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위 양도가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정치 안정, 경제 번영,

문화 융성과 함께 평화가 지속되었던 로마제국의 5현제 시대에는……

 

 

41e07851712e5f739540c6ad34d24dfa_1502254

 

 

개인의 삶이나 국가의 흥망이 마찬가지이지만 지난 일을 되돌아보면 한 때 잘 나가던 때가 있었음이 보통이다. 팔자를 잘 타고나서 혹은 시대를 잘 만나서 비교적 평탄하게 일생을 보내는 수도 있고 그 반대로 평생을 빛을 못보고 한 많은 인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국가의 운명도 그 시대의 처한 상황에 따라서 비극과 희극이 교차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한 때나마 행복했던 시기를 지내게 된 경우가 많다.

 

로마제국의 역사를 돌이켜봐도 마찬가지이다. 로마의 건국 기원은 BC 753년으로 서(西)로마제국이 멸망한 AD 476년 까지 1,229년을 로마의 역사로 기술하고 있다. 물론 AD 395년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두 아들에게 로마제국을 동(東)과 서(西)로 분리하여 양도한 이래 동(東)로마제국은 비잔티움 제국을 형성하여 1,453년까지 존속하기도 했다.

 

로마가 제국을 형성한 것은 옥타비아누스가 악티움 해전에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게 승리함으로서 일궈낸 BC 27년부터 기원한다. 옥타비아누스는‘존엄한 자’를 뜻하는‘아우구스투스’라는 칭호를 받고 초대 황제로 등극했다. 그 후 로마제국은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AD 476년까지 503년 동안 존속하였다.

 

그러나 제국의 역사는 피바다의 연속이었다. 황제의 폭정과 권력층의 사치와 향락, 끊임없는 전쟁으로 일반 백성은 고달픈 삶을 지탱할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명을 다하고 자연사한 황제는 손으로 꼽을 정도이고 대부분이 암살당하거나 처형당하고 전선에서 병사하는 등 파란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평화가 지속되고 백성들이 편하게 지냈던 시절이 5현제(賢帝) 시대이었다.

 

서기 96년부터 180년까지 84년 동안은 제국의 영토가 확대되고 평화가 지속되었으며 이 시대 제위(帝位)는 세습(世襲)이 아니라 원로원 의원에서 가장 유능한 인물을 황제의 양자로 받아드려 제위를 이어가게 했다. 

 

정치안정, 경제번영, 최대의 영토유지, 문화를 속주(屬州)의 각 지역에 파급시켜 제국의 최 전성기(Pax Romana)를 이룩하였다. 5현제 시대에는 원로원과 황제의 현명한 타협의 정치체제를 확립하여 영국의 역사가 기번(Edward Gibbon, 1737-1794)이 기술한데로‘인류역사상 가장 행복했던 시대’로 평가받고 있다.

 

5현제 중 첫 번째 네르바 황제는 당시로서는 고령인 66세에 등극하여 2년 동안 사회복지 정책을 수립하였고 두 번째 트라야누스 황제는 속주 출신임에도 황제가 되어 적극적인 대외정책과 자선 사업을 추진했다. 세 번째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반평생을 속주 순행(巡行)에 바쳤으며 그리스 문화를 애호하였다. 

 

네 번째 안토니누스 피우스 황제는 경건함을 잃지 않았고 다섯 번째 황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명상록」의 저자이며 스토아(Stoa)학파의 철인(哲人)이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61-180 제위)이었다. 

 

선대의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마르쿠스의 총명함을 알고 마르쿠스의 고모부인 안토니누스를 후계자로 지명하고 마르쿠스를 입양토록 조치하여 제위를 이어가도록 하였다. 5현제 시대의 마지막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재임 중 수 많은 외침과 반란에 시달리다 다뉴브 강 전선에서 전사하였다. 

 

그리고 황후 파우스티나의 검투사들과의 외도는 말썽거리가 되었으며 제위를 이어받은 아들 콤모도스는 무능과 변덕, 쾌락추구로 로마 역사상 가장 나쁜 황제로 비난 받았다. 따라서 현제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명상록의 저자로서의 영향력이 뒷받침된 듯하다.

 

‘과욕은 패망을 부른다.’5현제 이후 로마 사회의 부패, 사치와 향락은 끝이 없었으며 잔인한 쾌락 추구는 인간성의 말살을 가져왔다. 예를 들어 검투사들이 실제로 상대를 찔러 죽이는 게임을 구경거리로 즐길 정도였다.

 

한국 사회에도 언제나 5현제 시대가 도래 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한국 역사 5천년 동안 1000여 번에 이르는 외침과 내란에 시달리면서 끈질기게 버텨온 한민족이다. 20세기 동안만 하더라도 일제 식민지, 해방 후의 혼란, 정부 수립과 한국전쟁, 여섯 번에 걸친 정치변혁, 가난으로부터의 번영, 첨단 산업, 문화, 스포츠 분야에서의 세계 제패 등 희비(喜悲)가 교차되는 가운데 120여년의 세월을 보냈다. 

 

현재도 북한 핵 문제로 국제적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남북한 문제만 해결되고 정치적인 안정만 이루어진다면 평화로움 속에 경제, 문화의 번영을 이루면서 행복한 한민족의 시대가 도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클랜드 한인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오클랜드 한인회가 출범한 지 26년이 흘렀지만 그동안 숱한 갈등과 불화를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자체 회관도 마련이 되었고 한인회가 재정적으로도 자립할 수 있는 단계로 성장하기도 하였다. 

 

뉴질랜드 같이 평화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우리 한인들 스스로 평화로운 공동체를 이루기만 한다면 어느 누구도 그 평화로움을 깨뜨릴 세력은 없다. 

 

모두가 우리 한인들 자체가 할 탓이다. 한인회가 편안한 가운데 한인사회가 편안해지고 한인사회가 편안해짐으로서 우리 한인들의 일상생활이 편해지기를 염원해본다.

 

 

칼럼니스트 한일수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아버지의 겨울

      친정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살던 시절이었다. 어느날 아버지의 부름을 받았다. 어머니가 병이 나셨나?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무슨 일인지 약간의 긴장을 하면서 달려갔다.   함께 살던 아들들 가족 분가시키고 두분만 오롯이 남아 사는 헐헐한 집이었다. 어머...

    아버지의 겨울
  • ‘최후의 날’벙커 만드는 미국의 슈퍼 부자들

    지난 9월 초 국내외 언론들에는 미국 실리콘 밸리 출신의 몇몇 억만장자들이  ‘최후의 날(doomsday)’을 대비한 서바이벌 벙커를  뉴질랜드에 마련했다는 소식들이 일제히 실렸다.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몇 차례 전해졌는데, 그러나 이번에는 벙...

    ‘최후의 날’벙커 만드는 미국의 슈퍼 부자들
  • 먹거리가 두려운 세상

    세상에! 이런 일을 다 겪다 보니 살아가는 일이 무슨 전쟁을 하는 듯하다. 알면 피해 갈 수 있지만 모르고 있으면 당하는 것 같아서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속담이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저녁 메뉴로 떡만두국을 끓일까 하는 생각에 떡국떡을 구입하러 가까운 곳에 ...

    먹거리가 두려운 세상
  • 날개

    ‘날개’하면 새, 천사, 비상(飛翔), 비행기, 꿈, 욕망과 같은 단어들 그리고 이상의 단편소설 제목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나의 어머니와 Y라는 친구가 생각난다.     어머니는 내가 어린 시절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

    날개
  • 배터리

    며칠전 모바일폰 배터리가 방전된 것을 모르고 잠이 들었다가 아침에 알람이 울리지 않아 낭패를 겪을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젠 시계대신 전화기가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된지 십여년이 지났으니 자명 종을 놓을걸 그랬구나 하는 후회는 유효기간이 지나도 한참 지난 시...

    배터리
  • 아오테아로아의 꿈은 진행형이다

    뉴질랜드 이민 생활은 3차원의 공간과 4차원의 시간이 융합된 시공간의 세계에서 이루어진다. 꿈은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많이 했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천국에서 살고 있을까?”어떤 교민이 콘월파크(Cornwall Park)를 산책하면서 나오는 탄...

    아오테아로아의 꿈은 진행형이다
  • 통계자료로 보는 국적별 영주권 취득 분석

    이민부의 회계연도는 매년 7월 1일 새로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지난 6월 30일로 마감된 이전 12개월의 통계자료에는 과연 어떠한 정보가 담겨 있으며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전해줄까요? 이민컨설팅 20년차의 공인이민법무사의 의무일 수~~도 있는 최신 이민정보와 통...

    통계자료로 보는 국적별 영주권 취득 분석
  • 파리(Paris)로 떠난 모나리자

    프랑스 VS 이탈리아 (Ⅰ)    카톡이나 안부를 먼저 보내주는 사람이 한가하고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늘 당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툰 후에 먼저 사과하는 것은 잘못이 있어 그러는 게 아니라 당신을 아끼기 때문이다. 이기고 지는 것의 그 깊이...

    파리(Paris)로 떠난 모나리자
  • 텔레비전에 내가 나갔으면 정말 좋겠네…? ... 오, 노우!

    물론 텔레비전에 나가면 좋겠죠?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그저 전과 같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어가 젊은 세대들의 여가 시간을 장악한지 이제 고작 몇 년입니다.  *** 페이스북 설립 2004년 유튜브 설립 20...

    텔레비전에 내가 나갔으면 정말 좋겠네…? ... 오, 노우!
  • NZ의 새로운 계층 ‘워킹 푸어’

    직장은 있지만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 빈곤층이 늘고 있다. 열심히 일해도 급등한 집값과 렌트비, 상승하는 생활비 등으로 여전히 가난한 이들 ‘워킹 푸어(Working Poor)’가 뉴질랜드의 새로운 계층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난한 10 가구 ...

    NZ의 새로운 계층 ‘워킹 푸어’
  • 우리가 생태계 파괴범?

    최근 세계 곳곳에서 고양이가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등장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스런 반려동물이지만 또 다른 이들은 생태계에 악 영향을 주는 범인이라고 지탄한다. 국내에서도 점점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고양이에 대해 알아보자.       <고양이, 언...

    우리가 생태계 파괴범?
  • 텔레비전에 내가 나갔으면 정말 좋겠네…? ... 오, 노우!

    물론 텔레비전에 나가면 좋겠죠?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그저 전과 같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어가 젊은 세대들의 여가 시간을 장악한지 이제 고작 몇 년입니다.  *** 페이스북 설립 2004년 유튜브 설립 20...

    텔레비전에 내가 나갔으면 정말 좋겠네…? ... 오, 노우!
  • 우뚜리-아기장수 이야기 4편

    우뚜리    옛날 권력자들이 자기 욕심 차리기에 눈이 멀어 백성들의 생활이 매우 어려운 때였다. 그러니 뼈 빠지게 일해도 입에 풀칠도 못하는 백성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러 세상이 한번 뒤집어져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때 한 마을에 너무 가난하여 품팔이로 간...

    우뚜리-아기장수 이야기 4편
  • 여유 있게 삼 개월

    “벌써 8월 말 이네요. 이제 슬슬 시험준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여유 있게 3개월이니까 뭐…”   “늦었다..”  “네?”  “늦었다고…”  “에이.. 아무리… 다들 이 무렵에 시험준비 시작해요.. 그래도 점수만 잘 나오던걸요. 뭐..”  “그래? 그런 학생들을 몇 명이나 알...

    여유 있게 삼 개월
  • 정성

    “온갖 정성을 다하여” 라는 말이 있죠?  무슨 뜻이냐 하면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로지 그 생각만 하는 것이 정성입니다.    저는 맛있는 음식을 보면 굉장히 즐거워하면서 먹거든요?  그것을 보고 무슨 도인(道人)이 그렇게 맛있게 먹느냐는 사람도 있어...

  •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는 책 만들기란?

      최근 인터넷 조사에서 지하철에서 결혼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남녀 공히 독서하는 여자, 남자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어쨌든 책 읽는 모습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아름답다.    하지만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0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하루 10분 이상...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는 책 만들기란?
  • 학생증과 ㅇㅇ통, 한강은 알고있겠지!

      종전 소식을 접하고 피난길에서 서울로 되돌아오던 때였다. 한강을 코앞에 두고 노량진에서 길이 막혀 버렸다. 강을 건널 수 없기 때문이었다.    잠시겠지. 생각하고 그 곳에서 임시 집을 얻어 짐을 풀었다. 사는집 길 건너편 국민학교(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매일 군...

    학생증과 ㅇㅇ통, 한강은 알고있겠지!
  • 잘난 당신, 초라한 나, 그리고 상처

    ‘제 주변에는 왜 이렇게 잘난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그 사람들 옆에 있으면 주눅이 들고 초라한 내 자신에게도 화가 나요!!’    독자분들의 반응은 대개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공감하거나. 뜨끔하거나. 혹시, 내가 주변 사람에게 염장질의 도화선이 된 것은 아...

    잘난 당신, 초라한 나, 그리고 상처
  • $1로 인터씨티 버스를 타고

    두 달 전에 처음 인터씨티 버스를 이용하였을 때 일이다. 일단 인터넷 웹싸이트에서 표를 예매를 한 후 시간에 맞춰서 스카이씨티 옆에 있는 터미널에 도착을 하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티켓을 프린터로 출력하지 않고 티켓을 예매한 내역을 폰에 Screensh...

  • 에드먼드 힐러리 경 -뉴질랜드 국민 마음속에 살아있는 키위

    남십자성 아래 사람 향기나는 이야기...;  일요시사      오클랜드 파넬 지역이 차량정체로 시간이 머무는 듯했다. 파넬 성공회 대성당이 가까워지며 더욱 심했다. 뉴질랜드의 영웅, 에드먼드 힐러리경의 장례식에 참석하려는 차량 행렬이 애도의 물결을 이뤘다. 1953년 ...

    에드먼드 힐러리 경 -뉴질랜드 국민 마음속에 살아있는 키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