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NZ코리아포스트 | 뉴질랜드 | 2018.05.15. 08:56

결혼을 하면 짐은 무겁지만 발걸음은 가볍고, 결혼을 안 하면 자기 혼자 가니까 짐은 없는데 발걸음이 무거워요. 왜냐하면 아무래도 우리 사회에서 결혼을 안 한다는 것은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가는 거잖아요. 대세가 아닌 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길이 험해요. 대신 짐은 없어 홀가분한 점이 있으니까 선택에 관한 문제입니다. 배우자가 같이 수련을 해서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결혼해서 가는 것이 좋죠.  

 

또한 인연이 있다고 반드시 결혼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현대인의 인연은 반드시 결혼으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친구 사이가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연이라는 것은 두 사람이 서로 똑같이 만나고 싶고 결혼하고 싶어야 인연이지 한쪽만 좋으면 인연이 아니에요. 비극은 인연이 아닌데도 사람들이 무릅쓰고 뛰어넘어서 생기는 것입니다. 기준은 서로 똑같이 좋아해야 인연입니다. 

 

결혼 시기는 대개 세 번 있다고 했어요. 20대에 하면 이런 사람을 만나고, 30대에 하면 저런 사람, 40대에 하면 또 다른 사람, 이런 식으로 달라집니다. 결혼은 선택입니다. 20대 때 결혼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다른 시기에 하면 만나는 상대방도 달라집니다. 어디까지나 본인들이 선택할 문제입니다.

 

혼자 사는 것이 자신이 있어서 결혼을 안 하려고 한다고 하시는 분이 있는데요. 옛날에 프랑스에서 가정 주부들이 혼자 사는 여자들 때문에 데모를 한 적이 있어요. 혼자 사는 여자들이 혼자만 살면 괜찮은데, 상대하는 사람들이 자기 남편들이어서 문제라는 얘기였어요. 혼자 살면 혼자 살았지 왜 내 남편 뺏어가냐고 항의를 했다더군요. 그런 면에서까지 자신이 있으면 혼자 사십시오.

 

오해를 하실 수도 있으신데 결혼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조금 시기를 늦춰서 안목이 높아졌을 때 하시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남사고 선인 같은 분은 결혼을 안 하셨을 뿐만 아니라 평생 가까이 지낸 여자가 없었다고 하죠? 선인들은 그렇게 쓸데없는 기소모를 안 합니다. 불필요한 말씀도 안 하셔서 열 번 물으면 한 마디나 겨우 할 정도로 냉정하게 공부시키시죠. 또 생활이 단정하고 잡스러움이 없어요. 이 수련의 길은 그렇게 해도 갈까 말까 한 길입니다. 

 

“누기”하지 말라는 말이 있죠?  

나중에 생각해 보면 전에 기운을 함부로 쓴 것이 그렇게 후회될 수가 없어요. 수련으로 돌렸으면 너무 좋았었을 에너지를 낭비한 일이 많죠. 그런 것이 많이 후회가 되는데 특히 남자의 경우 정의 소모를 너무 많이 한 것은 정말 통탄할 일이에요. 도로 주워 담을 수도 없어요. 그런 것들을 나중에야 알게 되어 후회하고 가슴을 치는데 그 때 는 이미 늦습니다.

 

젊은 분들은 너무 좋은 여건인 것이 수련의 길에 일찍 들면 낭비할 일이 없잖아요. 그래서 얼마나 재미없겠는가 생각하실 분도 계실 텐데,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 안 해도 좋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잡스러움이 자꾸 걸러지니까 단정하게 살 수 있죠. 아예 모르는 채로 갈 수는 없어서 그런 것도 알기는 알아야 되지만, 번잡하고 잡스러운 방법이 아니라 남들이 봐도 반듯하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알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긍정적인 방법으로 하시라는 말씀입니다. 명상의 길에 들어오면 안목이 높아지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할 일이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9da915644f6124c0360cd8be2c034dad_1525746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칼럼] NZ노동당 정권교체, 국민당 정권의 ‘오만’이 1등 공신이었다

    국민당의 '오만': 닉 스미스, 존 키, 빌 잉글리쉬 3인방   2017년 9월23일 총선결과로 당시의 집권 국민당이 노동당에 정권을 뺏긴지 약 8개월이 됐다. 우익보수 국민당이 좌익진보 노동당으로 정권을 내준 이유를 곰곰히 따져보면 적은 밖이 아니라 오히려 안에 있었다....

  •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5편

    섬과 같은 사랑   이 옛이야기의 내용은 각편에 따라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의 부족이 서로 싸움을 하여 로미오와 줄리엣 집안처럼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원수의 집안으로 설명이 되는 경우도 있고, 히네모아의 부족이 투타네카이의 부족보다 신분이 높아 집안에서 사랑을...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5편
  • 먼 나라 이웃 나라

      예전에는 만화 가게가 성행을 했을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아이들이 오락을 즐기는 유일한 곳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가방을 던져 놓고 한 걸음에 가는 곳이 바로 만화 가게였다.   산호의 ‘라이파이’나 김종래의 ‘엄마 찾아 삼천리’같은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는 ...

    먼 나라 이웃 나라
  • 자녀들의 딜레마, 한국식? 뉴질랜드식?

    우연히 대학생 딸의 문신을 본 후 충격을 받고 한달 넘게 딸과 대화를 끊고 있다는 아버지, 고등학생 아들의 책상에서 콘돔을 발견한 후 아이를 야단쳤더니 돌아오는 말대꾸.    ‘왜 내 책상을 뒤져요? 사생활을 존중해 주세요!!’대성 통곡하고 들어 누웠다는 어머니.   ...

    자녀들의 딜레마, 한국식? 뉴질랜드식?
  • 아름다운 만남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지저분한 밑바닥까지도 알아야 된다고 직접 체험해 보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리 문학을 해도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잘못된 인식입니다. 꼭 바닥 인생을 살아야만 글을 쓰고 모르면 못 쓰는 것은 아니거든요.     명상 속에서 보면 모든 것...

    아름다운 만남
  • 런던 스모그와 서울의 미세먼지

    1952년 런던에서 대규모 스모그 참사가 일어났다.  서울도 걱정이다.  쾌적한 공기는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절대 절명의 자산인데……     우리는 흔히 ‘런던’하면 안개를 연상한다. 그런데 왜 스모그라고 부르는 것일까? 스모그(Smog)는 매연(Smoke)과 안개(Fog)의 합성어...

  • 낙엽 밟히는 그리움을 걷다

        사계절이 뚜렷하진 않지만 언제 바꼈는지 바뀌는 건 틀림없다. 밤바람에 낙엽구르는 소리가 선잠을 깨운다. 아직도 여름인줄 알았는데 성큼 가을이 문턱에 와 있다. 하늘 끝에 닿았던 나무의 푸른 잎새가 듬성듬성 숱 없는 여인들 머리처럼 엉성해서 서글프다. 발끝...

  • 워홀러가 워홀더로 변신하려면?

    연간 3,000명의 쿼터가 순식간에 채워지는 뉴질랜드 워킹할리데이 프로그램. 이번에도 이변은 없었습니다. 지난 5월 16일 아침의 한국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로 등판했던 NZ워킹 할리데이는 당일 오전에 “완판”으로 마감이 되었다지요.    오늘은 워킹 할리데이 소지자(...

    워홀러가 워홀더로 변신하려면?
  • 천국의 노숙자들

    거리에서 지내는 사람들에게 가장 혹독한 계절인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집값과 렌트비가 저소득층에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른 오클랜드에서는 올 겨울 길거리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사상 최고를 보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복지 선진국 뉴질랜드지만 주택난...

    천국의 노숙자들
  • 이슈로 등장한 이동용 가스 난로

    5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뉴질랜드에도 겨울이 본격 시작됐다. 매년 겨울이면 코 끝까지 얼어붙는 매서운 추위는 아니지만 몸을 으슬으슬하게 만드는 냉기는 사람들에게 실내 난방 문제를 놓고 고민하게 만든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동용 가스 난로(portable gas ...

    이슈로 등장한 이동용 가스 난로
  • 웃는 남자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점이 있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이다.    주인공인 한 여성의 비극적인 삶을 그렸지만 실은 그를 사랑했던 시골 농장을 운영하는 조연 남자의 삶을 톨스토이가 바라는 ...

    웃는 남자
  • 이민생활, 아이들도 어른만큼 힘들다

    얼마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의 1.5세대 젊은 분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청소년기를 이곳에서 보낸 그들의 이민정착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다. 그들도 부모세대와 똑같이 이민생활의 아픔과 고뇌를 겪었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

  • 피는 물보다 진하다

    얼어붙은 한반도에 봄은 찾아오는가?   수천 년 동안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우리의 국토인데 왜 금단의 땅이 되어 …… ​    2016년 11월16일에 오클랜드의 노스 하버 스타디움(North Harbour Stadium)에서 열렸던 U-17 소녀 축구 월드컵 결승전에서 북한과 미국 팀이 겨...

    피는 물보다 진하다
  • 인연

    결혼을 하면 짐은 무겁지만 발걸음은 가볍고, 결혼을 안 하면 자기 혼자 가니까 짐은 없는데 발걸음이 무거워요. 왜냐하면 아무래도 우리 사회에서 결혼을 안 한다는 것은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가는 거잖아요. 대세가 아닌 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길이 험해요. 대신 짐은 ...

  • 은퇴는 사치? … 늦은 나이에 일하는 사람들

      일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일부는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서 삶의 만족과 가치를 위해 직업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생계 불안에 생활비를 보태려 일하는 노인들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 빈곤 증가 추세    오랫동안 뉴질랜드인들은 안락한 노후를 위해 세 단...

    은퇴는 사치? … 늦은 나이에 일하는 사람들
  • 교통사고 부르는 다리들

      작년 중반부터 전국적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급증, 경찰과 도로관리 부서를 포함한 정부 당국이 긴장한 가운데 국민들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교통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에는 과속 등 운전자들의 안전의식 부족도 문제지만 교통량 증대와 더불어 ...

    교통사고 부르는 다리들
  • 집이 학교다

    최근 몇 년간 뉴질랜드 교민사회에 불어닥친 교육 현상의 변화는 뭐니뭐니해도 저학년 학생들에 대한 교육 열풍이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고학년 학생들의 학습 문의 증가세 보다는 저학년 학생들에 대한 고민 상담과 학습 문의가 급격히 늘어나 이러...

    집이 학교다
  •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3편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젊은 추장 투타네카이는 모코이아 섬에 살고 있었다. 로토루아 주변에는 작은 마을들이 있었는데, 때로 카누들이 모코이아 섬에 찾아와 바깥소식을 전해주곤 했다. 그중 오우하타(Owhata)에 사는 아름다운 여인인 히네모아에 대한 이야기가 많...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3편
  • 괴테의 말

      세상을 살다 보면 아주 가끔 가슴에 딱 와 닿는 말이 있다. 속칭 명언들이다.     그리고 짧은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바쁜 현대인들에게 이런 촌철살인(寸鐵殺人)과 같은 잠언 형태의 글들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한 맥락의 ...

    괴테의 말
  • 장보고와 한반도의 운명

    지구본을 거꾸로 들어 5대양 6대주를 바라보라.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제대로 통찰한  장보고의 네트워크 비법을 이어받아 ……        “바다를 다스리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한반도가 일제에 의해 강점되고 광복을 맞은 지 73년이 지났는데도 독도 문제 하나 해...

    장보고와 한반도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