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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릴적 산딸기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산속을 거닐다 보면 산딸기 가시가 옷자락을 잡아 당기거나 손등을 사정없이 할퀴던가, 아니면 빨간 열매의 유혹으로 얼른 입으로 가져갔던 그런 추억이다. 맛이야 시큼새큼하여 신통치 않았지만 그래도 입이 심심하지 않아 즐거웠다. 우리 말에는 딸기로 통하지만, 영어에서는 베리라는 단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딸기는 애들이 특히나 좋아하는 그대로 이른 봄의 과일이다. 그리고 야산이나 들판에 자라는 산딸기가 있는가 하면, 뱀이 지나다닐듯한 길가에 그래도 곱게 익은 뱀딸기도 있다. 

 

그런데 영어에서는 우리의 딸기에 해당하는 단어가 베리(berries)로 통한다. ‘씨가 총총히 박힌 작고 부드러운 열매’가 베리의 사전적 설명이다. 물론 우리의 딸기도(strawberries) 베리다. 그 밖에도 요즈음 유명세를 내고 있은 블루베리(blueberries), 쨈 재료로 널리 이용되는 라스베리(raspberries) 그 밖에도 블랙베리(blakckberry) cranberries, elderberries, lingoberries, bearberries 아주 많다. 

 

특이한 베리도 있는데, 뽕나무의 오디(mulberry), 뉴질랜드의 대표과일 중에 하나인 키위(gooseberry), 한국에서 특히 남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복분자(black rispberries)도 있다. 

 

딸기와 베리는 새들에게 특히나 인기가 있다. 오클랜드에서 충분히 경험했으리라 생각되는 데, 화분에 심겨 익어가는 딸기도 붉은 색만 띠기만 하면 영락없이 새가 먼저 실례를 한다. 그래서 딸기를 가꾸는 주인은 그 다음에나 차례가 온다. 그 뿐 아니다 해양을 넘나드는 기러기 같은 철새가 육지에 내리자마자 찾아 가는 곳이 야생 산딸기 숲이라고 한다. 잘 익은 산딸기를 충분히 먹어야 하늘을 날아 바다를 건널수 있단다. 얼음으로 덮인 북극에서 사는 곰들도 아주 짧은 여름철에는 산딸기를 찾아 산 속을 헤맨다. 이렇게 여러 동물들이 야생딸기를 즐겨 먹고 있다.  

 

건강을 신봉하는 현대인 덕분에 대형마트에서는 아직도 블루베리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러면 블루베리만 우리 몸에 좋은 걸까? 모든 베리류는 그 나름대로 유익한 점이 있다는 필자의 주장이다. 

 

남자들은 복분자 술이라하면 어디서나 한 잔을 챙기려 든다. 이건 앞에서 말했듯이 복분자(black rispberries)로 만들 술이다. 그러면 블랙베리(blackberries)는 어떨까? 한번 품어 봄직하지 않은가. Blackberries는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 아니 너무나 번식력이 강해서 탈이다. 그리고 이름도 쿨하지 않는가. 블랙베리 올드블랙의 그 검정색 아닌가. 집안의 울타리나, 바람직한 공터나 안되면 화분에라도 한 포기 심어볼만 하다. 물론 새들과 싸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본인들이 알아서 대처해야 할 일이다. 

 

그 다음에 몇가지가 더 있다. Blackberries와 복분자는 실제로 보면서 구분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Blackberries를 취하든, 복분자를 선택하든, 아니면 둘도 심어보든 이 또한 주인의 몫이다. 모두다 산딸기 출신이라 가시가 있다. 아니 최근에는 가시 없은 Blackberries도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앞에서 밝혔듯이 번식력이 너무 강하다. 심어 놓고 그대로 방치하면 온통 산딸기 밭이 된다. 자신이 없을 경우 제한된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시작하기 바란다. 늦은 봄부터 여름까지 새들과 싸우면서 검은딸기를 따면 된다. 딸기를 따면서 입에 넣어도 되고, 요구르트와 함께, 아이스크림 위에 놓고 손자와 다퉈도 된다. 딸기 쨈으로 아니 블랙베리 술로 담았다가 친구들과 함께 복분자 술 얘기하며 마셔도 될 것이다. 

 

블랙베리는 산딸기의 신선함과 함께 시지 않고 달콤해서 먹을만 하다. 그리고 당분, 비타민, 미네랄, 섬유소가 풍부하다. 복잡하게 설명을 안해도 블랙베리는 초록색 열매가 붉어지고 익으면 까만색으로 변한다. 우리 몸에서 검정깨 검정콩과 같은 작용을 한다. 이 검정색, 채소와 과일 속에 들어 있는 천연색소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천연색소는 잘 아시다시피 비타민의 전구물질로 불린다. 우리 몸에서 항산화물 물질로, 항암같은 약리 작용으로 그 가치가 인정된다 해서 건강식품으로 분류 한다. 어떤이에게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과학적이라서 잘 이해가 되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새들이 다 좋아하질 않는가; 곰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도 찾아다시면 먹는다. 이쯤하면 눈치를 챗으리라 생각한다. 부족하다면, 원시인류도 수렵시절부터 이 산딸기로 식사를 대신한 적도 많았고, 익은 딸기를 보면 그냥지나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참, 여기서 밝힐 것은 야생딸기는 블랙베리이거나, 라스베리의 일종이다. 아니면 종류가 하도 많으니 이들과 사촌간쯤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서는 열성적인 육종가의 노력 덕분에 더 맛난 berries류가 개발되었다. 또한 가시 걱정도 덜어 주었으니, 어릴적 아련한 추억을 내 곁에 두고 다시 새겨 봄직도 하질 않는가

 

칼럼니스트 조 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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