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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캔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나는 남자를 반대 한다

 

호주에 와서 제일 처음 문화적 충격을 받은 것은 동성애에 대한 것이었다. 공공연하게, 자유스럽게, 합법적으로, 뻔뻔하게, 당당하게 동성끼리 연애를 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 받지 않을 한국인이 과연 있겠는가? 시드니 시내 도처에서 동성애자들이 활보 하는 모습이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호주 TV에서 본 일이다. 어떤 동성애자가 비록 숨어서 동성애를 하고 있지만 가정과 자녀를 사랑하고, 자신이 동성애자란 것을 숨기며 살아간다. 그의 동성애인과의 관계가 아내에게 발각이 되면서 그는 심각한 가정문제로 고민하게 됐다. 그의 아내가 말했다. “비즈니스 파트너라고해서 그런 줄만 알았지요, 여행 때마다 데리고 다닌 그 사람이 동성애 파트너인줄을 몰랐어요. 차라리 여자와 바람을 피웠으면, 용서해 줄 수도 있겠는데…” 하며 울먹였다. 나는 솔직히 머리로는 동성애가 이해되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영화에서 동성애 장면이 나오면 불쾌함을 느낀다. 바로 내 안에 본능적인 호모포피아(동성애 혐오증) 경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시드니에서는 매년 3월 첫 주에 전 세계의 동성애자들이 모여서 ‘마디그라’ 축제를 즐긴다. [축제 기간은 3주 정도이지만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는 지난주 토요일(2월29일) 저녁에 진행됐다. - 편집자주] 이성애자로서는 참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지만, 십대부터 노인들까지 이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엄청난 투자(헌신)를 한다.

행사의 클라이맥스는 게이들이 육체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며 벌거벗은 몸으로 행진을 하는 퍼레이드인데, 성기만 가린 가죽옷을 입고 춤을 추며 행진을 하는 광경은 조금 거시기해 보였다. 그러나 성소수자로서 한국 사회에서 외로운 선구자이었던 홍석천이 십수년전 처음 마디그라 행진에 참가해서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마치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처럼 비장하게 행진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눈물이 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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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나는 남자가 싫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나는 남자를 반대 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처럼,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것은 논리상으로 말이 안 된다. 왜냐하면 존재하는 것을 반대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페미니스트가 '여성! 이 지구상의 마지막 식민지'라고 했다지만 이 세상에서의 모든 차별이 사라진다고 해도 마지막까지 남아 있을 차별이 바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일 것이다.

차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차별은 배제를 전제로 한다. 즉 나와 다른 ‘그 무엇'을 배제하는 것이다. 이럴 때  ‘그 무엇’은 자연스럽게 '나와 다른 소수’가 되는 법이다. 인류 사회 어느 곳에서나 가장 쉽게 차별화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성에 대한 태도’이다. 사람은 남녀로 분명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지만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단순하게 성이 남녀로 구분되지 않는 사람도 존재한다. 이 때 남녀 구분이 명확한 다수가 남녀의 구분이 분명치 않은 소수를 차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것이 바로 동성애 차별의 시원이었다.

 

법에서는 성적경향성이 아니고 소수자라는 의미에서 이들을 보호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이미 선진국에서는 성소수자가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한국의 보수적 기독교인들은 ‘성소수자’ 이름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킨다. 이런 면에서는 기독교가 그토록 경계하는 무슬림과 전혀 차이가 없다. 보수적 신자들의 해석대로라면 안타깝게도 동성애자들에게는 성경이 쥐약이요. 국가보안법이다.

어떤 집단이든지 내부적으로 단결을 하려면 내세울만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 동안 한국의 보수 기독교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구호는 반공이었지만 이제는 약발이 더 이상 서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그들은 무엇에 기댈 수 있을까? 바로 동성애 반대이다.

미국에서도 반동성애는 그 동안 세속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었던 근본주의적 복음주의 기독교 세력이 결집하고 정치의 장에 등장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동성애 반대라는 배제의 언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기존의 반유대주의, 반공주의 등의 언어를 대체하는 효과를 누리며 교회의 기반을 다시 공고히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세속과 거리를 두는 척하면서 세속에 대하여 목소리를 내는 방법으로 그들은 동성애 반대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단 한마디이다. "제발 냅둬! 생긴 대로 살게."

 

지성수 / 목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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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 김‘s 카드 뉴스】 『쉿』 호주 기차의 특별한(?)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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