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VS 이탈리아 (Ⅰ) 

 

카톡이나 안부를 먼저 보내주는 사람이 한가하고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늘 당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툰 후에 먼저 사과하는 것은 잘못이 있어 그러는 게 아니라 당신을 아끼기 때문이다. 이기고 지는 것의 그 깊이를 이해하고 있다면 설사 손해본 듯해도 상처를 입을 필요는 없다. 이번에 이긴 사람도 언젠가는 반드시 진다.

 

867cf15f6a016d60d5c7d2a6397d0d0f_1536621
 

프랑스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직후에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프랑스 축구팀 유니폼을 입은 모나리자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이탈리아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어느 나라보다도 축구에 대한 애정이 큰 이탈리아인들은 가뜩이나 대표팀이 60년만에 예선에서 탈락하자 대회기간 내내 우울해 있던 터였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화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6세기 초반 피렌체의 상인인 프란체스코 델 지오콘도의 아내 ‘리자 델 지오콘도’를 모델삼아 그린 것으로 알려진 ‘모나리자’는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적인 소장품이다. ‘나폴레옹이 훔쳐간 모나리자’를 돌려 달라며 반환 서명운동을 하고 있을뿐더러 이탈리아인이 그린 ‘모나리자’는 당연히 이탈리아의 작품이라고 믿는 그들에게 상당히 감정이 상하는 세라모니였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다빈치가 1516년 예술활동의 후원을 약속한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의 요청으로 프랑스로 이사할 때 가져갔고 다빈치가 죽은 후 그의 제자들이 프랑수아 국왕에게 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프랑스 내에서의 와인의 위치는 일상 생활과 가장 가까운 문화 유산이나 다름없다. 프랑스 와인이 다른 나라보다 일찍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풍부하고 다양한 식생활 문화를 들 수 있다. 추운 북부지방과 따뜻한 남부지방에서 다양한 농산물이 나오고, 북해와 대서양의 한류, 지중해의 난류에서는 다양한 수산물이 나온다. 그리고 여러 민족이 얽혀서 색다른 음식 맛을 옛부터 익히고, 왕족과 귀족의 호화 찬란한 생활과 까다로운 입맛에 맞는 고급 요리가 발달하였다. 이에 맞추어 와인 또한 요리와 함께 식탁을 장식하는데 필수적인 식품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프랑스 와인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게 된 계기는 1935년 와인에 관한 규정을 만들고 고급와인을 분리시켜 세계적인 와인으로 발돋움시킨데 있다. 이에 비해서 이탈리아는 거의 전 지역에서 와인이 생산되고 있고 생산량 또한 세계에서 가장 많으며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국인 데도 불구하고 프랑스 와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싸게 팔리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 와인은 그 역사나 품질 면에서 세계최고의 수준인 데도 의외로 세계시장에서는 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제사회의 정치적인 여건에도 영향을 받았겠지만 비적극적인 국제 마케팅으로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프랑스산 와인은 향이 진하기로 유명하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현재 시장에 판매되는 프랑스산 와인은 주로 고가의 제품으로 대부분이 좋은 향과 맛을 보유하고 있다. 와인들은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말벡, 소비뇽 블랑, 세밀리옹 등이 주를 이룬다. 프랑스는 와인의 필수 요건인 기후, 강우량, 일조량, 석회질 토양 및 자갈 층, 습도, 온도 등 모든 적당한 자연조건을 갖고 있는 데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포도 종자를 재배할 수 있어 다른 나라보다 포도주 산업에 유리하다. 그리고 현재는 신세계 와인의 영향을 받아 와인의 풍미가 과거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지고 풍부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과일의 맛은 신세계 와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프랑스 와인을 구매할 때는 같은 지역이더라도 빈티지(Vintage, 생산년도)가 무척 중요하다. 기후와 전반적인 토질에 의해 와인의 맛이 천양지차이기 때문에 빈티지에 따라 가격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프랑스와인은 명성이 높은 반면 가격만 비싸고 제구실을 못하는 와인들이 종종 있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칼럼 니스트 피터 황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포커스] 다시 고개 드는 인종차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인종차별 행위도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 행위가 크게 늘어 경제 침체와 실업 증가를 가져온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총선을 앞...

  • 인간과 전염병의 싸움, 최후의 승자는

    ▲ 밀라노 두오모 광장을 지키는 무장 군인들​   ‘코로나 19’바이러스로 뉴질랜드는 물론 지구촌 전체가 그야말로  초대형 재난을 맞아 시련을 겪고 있다.      인터넷을 비롯한 언론에는 ‘코로나 19’와 관련된 정보와 뉴스들로 넘쳐나고 TV를 통해서는 사망자가 폭증하...

  • ‘불의 땅’ 뉴질랜드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에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큰 재난이  지구촌 주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12월 9일(월) 오후에 발생한 화카아리/화이트(Whakaari/White)섬 화산 폭발로 일주일이 지난 16일(월) 현재까지 공식 사망자 16명에 사망으로 추정되는 실종자가 2...

  • 해 뜨면 일어난다

    ‘인간은 사랑없이 살 수 없고, 식물은 태양없이 살아 갈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언제 들어도 멋진 표현이다. 아마도 태양이 식물의 자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간파해서 생긴 말로 여겨진다.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전적으로 태...

  • 가장 파워풀한 마음의 응원

    간간히 저렴한 밥상메뉴를 SNS 올리다 보니 이것저것 물어오시는 분들이 많아지는데요. 가장 많은 질문이 어떻게 일주일 식비를 100불 언저리에 맞춰서 다양한 메뉴들을 만드는게 가능하냐는 문의들이 많으세요. 오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여기서 100불이란 순수한 요리재...

  • 이민자 시선으로 본 영화 ‘기생충’, 냄새와 선을 넘는 것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보았다. 칸느영화제 최고대상을 수상해서가 아니어도 평소 봉준호 감독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쁜 한국방문 일정속에서도 시간을 내서 관람을 했다.  결국 두번을 관람했으니 나름대로 팬심을 발휘한 셈이다.      봉감독이 인터뷰에서 ‘이 ...

  • 주식투자, 100배의 결실도 가능하다

    무궁화 펀드 주식, 6개월만에 22% 성장      “오빠 오빠! 시청에서 새로 Valuation 이 왔는데 글쎄 우리집이 100만불이래! 어머머 20만불이나 올랐네”“자기야 너무 좋아하지 마. 뭐 우리집만 올랐나? 다른 집들도 다 오른 걸! 세금 더 내라는 거지 뭐. 그 20만불이 통장...

  • 유출 파문에 묻힌 ‘웰빙 예산’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세계 최초의 ‘웰빙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언론들에서도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며 관심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 언론의 가장 큰 뉴스거리는 웰빙 예산 내용들보다는  공식 발표전 벌어진 예산안 유출이었다.  ...

  • 지구를 위협하는 플라스틱

      ▲ 목장에 등장한 플라스틱 울타리 기둥​   만약 인류에게 ‘플라스틱(plastic)’ 이 없었다면 우리의 삶이 어땠을까?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이미 인류에게 플라스틱은  삶의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된 지 오래이다.   그러나 편리한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

  • 6월, 겨울꽃이 더 고운 이유

    6월.“내가 이렇다구...”   5월의 바톤을 넘겨받은 첫날부터 무섭게 엄포를 놓으며 달겨들었다. 사나운 돌풍과 더불어 기세가 대단했다. 매일 비를 뿌린다. 종잡을 수 없는 변덕 날씨에 몸이 갈피를 못 잡는다. 무디게 천천히 오면 적응할 준비가 되련만, 위세에 눌린 노...

  • 행복으로 가는 여섯 번째 단계

    계속해서 앤서니 그란트 교수의 ‘행복한 호주 만들기’ 심리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가 설정한 행복으로 가는 첫번째 단계는 목표와 가치를 찾는 것, 두번째 단계는 무작위로 친절을 베푸는 것, 세번째 단계는 ‘마음 챙김’을 생활화하는 것, 네번째 단계는 강점...

  • 당신의 장미는 안녕하신지요?

      오클랜드는 많은 가정에서 장미를 키운다. 아랫길 할머니는 앞벽에 빨간 장미를 곱게 올렸다. 매년 아주 탐스런 붉은 장미가 나에게 까지 인사를 건넨다. 마을 한복판 미장원의 분홍색 장미는 잘 다듬어진 가든과 멋지게 어울린다. 여주인은 머리 손질이 본업이지만 ...

  • 외부고사 비중 늘어날 NCEA

    교육부가 고등학교 학력 평가 제도인 NCEA(National Certificate of Educational Achievement)의 내부평가 비중을 줄이고 외부고사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외부고사에  더욱 치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행된 지 17년 만에 가장 대폭적인 NCEA 변화...

  • 해외 한인회의 수난

    1902년 12월 22일 제물포(현재의 인천)에서는 한국 역사상 첫 공식 이민선이 미지의 땅 하와이를 향해 떠났다. 이 때는 떠나는 사람이나 떠나보내는 사람이나 눈물이 앞을 가려 제물포항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일본 고오베(神戶)에 들러 신체검사를 받고 건강한 한인 101...

  • 나폴레옹 - 2019년

    저희 부부의 단골 카페는 ‘Browns Bay’ 바닷가에 있습니다. 직접 바다를 내려다 보며 조망할 수 있는 고급 카페는 아니지만 프랑스 전통 빵과 디저트를 즐기며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소박한 프랑스식 카페입니다. 평범하고 토속적인 내부 인테리어도 당연히 프랑스에 관...

  • 5불 효도

    이제 익숙해질만큼 살았것만. 지금이 5월 이란게 실감나질 않는다. 햇 밤도 먹었고 붉은 감도 풍성하니 가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내 느낌은 10월이 딱 맞다.   바야흐로 단풍마져 헐거워진 겨울의 문턱에서 어버이 날, 가정의 달도 맞았다. 내 머릿속의 5월은 만화방창...

  • 남섬에는 정말 흑표범이 살까?

      지난 몇 년 동안 남섬 일원에서는 외형은 고양이로 보이지만 야생 고양이보다는 체구가 훨씬 큰 정체 모를 동물에 대한 목격담이 여러 차례 전해졌다.    지난 4월에도 이 같은 목격담이 2차례나 국내 언론에 잇달아 소개됐는데,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관련 뉴스를 지...

  • 사상 최저의 기준금리

    뉴질랜드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1.5%로 인하됐다.  새로운 저금리 시대를 연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적절한 지에 대한 논란과 그 동안 경험하지 못한 최저 금리가 가져올 효과에 대해 알아본다.     기준금리 역대 최저1.5%로 인하   중앙은행은 지난 8...

  • 사람이 재산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당시 두 대통령은 북한을 방문하고 통일 방안을 논의하였다. 이는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었으며 한민족의 통일에 대한 열망이 빛을 보는듯했다. 그 때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기도 하였다. 두 번 다 남측 정상이 북한을 방문하...

  • 잡종의 생존법칙

      와인의 품질은 포도 품종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개성에 크게 지배된다. 결국 품종이 같다면 재배지가 다르더라도 품질 면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품종이라도 수세기 동안 어떤 곳에서 재배된 특정 품종은 자연 돌연변이에 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