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프의 하루

뉴스로_USA | 기타 | 2019.05.24. 09:21

 

Newsroh=황룡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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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머프(머슴 프리랜서)가 농장으로 머슴 살러 가는 날이다. 가고 말고는 머프가 결정하는데, 오늘은 가고 싶고, 가야 한다. 자전거 길로 18km, 오늘 같은 날 달리는 즐거움은 귀하고 중하다.

 

소양강 다리 1교와 2교 사이 강변은 금계국으로 뒤덮였다. 삼척 죽서루 근처 강변을 자전거 타고 지나다 비슷한 풍경을 본 기억이 겹치고 이맘때 그날들이 떠오른다.

 

우두 강변에서는 먼저 간 친구의 옛 집 앞을 지나게 되는데 자귀나무 한 그루 서 있고, 난 그 나무를 친구 이름인 '동우나무'라 부른다. 이제 저 자귀나무도 친구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꽃을 곧 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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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놀던 우두강변엔 코스모스 난만하고

홀로 선 자귀나무 꽃향기 그윽한데

그 잃은 친구 하나는 쓸쓸히 지나치네

 

 

벚꽃은 지고 새로운 꽃들에게 자리를 내준 벚나무, 새 잎을 돋우고 내년을 준비하며 묵묵히 서 있다.

 

아카시아 꽃 터널은 내려서 천천히 걷는다. 그러고 보니 늘 좋은 향기를 받기만 하고 난 아무 것도 준 게 없었다.

 

농장에 거의 다 와서 밀밭 옆에 자전거를 세웠다. 밀가루는 수입해 먹고, 밀을 심는 이유는 거름으로 갈아 엎기 위한 矛盾(모순)은 어찌해야 하는가? 건강한 먹거리 보다 농사도 자본의 운동 대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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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의 아래 밭은 옥수수, 눈개승마 등이 심겨져 있고ᆢ 위 밭은 수 십 종의 작물을 심었다. 그 중 무려 다섯 고랑을 선배가 떼어 주며 독립경작을 하게 했다.

 

하여 내가 심은 것은ᆢ 여주2/야콘2/비트5/아욱5/비타민5/브로콜리5/콜라비5/적겨자5/대추방울토마토 빨강2/ᆢ노랑2/참외2/수박2/애호박2/가지3/아삭이고추 롱그린 2/피망2/오이3/고구마100

 

그런데 아무래도 꼬임에 넘어간 것 같다. 틈만 나면 농장으로 오지 않을 수 없게 한 선배의 계략이지 싶다. 땅콩도 한 고랑 싶어주고 ᆢ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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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차에 걸쳐 얘기한 바 있으나 선배는 뇌졸중 위기를 거의 완벽하게 극복하고 전원생활 중으로 고교에서 역사를 35년 가르친 훈장 출신이다. 혼자 하기에는 밭이 너무 넓고 호두나무, 블루베리, 아로니아, 수퍼왕마늘, 등등 각종 산나물, 약초, 꽃까지 농업시험장 수준이다.

 

머프인 나는 발칙한 역모를 꿈 꾼다. 은퇴하는 친구들을 끌어 들여 이 곳을 집단농장으로 만드는 것인데, 선배도 내심 환영하는 눈치라 역모의 긴장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일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나누며 건강하게 늙어가려는 꿈이다.

 

날마다 자연을 배운다. 옥수수를 심고 자랄 때 곁가지 순을 떼어 줘야 옥수수가 실하게 큰다는 것을 몰랐었고, 그저 심고 따먹기만 하면 되는줄 알았었다.

 

선배는 한 고랑에 양상추, 적상추, 로메인상추 등 야채를 심어 놓고 밭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맘대로 뜯어 갈 수 있게 마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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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붓꽃의 보랏빛이 참 곱다. 밤나무 한 쪽 가지들이 얼어 죽었나 싶더니 어느새 새 筍(순)이 돋고 무성해졌다.

 

돌아오다 발견한 강변의 빨간 장미들의 추억과 맑은 날 강변을 달리는 지금이 어우러지며 오늘도 참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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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wang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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