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종교 다원주의 속에 살고 있다. ‘종교 다원주의(religions pluralism)’는 말 그대로 특정 종교의 절대성보다는 다양한 종교의 동시적 존립을 주장하는 사상이다. 

 

현대는 다양성의 시대이므로 특정 종교 역시 절대적 진리나 가치를 주장할 수 없다는 종교에서의 가치중립적 태도이다. 

 

슈나아더는 각 종교의 핵심 단어는 자비 (이슬람), 정의(유대교), 조화(도교), 용서(그리스도교) 라 정의했다. 

 

하지만 자비는 불교에 더 적합하고, 이슬람은 평등이 더 적절한 것 같다.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라마가 각 종파를 총 망라한 신앙인들의 모임인 삼소회(三笑會) 회원들과 만남에서 한 말이다. “신앙에는 신념과 존중, 두 가지가 있다. 신념은 자기 종교에만 가져야 하지만, 존중은 모든 종교에 대해 갖고 있어야 한다.” 

 

종교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종교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것이기에 한 번은 집고 넘어가야 할 과제이다. 

 

어느 분이 기독교와 불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독교와 여타 종교의 차이점은 기독교는 부름의 종교이나 여타의 종교는 찾음의 종교라는 점이다. 부름이란 신이 인간을 불렀다는 것으로 인간을 세상에서 건지시기 위함이고, 찾음이란 인간이 신을 찾는다는 것으로 인간이 세상으로부터 해방받기 위함이다. 주체가 신이냐 인간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세상으로부터의 건짐이나 해방은 같다. 기독교는 건짐을 구원이라고 하고, 불교는 해방을 해탈이라 부른다. 달리 말하면, 양자 간에는 필요에 의해서 찾은 해탈이냐 요구도 없이 선물로 받은 구원이냐의 차이가 있다. 전자는 구도자의 길이고, 후자는 소명자의 길이다. 해탈의 길은 구도자가 포기하면 이룰 수 없지만, 구원은 소명자가 포기하지 않는 한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필요와 부름이 만나는 신인 합일이 최선의 길이리라.’ 

 

한편 지당하신 말씀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 깊은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인이 많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에서는 불교를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불교는 경전을 통해 이치를 깨닫는 교종과 자기 참선을 통해 해탈을 얻는 선종으로 나뉜다. 하지만 우리에게 불교하면 제일 먼저 와 닿는 것이 참선(禪)이다.

 

불교의 경전들 - 법구경(法句經)이나 유마경(維摩 經) 또는 반야심경(般若心經) 등을 통해 구도하는 승려가 아닌 일반인들은 불교를 설명하는 책을 통해 불교를 접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수 많은 사람들이 번역을 해서 가장 친숙한 경전이 법구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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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 윤환의 ‘서른에 법구경을 알았더라면​(작은 씨앗: 2013)’이 현대 감각에 맞는 해설로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법구경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자기야말로 자신이 주인이다. 어떤 주인이 따로 있을까? 자기를 닦아 잘 다룰 때 얻기 힘든 주인을 얻을 것이다. (自己心爲師 不隨他爲師. 自己爲師者 獲眞智人法)’ 

 

우리가 불교를 알기 위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러 책들이 있다. 1972년 불교서적공사에서 만든 ‘불교명언집’은 가로 쓰기가 아닌 세로 쓰기로 된 책이다. 10개의 목차에 불교의 종교관, 인간관, 윤리관, 여성관, 우주 관, 경제관, 국가관, 문화관, 역사관에 대해 설명하였다. 

 

김용옥 교수의‘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통나무: 1989)’는 한국 불교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종교적인 책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색채가 강한 비판서이다. 

 

시중에는 교리보다는 선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왔다. 생활 선 모임에서 만든 ‘할(한마당: 1992)’은 이야기로 깨치는 선문답으로 111편의 선 이야기가 실려 있다. 

 

또한, 조오현의‘선문선답(장승: 1994)’에서는 한. 중. 일의 선사 119인의 선 세계가 소개되었다.

 

 숭산 스님의 공안집(公案集)을 무심 스님이 편저한 ‘온 세상은 한 송이 꽃(현암사: 2001)'은 하루에 한 편씩 읽는 365일 선에 관한 것이다. 

 

사실 우리 스스로 우리 불교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다. 믿고 안 믿고는 개인들의 선택이지만 우리 역사와 함께 해온 우리 불교에 대해 공부를 했으면 한다. 

 

‘문화든 언어든 자기네가 최고라는 지나친 민족주의는 좋지 않다. 나도 예전에는 불교가 최고의 종교라고 말했으나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특정 질환에 잘 듣는 약이 있듯 어떤 정신적 분위기에 가장 잘 맞는 종교가 있는 것이지 일반적으로 한 종교가 최고라고 할 수는 없다.’라고 이야기한 달라이라마의 종교관에 공감이 간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어느 신을 믿느냐’보다는 ‘어떻게 살아가느냐’인 것 같다.

 

칼럼니스트 깅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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