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학(객원논설위원/고대교수)


   지난호에 카자흐스탄의 미녀란? 기사를 게재했는데 다시 보니 내용이 너무 주변적이더군요.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구소련의 역사적 배경만 주절이 써놓았더군요.  그래서 좀 더 구체적으로 다시 한번 더 써봅니다. 
  먼저 카자흐스탄의 미녀란 카자흐스탄에 사는 모든 여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카자흐스탄 인종, 혹은 카자흐스탄 민족의 미인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카자흐스탄에는 수많은 민족이 삽니다. 미스 카자흐스탄 할 때마다 민족적 경쟁이 벌어집니다. 옛날에는 러시아 미인이 미스 카자흐스탄에 선출되어 미스 유니버시아드에 나가 입상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이 나라에 불고 있는 민족주의 바람 때문에 앞으로 러시아 미인이 미스 카자흐스탄 되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미인이나, 우즈베키스탄 미인, 우크라이나 미인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고... 카자흐스탄 미인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2013년에 카자흐스탄 신문에서 ‘ТОП-7 самых красивых среди влиятельных женщин Казахстана’라는 주제로 7명의 예쁘고 영향력있는 여성을 선정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나자로바예프 대통령의 차녀인 Назарбаева Алия도 들어가 있습니다. 물론 국회의원인 러시아 여성인 Коржова Наталья도 있지만 1등에서 5등를 차지한 카자흐스탄 여성을 전체적으로 분석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눈매가 동그랗고 부드럽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인상은 눈입니다. 러시아 여성과 달리 카자흐스탄 여성들은 눈은 몽골리안답게 옆으로 길게 찢어졌지만 초승달이 아니라 반달형입니다. 쌍꺼풀도 진하지 않거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썹도 초원의 칼바람을 견디기 위해 길지 않습니다. 카자흐스탄 미인들의 눈이 주는 느낌은 부드럽고 어머니 같은 인상입니다.
  둘째, 카자흐스탄 미인들의 특징은 쭉쭉빵빵한 스타일보다는 약간 통통하고 다산에 적합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유목민족인 카자흐스탄인들은 여성의 가장 중요한 미덕을 다산으로 간주합니다. 많은 자식을 낳아서 집안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혹시라도 모를 재난을 대비해 아들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여기 노인내들은 며느리를 고를 때 엉덩이가 크고 건강한 스타일을 선호합니다. 미스 카자흐스탄에서도 이러한 취향이 그대로 들어납니다. 마르고 보호해줘야 할 것 같은 청순한 여자들보다는 일 잘하고 씩씩한 맏며느리감을 대부분의 남자들은 선호합니다.
  셋째, 카자흐스탄 미인들은 얼굴이 상대적으로 크고 광대뼈가 있습니다. 몽골리안의 특징이지요. 이런 스타일이 카자흐스탄 남자들에서 인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러시아와 타타르와는 확실히 대비가 됩니다. 그래서 카자흐스탄 여성들은 단발보다는 자신들의 단점을 가려주는 생머리와 미백 화장품을 선호합니다. 첨부한 2012년 미스 카자흐스탄 자지라 누림베토바의 민낯을 참조하세요.
  1992년부터 시장경제가 자리 잡으면서 카자흐스탄 여성들은 구소련 시절 마음껏 누렸던 자유연애보다는 집안의 결정에 따라 결혼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야만적인 약탈혼도 최근 부활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학을 졸업해보아야 한 달 월급이 500불도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모의 경제력이 결혼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남에게 과시하기 좋아하는 유목문화가 있어 결혼식은 집안의 기둥뿌리를 뽑아서라도 최대한 화려하게 거행해야 하는데 금방 직장에 들어간 신랑과 신부의 경제력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그래서 결혼은 갈수록 부모의 경제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사랑보다는 집안 간의 이해타산이 작용합니다.
  카자흐스탄 여성들은 대부분 대학 졸업을 전후로 한 23살에 결혼을 합니다. 25를 넘어간 여성이 결혼을 하지 않으면 주변에서 뭔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음에 안 드는 남자라도 주변의 시선에 못 이겨 결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체 이혼율은 30퍼센트를 넘어서지만 카자흐스탄 여자들은 집안의 눈치 때문에 혼인 생활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여자들은 남편보다는 자식을 더욱 소중이 여기고 그 이유 하나만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자흐스탄 남자들은 자신이 무슬림이라는 이유도 공개적으로 다른 여자를 첩으로 맞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이지요. 카자흐스탄 여자들이 남편의 축첩을 이유로 비난하거나 이혼한다면 자식들의 앞길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참고 살아야 합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에게 보다 편리한 자동차와 세탁기를 쉽게 살 수 있게 만들었지만 가장 숭고해야할 사랑과 결혼을 자본의 논리에 가두어 둡니다. 거기에다 전근대적인 종교와 관습이 결합되면 개인은 사라지고 집안과 종족의 번식만 남아 있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인종의 차이, 종교의 차이, 부모의 경제력이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지 않고 인간과 인간이 사랑으로 결합할 수 있게 만들었던 사회주의도 장점이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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