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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 보면 아주 가끔 가슴에 딱 와 닿는 말이 있다. 속칭 명언들이다.  

 

그리고 짧은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바쁜 현대인들에게 이런 촌철살인(寸鐵殺人)과 같은 잠언 형태의 글들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한 맥락의 책이 최근에 나왔다.  

 

일본의 가나모리 시게나리. 나가오 다케시의 ‘초역 괴테의 말 (삼호미디어: 2012)’가 그것이다. 

 

‘좀 더 많은 빛을!’이라고 괴테는 최후의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는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하면서 스트라스부르에서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1774)> 으로 일약 유명 작가가 되었다. 〈겨울 하르츠 기행〉을 썼고, 1779년 바이마르의 대신 이 되고 1782년 내각 주석에 취임, 바쁜 국무 틈틈이〈빌헬름 마이스터 (1785)>와 시〈달의 부침〉,〈이르메나우〉,〈나그네의 밤노래〉를 엮고, 1786-1788년 각지를 순방하고〈이피게네이아 (1787)>를 극화하여 이미 집필 중의 희곡〈에그몬트 (1787)>, 〈타소 (1789)>의 완성에 힘썼다. 〈로마 비가〉와〈파우스트 단편 (1790)>, <왕복서론 (1828)>이라는 뛰어난 작품을 얻었다. 교양 소설〈마이스터의 수업시대 (1796)>, 서사시〈헤르만과 도로테아 (1797)>,〈파우스트 (제 1부, 1808)>,〈마이스터의 편력시대 (제 1부, 1821)>를,〈파우스트> 제 2부를 죽음 직전에 탈고했다. 구상에서 완성까지 60년이 걸린 ‘파우스트’는 그의 대표작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시, 소설, 희곡, 그리고 기행문을 포함해 다수의 명작을 남겼다. 그는 대 문호인 동시에 철학자이다. 

 

그의 수 많은 말 중에서 ‘행동할 것인가, 인내할 것인가. 좌절은 이 두 방법을 통해 타개할 수 있다.’고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비슷한 류의 책으로 역시 일본의 시리토리 하루히코의 ‘초역 니체의 말 (삼호미디어: 2011)’도 깊은 감동을 준다. 우리가 통념적으로 알고 있는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홍신문화사: 2006)’로 유명한 허무주의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되씹어 보면 지극히 현실주의자인 것이다. 

 

이 책에서 그런 면모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제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최소한 다음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사람과 교제할 것, 책을 읽을 것, 정열을 가질 것.’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 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 

 

‘죽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기에 명랑하게 살아라. 언젠가는 끝날 것 이기에 온 힘을 다해 맞서자.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기회는 늘 지금이다.’

 

이런 말들을 보면, 니힐리즘이라기 보다는 훨씬 현실적이고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와도 선이 닿는 듯한 감을 느낄 수 있다. 이 두 권의 책은 작가가 직접 쓴 것이 아니고 일본 작가가 그들의 작품들을 편집해서 만든 잠언집과 같은 것이다.

 

잠언 형태의 글로는 단연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세상을 보는 지혜(둥지: 1991)’가 가장 유명하다. 

 

이 책은 그 유명한 염세주의 철학자인 쇼펜하우어가 편저한 것으로 최근 2012년에 ‘아침나라’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그라시안은 이 책을 필두로 수 많은 그의 말이 책으로 나와 사랑받고 있다. ‘지혜의 기술(서 교: 2005)’, ‘너무나 인간적이지만 현실감각이 없는 당신에게(타커스: 2012)’, ‘사람을 얻는 240개의 비법(아름다운날: 2012) 등 여러 형태로 여러 출판사를 통해 책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는 1601년 출생한 스페인 작가이며 철학자로 한 때는 마드리드 궁전에서 강의도 하였다. 

 

그의 저술은 대부분 친구이자 고고학자이며 문학 애호가인 후안 데 라스노스에 의해 출간 되었다. 

 

40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말은 마치 현대에 살고 있으며 조언해 주는 것 같은 주옥 같은 말들이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애독하고 있다. 

 

리처드 템플러의 ‘인생잠언(세종서적: 2008)’은 100편의 잠언을 소개하고 설명을 달아 놓았다. 

 

이처럼 잠언은 대부분이 서양 사람들의 것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에 반해 동양의 잠언은 주로 사서 삼경을 중심으로 나오는데, 어느 한 사람의 명언 모음은 아니지만 동양인들에게는 사자성어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국어 참고서나 한문 책 뒤에는 부록으로 나오는 것들로 간혹 입학 시험이나 취직 시험에 나와 열심히 공부하곤 했다. 

 

이런 사자성어를 새롭게 정리한 책이 이남훈의 ‘사자소통 (샘앤파커스: 2011)’이다. 

 

좋은 옛 말을 골라서 새롭게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놓았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회자되는 수많은 좋은 어귀에 대한 출처와 해석 그리고 그에 걸 맞는 사례들을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놓은 책이다. ‘소통’이 화두가 되어 책 제목도 그렇게 한 것 같다. 

 

책에 소개된 많은 글귀 중에 논어에 나오는 말로 눌언민행(訥言敏行): 군자는 언어에는 둔해도, 실천하는 데는 민첩하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싶다.​

 

칼럼니스트 김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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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살다 보면 아주 가끔 가슴에 딱 와 닿는 말이 있다. 속칭 명언들이다.     그리고 짧은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바쁜 현대인들에게 이런 촌철살인(寸鐵殺人)과 같은 잠언 형태의 글들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한 맥락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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