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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필리핀 바기오 인근 발릭지역 등반 중 조난 당했다가 12일만에 구조된 사람의 누나 되는 사람입니다.

동생을 위해 목숨 걸고 구조에 동참해 주신 모든 분들께 어떻게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몰라 이렇게 여성시대에 글을 올립니다.

동생이 필리핀에서 조난 당했다고 신고를 한 것은 조난 4일째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힘이 없어서 쓰러져 자고 있는데 꿈 속에서 '너 여기서 뭐하는 거냐. 빨리 정신차려!' 하는 소리에 온 힘을 다해 핸드폰이 터지는 산 꼭대기로 올라가 대사관 영사님께 살려 달라고 신고를 하고, 신고 접수를 받은 대사관 최윤석 행정원님과 권건아 영사님 그리고 바기오 코리안데스크 김은중 경감님이 구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최윤석 행정원님과 김경감님은 밑에서 상황지휘만 해도 됐지만 구두를 신고 그 위험한 산을 매일 올라가셨습니다. 얼마나 오르락 내리락 하셨는지 새 구두가 나들 나들 헤져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셨고, 하루는 자정이 되도록 연락이 되지 않아 가슴을 조이며 기다렸는데 자정이 되어서 걱정 말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동생이 조난 신고를 할 때 라디오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하여 산등성이를 넘어 옆 마을까지 동생을 찾으러 갔던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라디오 소리는 새소리였습니다. 그곳은 휴대폰 전파가 잡히지 않는 곳이라 옆 마을 파출소에 도착해서야 연락을 하셨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권건아 영사님은 우리 가족들이 쓰러질까 봐 조언과 위로를 하시면서 우리 가족들을 챙겨주셨습니다.

앙헬레스 한인회 김기영 회장님은 수술을 하셔야 하는데, 수술도 연기하면서 온 힘을 다해 구조 작업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바기오 한인회 박형준 회장님과 유승만, 김태혁 부회장님, 앙헬레스 김진석 부회장님, 중부한인파출소 양재혁, 김태혁 부소장님 모두 너무 많은 일들을 하시며 구조에 힘써 주셨습니다.

필리핀 조이 아가씨는 그 많은 사람들의 밥을 먹을 수 있게 준비해 주시고, 상황실 옆 식당 사장님은 이 동네 저 동네 다니시며 식자제를 조달해 주셨습니다.

동생 한 명을 찾기 위해 필리핀 경찰, 군인, 한인회, 영사관, 가족 모두가 한마음으로 동생을 찾기 위해 힘썼습니다.

한편 동생은 바기오에서 발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폭우로 길이 끊겨 언제 버스가 올지 몰라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초등학교 3학년쯤 되는 소녀가 땅콩을 드시라며 주머니 속에 넣어 줬었고, 발릭을 향하는 길에 현지 남자분들이 밥을 먹고 가라고 해서 그곳에서 밥을 얻어먹고 등반 길에 올라 갔다고 했습니다.

폴락 등반 길에 양 갈래 길이 나왔는데 조금 편해 보이는 길을 택했는데, 그 길은 원주민 조차 오르기 힘든 길이었다고 합니다. 험한 정글에서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다가 물병까지 잃어버리게 되었고, 먹을 것과 마실 물이 없어서 한참을 방황했다고 합니다. 그때 주머니 속을 뒤져보니 산을 오르기 전 초등학생 꼬마아이가 준 땅콩 25알과 고추장이 있었고, 몸에 붙이는 파스 종이에 계곡 물을 받아서 땅콩 몇 알과 고추장을 조금씩 입에 묻혀가며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합니다.

밤에는 나무 위에서 잠을 자는데, 벌레가 너무 물어서 '벌레야 나좀 그만 괴롭혀라!' 를 외치며 옷을 벗어 털기도 하곤 했는데, 알고 보니 벌레가 아니라 먹우대 같이 생긴 독풀에 쏘여서 찌릿찌릿 했던 거였습니다. 독풀로 인해 서서히 마비가 오고 있었고 조난 10일째가 다되어 갔을 때는 헬리곱터가 머리위로 날아다녔는데 너무 나무가 우거져서 동생을 발견 못하고 지나갔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죽으면 평생을 자기를 생각하며 가슴 아파할 가족들을 생각하며 마비가 오고 허기에 지쳐있음에도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빛으로 방향을 찾으며 조금씩 밀림을 빠져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때 원주민 구조대에 눈에 띄어 구조되었던 것입니다.

동생이 들것에 실려서 산을 내려오자 원주민들이 '초이초이!' 하면서 박수를 쳐줬고, 우리 인들은 모두 부등 켜 안고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동생 한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애써주신 필리핀 영사분들과 대사관 직원분들, 그리고 한인회 식구들, 필리핀 군인과 경찰 그리고 산에 오르기 전 땅콩을 선물해준 소녀, 동생이 산에 오르기 전 밥을 주셨던 분들 모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산에 오르기 전 밥을 대접해 주셨던 분은 나중에 알고 보니 현지 시장님이셨어요. 시장님께서도 초이는 밥 친구라며 동생을 찾기 위해 온 힘을 써주셨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동생을 찾기 위해 한마음 한 뜻이 되었고, 현지에서도 밀림에서의 2주간의 생존은 기적이라고 언론이 생존에 관한 인터뷰도 해갔습니다.

이런 기적은 구조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의 노고와 공로 덕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타지에서 애쓰시는 영사님들, 교민들, 원주민들, 현지인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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