 또한 역사적인 와인어리이건 작은 포도밭에서 나온 와인이건 그 기원과 생산자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그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원한다. 커피 또한 가려져 있는 놀라운 인간의 역사를 품고 있다. 아무튼 커피가 문화적으로 격조를 높여가는 과정은 와인이 걸어 간 길을 그대로 따르는 듯하다.

 

와인과 커피는 모두 적당량 섭취하면 건강에 좋다. 와인의 경우 껍질에 들어있는 타닌 성분 안에 폴리페놀이 혈관 속에 안 좋은 콜레스테롤을 녹여 준다. 그래서 하루에 한 잔 정도의 와인을 꾸준하게 섭취하면 혈관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은 적당량 섭취하면 혈액순환, 이뇨작용과 심장 건강에도 좋다. 하지만 평소에 빈혈기가 있는 사람들은 커피를 많이 마시면 안된다. 커피가 철의 인체 흡수를 방해해서 빈혈 증상을 심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인데 단점이 있는 건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는 와인도 마찬가지다. 무엇이건 지나치면 모자란만 못한 법이다. ​ 

 

*피터 황 Fine Wine Specialist www.winelab.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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