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은 알파고에게 바둑 9단의 자격을 부여하였다. 이미 몇 년전에 체스판을 압도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이미 최고의 고수이다. 스타크래프에도 인공지능이 최고의 승부사로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았다. 알파고와 인공지능은 의학이나 법학, 경제학 등 인간의 특정한 분야에서 압도적인 전문가의 역량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보통 우리들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을 박사로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알파고는 이미 박사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타쿠와 박사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오타쿠는 특정 분야의 취미에 심취한 사람들로 자기가 관심가진 분야에서는 최고의 지식을 자랑한다. 반면 박사는 그 분야의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오타쿠는 확연하게 다른 무엇이 있다. 그것은 바로 창의성이다.
  보통 영어로 석사는 Mater's thesis, 박사는 Doctoral dissertation로 표기된다. 석사는 이론적 단계이고 박사는 자기주장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박사학위논문은 석사학위논문에 비해 엄격한 방법론과 정확성을 따지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창의성에 있다. 석사논문은 기존 이론을 데이터를 긁어모아다 실증분석만 해도 통과되지만 박사논문은 창의성이 중요하다. 새로운 이론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사실을 검증하여야 한다. 박사학위의 이름은 Ph.D., 즉 Doctor of Philosophy의 약자이다. 철학박사라는 것이다. 이것은 박사학위는 자기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른다. 입력한대로 프로그래밍한대로 지식의 전문성과 정확성에는 압도적이지만 창의성은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이번 이세돌을 압도한 알파고의 바둑에는 기존 바둑에서는 볼 수 없는 창의적인 수돌이 선보였다. 정석이라는 이름하에 묻힌 수들이 나타났고 끝내기에서도 기존 바둑에서 볼 수 없었던 수들이 선보였다. 알파고가 계속 진화한다면 어떤 창의적인 수들이 나올지 모른다. 
  다른 인공지능과 달리 알파고에는 자기학습이 가능한 딥러링(deep learning) 방법이 동원되었다. 딥러닝은 컴퓨터로 하여금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게 만드는 최신 기술의 하나로서 컴퓨터가 새로운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고 응답할 수 있게 만든다. 여기에 알파고의 창의성의 비밀이 있다. 만약 알파고로 하여금 어떤 특정한 분야의 논문들을 죄다 학습하게 하고 새로운 데이터를 주기만 한다면 논문 만들어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특히 수학적 모형을 사용하는 경제학의 경우 알파고는 최신의 논문을 매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보통 학계에서는 ‘공장형 논문’이라는 말이 있다. 하나의 이론으로 다양한 사례에 적용하는 틀에 박힌 논문으로서 본론의 한 장만 다르고 나머지 구조가 거의 일치한다. 예를 들어 양극화가 높을수록 범죄발생률이 올라간다는 가설을 갖고 100개 이상의 나라를 상대로 논문을 쓸 수 있다. 알파고는 여기에다 다른 종속변수를 갖고 창의적으로 각 나라의 상황에 맞는 논문도 생산해낼 수 있을 것이다.
  알파고는 인간의 지능과 지식에 대한 새로운 도전적 과제를 제시한다. 지능(intelligence)은 기본적으로 분석적이며 최적의 선택을 찾아가는 인지적 능력이다. 지식(Knowledge)은 기본적으로 인과관계에 바탕을 두고 사람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와 기술, 지능 등을 포괄한다. 알파고가 이세돌과 바둑에서 묘수를 두었지만 이것이 왜 묘수인지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직관적이며 계산적인 지능은 작동하였지만 지식과 이론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알파고가 아직은 박사가 되지 못하는 이유이다. 박사는 새로운 이론을 창조적으로 제시하면서도 객관적인 검증, 혹은 재현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방법론이 부족한 논문은 웬만한 저널에서는 통과될 수 없다. 인공지능이 범람하는 미래에서 교육의 목적은 종합적인 판단능력을 갖추고 사물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분석할 줄 아는 지식인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물론 윤리적인 훈련과 소양은 필수이다.(윤성학 본지객원논설위원/ 고대교수)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대북봉쇄전략에 출구전략이 필요한 이유

      4.13 총선이 끝났다. 이번 총선은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북풍몰이’가 통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하여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총선에서 북한의 핵 문제를 쟁점화하기 위해 전면적인 대북봉쇄, 북한의 테러 가능성 제기, 그리고 집단 탈북을 이례적으로 ...

  •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4 file

                   NOMAD(기마유목민)의 탄생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한인일보발행인)     지난 3편까지가 이번 연재의 서두 부...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4
  • 우크라이나는 왜 항상 분열할까? file

        우크라이나의 총리 야체뉴크가 포로셴코 대통령과의 갈등 끝에 12일 결국 사퇴했습니다. 야체뉴크는 지난 2014년 친러파인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현 포로셴코 대통령과 연정을 구성한 인민전선의 당대표입니다. 야체뉴크와 포로센코 두 과두세력은 지...

    우크라이나는 왜 항상 분열할까?
  •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3 file

                      “우리는 왜 중앙유라시아에 관심을 갖는가? ”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 한인일보 발행인)     며칠 전, 신문에서 ‘투르크 경제권’ 이 우리한테 새로...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3
  •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2 file

    “중앙유라시아의 자연환경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한인일보 발행인)  ...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2
  • 알파고는 박사가 될 수 있을까?

        한국기원은 알파고에게 바둑 9단의 자격을 부여하였다. 이미 몇 년전에 체스판을 압도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이미 최고의 고수이다. 스타크래프에도 인공지능이 최고의 승부사로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았다. 알파고와 인공지능은 의학이나 법학, 경제...

  • 2016년 카자흐스탄 총선 후기 [1] file

        2016년 카자흐스탄 총선이 지난 3월 20일 끝났습니다. 특별히 주목할만한 변화가 없는 선거라서 그런지 관심이 없네요. 카자흐스탄 총선이 재미없는 이유는 나자로바예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가 1991년 독립 이후 25년 동안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총...

    2016년 카자흐스탄 총선 후기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1 file

                  “중앙유라시아는 우리 선조들의 활동무대였다.”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한인일보 발행인)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1
  • 카자흐스탄 대지에 다가오는 봄의 소리, 나우르즈 file

          3월이 되면 카자흐스탄 대지에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온다.  응달진 골목 모퉁이에는 가는 겨울을 아쉬워하는 잔설이 남아 있기도 하지만 겨우내 흰 눈이 덮여 있던 초원에는 어김없이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돋아난다.   해마다 3월이 오면 필자는 21년 전, 카자흐...

    카자흐스탄 대지에 다가오는 봄의 소리, 나우르즈
  • 고려인은 설을 몇번 쇨까? file

        카자흐스탄에는 설날이 세 번 있다. 양력 1월1일이 그 첫째이고, 우리민족 고유의 명절 설날(음력 설)과 이슬람의 설날에 해당되는 ‘나우르즈’가 둘째와 셋째이다.   카자흐스탄에서 21년을 살다보니 세 번에 걸친 새해를 맞이 풍습에 적응이 되어 간다. 한 해의 첫...

    고려인은 설을 몇번 쇨까?
  • 알파고와 경제학의 미래 file

      알파고와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나가는 미래에서 경제학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20년내 경제학자가 사라질 가능성은 43%, 정치학자가 사라질 가능성은 3.9%라는 예측도 있다. 미래에 사라질 직업으로 시장조사 전문가, 금융전문가, 통계전문가가 우선...

    알파고와 경제학의 미래
  • 우즈베키스탄에 놀러 가세요! file

        며칠 전에 우즈베키스탄에서 막 건너온 자전거 여행자 두 분을 만났다. 이 분들은 이란과 투르크메니스탄을 거쳐 우즈베키스탄의 히바, 부하라, 사마르칸드, 그리고 카자흐스탄의 침켄트를 경유하여 알마티에 왔다. 자전거로 세계 일주하는 의지의 젊은 친구들이었...

    우즈베키스탄에 놀러 가세요!
  • 김정은 없는 북한, 또 하나의 시리아 file

      북한의 4차 핵 실험 이후 한국의 외교 정책이 꼬이고 있다. 실질적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제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다른 주변 국가와의 외교적 공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강 건너 불구경하는 자세로 돌아섰고 러시아도 우...

    김정은 없는 북한, 또 하나의 시리아
  • 김정은 체제, 그대로 두는 것이 정답이다 [1] file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극적으로 변화하였다. 북한의 개방을 전제로 한 ‘통일대박론’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 직후 더 이상 김정은 체제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레짐체인지(regime change)’로 전환되었다. 한국과 미국의 해병대가 북한에 대한 상륙작전 다...

    김정은 체제, 그대로 두는 것이 정답이다
  • 러시아는 왜 안보리 대북결의안 표결을 계속 연기할까? file

        러시아는 지난달 25일 안보리 전체회의에서 공개·회람된 대북결의안을 2월 2일 오늘까지도 검토할 시간을 요구하면서 채택을 지연시키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러시아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세부사항에 대해 이의를 제...

    러시아는 왜 안보리 대북결의안 표결을 계속 연기할까?
  • 3세대 고려인, 그들은 누구인가?

    윤성학(본지 객원논설위원. 고대교수)   주의: 이 글은 진지한 학술논문이 아닙니다. 재미삼아 읽어주세요.     지금 구소련 지역(CIS 국가)에 사는 고려인들은 2013년 재외동포재단의 의하자면 약 55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카자흐스탄에 약 10만 명, 우즈베키스탄에 약...

    3세대 고려인, 그들은 누구인가?
  • 위성인가 장거리 로켓인가? [1] file

    윤성학(본지 객원논설위원. 고대교수)   북한은 핵폭탄 실험 이후 한 달이 지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하여 또다시 세계의 신경을 건드려 놓았습니다. 모두가 이것은 군사적 의미가 있는 탄도미사일이라고 하는데 북한은 인공위성 <광명성-4호>를 지구 궤도에 성공적...

    위성인가 장거리 로켓인가?
  • 개성공단 앞으로 어떻게 되나?  file

    <사진 출처 : nk21.org> 윤성학(한인일보 객원논설위원/고대교수)   개성공단 폐쇄 이후 향후 공단의 유무형 자산은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우리 정부와 기업은 개성공단에 약 2조원의 투자를 하였는데 1조원은 주로 인프라 정비에, 나머지 1조원은 기업들의 생산설비로...

    개성공단 앞으로 어떻게 되나? 
  • 카자흐스탄에서 미인이란?(2탄)

      윤성학(객원논설위원/고대교수)    지난호에 카자흐스탄의 미녀란? 기사를 게재했는데 다시 보니 내용이 너무 주변적이더군요.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구소련의 역사적 배경만 주절이 써놓았더군요.  그래서 좀 더 구체적으로 다시 한번 더 써봅니다.    먼저 카자흐스...

  • 카자흐스탄에서 미인이란?

      12월 10일, 2015년 미스 카자흐스탄 결선대회가 끝났습니다. 지난 11월 예선을 거쳐 각 도시를 대표하는 미인들이 수도 아스타나에서 미모를 겨루었는데 여왕의 자리는 카스피해의 석유 도시 악타우 출신의 17세 알리아 메르겜바예바(Алия Мергенбаева)가 차지하였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