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김상욱



 

<동 파미르의 중심도시 무르갑의 재래시장 모습. 중국제 물건을 싣고 온 컨테이너로 조성된 시장이다.>



  다음날 브룬콜 마을을 떠나 파미르 하이웨이를 따라 동부 파미르의 중심 도시 '무르갑'을 향했다. 

  얼마를 달렸는지까?  자동차에서 졸던 나는 차가 갑자기 멈춰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떴다. 

  아니라 다를까 자동차가 진흙밭에 빠져 헛바퀴만 돌고 있었다.   기사 아저씨가 시간을 단축하느라 기존 도로가 아닌 스텝으로 난 지름길을 택한 것이 오히려 대형 사고가 되어 버렸다. 

  평소에 차가 달리면 먼지가 날리던 스텝이 간밤에 내린 약간의 비로 인해 진흙밭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운전경력이 십수년이 된 기사아저씨도 스텝에 비가 오면  어떤 자동차도 못빠져나오는 죽음의 진흙밭이 되어 버린단는 걸 몰랐을리 없었겠지만 약간의 방심과 서두럼이 화를 자초한 꼴이 되어 버렸다. 

  '이를 어째..... 날은 어두어져 가고 갈 길은 먼데.... 더군다나 주위엔 사람이나 차 하나 지나가지 않는 허허벌판......'

  그러나 나는 순간 초조함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웬지 모를 평안함을 나를 엄습함을 느꼈다.  모든 문제는 마치 아무일이 없었던 것처럼 곧 해결 될 거라는 믿음에서 오는 마음의 평정상태라고 설명할 수 있나?  아니면 체념의 상태라고 해야 하나?  

  어쨋던 나의 이런 심리 상태는 비단 파미르에서 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에서도 종종 경험했던 기억이 난다.   

  우슈토베를 다녀오면서 타이어 펑크가 났을 때에도 현지인의 도움으로 해결했고 또 차른계곡에 갔다 오는 길에 자동차에 휘발유가 떨어졌을 때에도 통에 기름을 가져와 준 현지인의 도움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주유를 하고 알마티로 돌아올 수 있었던 일들이 영화의 한 장면들 처럼 내 눈앞을 스쳐지나가는 듯 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악의 경우 차에서 하루밤을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사이 기사 아저씨는 어느듯 뒷 트렁크에서 큰 쇠뭉치를 꺼내서  뭔가를 결합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까 4륜 구동으로 변환하는 축을 원래데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진 무늬만 4륜구동 랜드크루즈였고 실은 2륜으로만 달려왔던 것. 뒷바퀴의 힘으로만 진흙밭을 탈출할려고 했으니 헛바퀴만 돌았지....   

  어쨋던 기사 아저씨의 노력 덕분에 무늬만 짚차였던 차는 원래데로 4륜구동차로 바뀌어 진흙밭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결국 이번에도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기사 아저씨의 옷은 흙범벅으로 변했지만.....)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래서 나는 CIS 지역 어딜 가더라도 두렵지 않다. 어떤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그 상황을 잘 설명하면 따뜻한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

   차는 다시 무르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밤 늦게 도착한 무르갑은 생각보다 작은 도시, 아니  조그만 시골 마을이라고 하는 게 옳다.  현지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루밤을 잔 나는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났다.  

 

<무르갑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필자가 전세계에서 온 여행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유럽과 뉴질랜드 등지에서 온 파미르 여행자들이 아침 식사를 하며 수다를 떠는 소리가 창문을 통해 들려왔기 때문이다. 피곤한 몸을 일으켜 나가보니까 이곳은 세계여행자들의 집합장소같았다. 독일에서 온 젊은이들 영국에서 온 자전거 여행객 등이 서로 마주보고 파미르 여행정보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의 대화를 들어보니까 모든 관심사는 온통 '어디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는가'였다. 

  어떤 이는 무르갑에는 어메리칸 센터와 프랑스 문화원에서만 인터넷이 가능하다고 하고 또 어떤이는 아예 안되니까 인터넷은 포기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난 아침 식사후 헝가리에서 온 여행자와 함께 미국, 프랑스 문화원을 찾았으나 기대와 달리 이곳에도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인터넷을 포기한 나는 헝가리 친구와 함께 중국에서 물건을 싣고 넘어온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무르갑 재래시장 구경에 나섰다. 

  알마티에서 흔한 사과, 배, 수박, 참외 등의 과일이나 야채를 파는 가게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만큼 귀했고, 대신 중국제 잡화, 문방구가 넘쳐났다 그러나 가격은 오히려 알마티보다 더 비싼 느낌을 받았다. 대장금의 주인공 이영애의 얼굴이 그려진 비닐 봉지가 무려 30소모니(약 5달러 정도) 였다.

    나는 무르갑시장을 둘러 본 후 파미르에서 꼭 봐야 하는 '야크'를 찾아 나서기로 하고 함께 시장 구경을 하던 헝가리 친구와 작별을 고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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