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NZ코리아포스트 | 뉴질랜드 | 2018.09.24. 08:15

‘날개’하면 새, 천사, 비상(飛翔), 비행기, 꿈, 욕망과 같은 단어들 그리고 이상의 단편소설 제목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나의 어머니와 Y라는 친구가 생각난다.  

 

어머니는 내가 어린 시절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아마도 가정 내에서 육아와 집안 살림으로부터 도망쳐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어른이 된 후 어머니의 그 바람을 많은 결혼한 여성들에게서 발견하고 그것이 ‘선녀와 나무꾼’에서 선녀의 날개옷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창시절 내 짝꿍이었던 Y는 참 착하고 조용하며 작고 여린 소녀였는데 태어날 때부터 한쪽 발목이 꺾여 있어 걷는 데 약간의 장애가 있던 친구였다. 당시 나는 Y를 생각하며 ‘찢어진 날개를 가진 나비’라는 글을 썼었고, 그 친구가 항상 잘 되고 잘 살기를 바랐었다. 당시 내가 쓴 글의 내용이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나비가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극복한 이후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Y와 연락이 끊긴 지 20여 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가끔씩 그 친구가 생각난다. 그리고 그 천사 같았던 아이가 정말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를 바란다. 

 

날개는 두 가지의 의미를 상징한다. 하나는 비상이나 꿈과 같은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의미와 다른 하나는 이루어지기 힘든 이상, 허황된 욕망, 헛된 꿈과 같은 어쩌면 바라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부정의 의미가 그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비상을 꿈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체로 비상에 대한 꿈은 어린 시절에 품는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꿈을 접게 된다. 사는데 바빠서, 먹고 살아야 하므로, 힘이 없어서, 그냥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육아나 살림살이에 지쳐서, 가족을 책임져야 하므로 등등 다양한 이유와 핑계 때문에 자신의 꿈과 날개를 겨드랑이 깊숙이 넣어 버리거나 아예 꺾어버리기도 한다. 또는 자신에게 날개가 있었다는 것조차 잊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반대로 스스로 날개를 접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압력에 의해 날개가 꺾이는 경험을 해본 적도 있을 것이다. 혹은 날개가 꺾이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거나 또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누군가의 날개를 꺾어버린 적도 있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겨드랑이 안의 꺼끌거리는 날개를 내보이거나 펼쳐보지도 못한 채 숨겨야만 했을 수도 있고, 펼치거나 잠시 비상을 해본 후 어쩔 수 없이 날개를 꺾어야만 했을 수도 있고, 또는 비상을 하다가 추락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아기장수 이야기의 핵심은 아기장수가 뜻을 품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비극적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날개를 달고 있는 이야기, 날개가 없는 이야기, 부모가 죽이는 이야기, 국가에서 죽이는 이야기도 있고 특이하게 아기가 여자인 각편도 하나 있다. 하지만 그 여러 가지 각편의 가장 중심에는 아기가 상징하는 것처럼 채 자라지도 못한 꿈이 하루 아침에 무너져 버린다는 것이다.

 

아기란 갓 태어난, 미처 성숙하지 않았고 아직 혼자서는 독립을 이룰 수 없으며 성장을 위하여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이다. 그런데 주변의 어른들은 국가 권력의 부당한 힘과 두려움 앞에서 비겁하게 아기를 죽이고 만다. 그 비겁함이 결국 나라와 자신들의 미래를 망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근시안적 판단으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약하고 힘없는 소심한 민중들이 자기에게 미칠 화를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었다. 

 

사실 이러한 일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사회적 편견이나 선입견, 고정관념, 기성관념 또는 주변의 눈치나 갑의 횡포, 국가 권력 앞에서 아직 자라지도 않은 생각의 싹을 잘라야 한다거나 죽여야만 하는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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