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인간과 가장 친숙하게 지내온 개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견권이 인권을 앞설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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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하고 개하고 100m 달리기 시합을 열었다. 한 사람은 개한테 뒤지지 않으려고 혼신을 다하여 개하고 나란히 골인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랬더니 ‘개 같은 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한 사람은 초인적인 기량을 발휘해 개보다 일찍 골인 지점을 통과했다. 그랬더니 ‘개보다 더한 놈’이란 평가를 받았다. 

 

또 다른 한 사람은 개보다 늦게 도착했다. 그랬더니 ‘개보다 못한 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어차피 개하고 비교된다면 인간 취급을 못 받는 경우이다. 

 

개는 가축 중에서도 인간과 가장 오랜 세월을 생활해왔고 또한 가장 인간과 소통이 잘되고 있으며 따라서 가장 인간과 친하게 지내는 동물이다. 

 

이스라엘에서 1만 2천 년 전 묻힌 여인의 손에 강아지가 함께 발견되면서 개와 인간의 역사는 최소 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늑대가 석기시대의 인간집단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붙잡혀 가축으로 키워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구석기 시대 이미 보리 재배를 한 흔적이 나타나고, 인류가 작물을 재배한 증거는 원시민족인 호서인 유적에서도 발견된다. 이 시기는 늑대와 인간이 함께 하기 시작한 1만 2천 년 전과 거의 비슷하다. 인간의 주식(主食)을 받아들인 늑대는 개로 진화하고 결국 유전자 변화를 통해 인간의 주식을 먹을 수 있는 개가 된 것이다. 

 

이제 인간을 떠난 개의 생존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을 닮은 개는 인간의 이기적 폭력성을 배우는 대신 늑대의 본성인 나눔과 자비를 잃었다. 

 

그 어떤 동물도 자연을 파괴하지는 않는다. 그곳이 바로 그들이 생존을 위탁하는 보고이기 때문이다. 

 

무리 사회를 이루어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의 폭력은 자신의 집단을 향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먹이 사냥을 위해서이다. 

 

그런데 인간과 개는 최소 1만 2천 년을 함께 하면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영향을 서로 끼친 것인가? 자연을 잃고 물질문명에 의존하는 인간과, 늑대의 본성을 잃고 인간에 의존하며 사는 둘을 바라본다. 

 

개는 주인을 위해서는 충성을 다한다.  데일 카네기가 ‘개 꼬리의 처세’에서 말했듯이 개는 주인이 밖에서 돌아올 때 먹을 것을 가지고 오든 빈손으로 오든 주인만 보면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그러나 인간은, 심지어는 자기 가족마저도 자기의 기분 상태에 따라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그러나 공익적인 차원에서 바 라보면 개와 주인의 이러한 절대 충성 관계는 인간의 이기적인 심성의 발로로 사회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자기 집안의 다른 동물은 물지 않는 개가 옆집 고양이는 물어 죽인다. 자기 집안에서는 오물을 분비하는데도 장소를 가리지만 공공장 소나 남의 집에는 마음대로 분비한다. 가끔 개가 주인 식구가 아닌 다른 사람을 물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정치인이 정권을 잡으면 자기한테 평소 행한 충성도에 따라 벼슬을 나눠주는 행위로 나라를 병들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개와 관련해 뉴질랜드 한인 사회에 아픈 추억이 있다. 2002년 월드컵 축구가 열기를 더하는 가운데 당시 한국팀은 예상 외로 16강은 물론 미국, 스페인, 이태리 팀까지 격추하며 4강에까지 진출하자 전 세계 한민족을 하나로 묶는 계기를 만들었다. 

 

반면 유럽계 백인들에겐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TV1에서 월드컵 중계가 시작될 무렵 한국의 개고기 시장과 보신탕집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월드컵이 끝난 후에는 뉴질랜드 헤럴드지에서 악의적으로 한국인의 음식 문화를 비하해서 보도했다. 한국인은 개고기, 뱀, 해마를 즐겨 먹는 국민이라고 망발을 늘어 놓았다. 그러면서 한국은 월드컵 결승에 올라갈 자격이 애초에 없었으며 스페인 전에서 거둔 페널티킥 스코어도 거짓이라고 헛소리를 토해냈다.

 

이에 대항해 몇몇 교민들이 대책 모임을 결성하고 집단 행동방향을 모색하자 당시 한국신문, 뉴질랜드 타임즈, 코리아 타임즈, 코리아 타운, 한인방송 등 언론/방송사 등이 합세하여 ‘뉴질랜드 헤럴드 망언 교민 대책 모임’을 결성하게 되었다. 

 

교민들의 반응도 붉은 악마의 기세가 헤럴드지로 비화하려는 태세로 확산되고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탄원서를 준비하고 항의서한을 발송하고 항의단을 파견하는 등 행동개시에 들어갔다. 헤럴드 지에는 사과문 게재와 보도 기자 및 편집장 해임 등을 요구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프레스 카운슬에 제소하고 명예훼손으로 배상을 청구하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통보했다. 

 

한편 집단행동에 따른 모금 운동에 돌입했다.                                       

 

4개월 여를 옥신각신하다가 양측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헤럴드 측의 사과를 받아내는 한편 한국의 경제 발전상에 관한 특집과 뉴질랜드 교사의 한국 방문 체험기를 게재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헤럴드 측의 화해적인 제의에 양측은 평화적으로 갈등 관계를 청산하고 그동안 모금한 성금 27,000 달러를 전액를 기부한 당사자들에게 반환해주었다. 당시 해프닝은 뉴질랜드 한인 사회의 결집력을 보여주는 플러스적인 결과도 가져왔다.

    

영국의 여류 작가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 1882-1941)는 개에게도 등급이 있다고 했다. 정승 집 개와 여염 집 개가 같은 대우를 받을 리는 없다. 옛날이나 현대에나 권력 층, 부유 층 집의 개는 일반 하층민 보다 더한 대우를 받으며 호강하고 있다. 한국에서 한일관 주인이 반려견 개에 물려 죽은 일로 사회적 물의를 자아내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도 간혹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아무렴 주인의 신분에 따라 대우를 받는 개이기로서니 견권(犬權)이 인권(人權)을 앞설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칼럼니스트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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