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를 보내고

뉴스로_USA | 기타 | 2019.06.0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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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로이가 세상을 떠났다...로이는 2011년 3월 15일에 세상에 왔다가 2019년 1월 8일에 떠났다. 그토록 밝고 영민한 표정으로 사랑스럽게 웃던 로이가 이제 세상에 없다. 그간 숱하게 많은 伴侶犬(반려견)과의 이별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리고 나 역시 가족, 친구 등과의 사별을 겪기도 하고 다른 이들의 슬픔을 접하기도 하면서 정들었던 가족과의 사별과 상실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아는 줄 알았다...그런데 로이를 떠나보내기 전까지 나는 죽음이나 이별, 그리고 슬픔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음을 깨달았다.

 

슬픔은 통증이었다. 수백개의 바늘 끝이 심장을 찌르는 듯 했다. 때로는 거칠고 무거운 돌덩이가 짓이기는 것만 같이 진짜 저릿저릿 심장이 아팠다. 슬픔은 검은 구름처럼 우울을 몰고 왔다. 감당할 길 없는 우울이었다. 사흘이면 괜찮아질 수 있다던 의사 말을 철석같이 믿고 돌아온 지 불과 8시간 후, 위독하다는 다급한 전화를 받은 시간이 새벽 4시반이었다. 불과 30여분 거리... 황급히 뛰어들어간 병원 침상위에 로이는 사체가 되어 있었다... 아직도 온 몸이 따뜻한데.... 자가면역결핍성 혈소판감소증이라 언제 떠나도 이 병으로 떠날 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황망히, 갑작스런 내장기 파열이 일어나며 그 피가 호흡기를 막아 세상을 떠날 줄은 정말 몰랐다. 아마 젊은 의사도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 교통사고나 실종처럼 황망히 세상에서 사라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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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때문에 수시로 진흙탕같은 우울에 빠져든다. 길을 가다 몸집 큰 반려견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눈물이 솟구친다. 그리고 속으로 가만히 불러본다. '로이야...'

 

제일 힘든 건 퇴근하며 집 현관문을 열 때다.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하면 로이는 벌써 현관앞에 코를 디밀고 나의 귀가를 반겼다, '흐음 흐음' 몇마디 음절과 더불어 얼굴을 내게 밀착시킨다,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로이의 꼬리흔들기는 그의 관심과 애정, 신뢰와 친밀감, 기쁨과 환희의 신호였다. 이제 오느냐고,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고, 나는 엄마가 정말 보고 싶었다고, 온 몸과 마음으로 나를 활짝 안아주었다. 로이의 반가움과 환한 웃음은 하루의 피로를 녹여버리기에 충분했다. 로이가 먼저 말을 걸어올 때도 많았다. 아침이니 밥을 줘야 하지 않느냐, 함께 외출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장난감 갖고 함께 놀자.. 등등.

 

로이는 감정표현이 섬세한 유별난 아이였다.안 먹어야 할 식탁 위 음식을 먹어치워버린 날은 세상 불행하고 염려스런 표정이었다. 어느 날 출근길엔 고개를 푸욱 숙이고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치켜뜨고 있어 발걸음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놀란 적도 여러 차례였다. 그만큼 로이는 섬세한 자기언어가 있고 감정표현이 분명한 견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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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로이가 이제 세상에 없다. 온 세상이 달라져 버렸다

 

나의 삶은 2019년 1월 8일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버렸다. 창문을 열면 얼른 창가로 가서 세상 냄새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던 로이의 뒷모습을 이제 더이상 볼 수 없다. 장난감을 던지면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찾아오던 로이의 그 영민한 몸동작도 이제 더이상 볼 수 없다. 세 번 정도 말해주면 새로운 단어를 외우고 신발, 공, 리모컨, 나비, 고구마, 딸기, 바나나, 사과, 물, 밥, 장난감 등의 단어를 알아차리던 로이를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

 

도대체 로이와의 작별이 왜 이렇게까지 슬프고 아플까 생각해보았다. 사람이 떠났을 때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로이는 한 번도 내게 아픔을 주거나 마음에 상처를 준 적이 없다. 그저 로이는 나를 가족들을 사랑해주기만 했고, 무엇이든 찬성하고 기뻐해주기만 했다. 세상에 그런 존재는 없다. 사랑에 찬 눈길로 한결같이 바라보며 한없이 애정을 쏟아주는 존재 말이다. 로이는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반려견도 애완견도 아니었다. 끈끈한 애정과 겹겹의 추억을 공유한 잊지 못할 내 식구, 가족이었고 앞으로도 그러하다. 그래서 이건 대체불가능한 슬픔이다. 자식이 세상을 떠났다고 쉽사리 다른 아이를 입양할 수 없듯이 로이가 떠난 자리를 누군가가 메꿔주기란 영영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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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반려견...

그건 수 만년전 시작된 인간과 늑대의 우연치 않은 공존에서 비롯된 신비스런 진화의 산물이라지만 지난 8년간 나의 시간과 공간 속에 함께 한 로이는 그저 마음으로 낳은 내 자식이며, 애정을 듬뿍 안겨주고 간 천사같은 존재였음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추억하며 살아갈 거 같다.

고마워, 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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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노이경 | 심리학박사(Ph D) 상담심리사 1급 전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현 성심상담심리센터 소장, 가톨릭대 대학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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