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정치적 변절을 하기 전, 이규태 코너를 좋아 했었다.

그 분은 어디서 그렇게 재미있고 눈에 쏙쏙 들어오는 글들을 찾아내

눈에 쏙쏙 들어오게 써대는지 ... 칼럼니스트를 꿈꾸던 젊은이들은

그의 글에 매료되어 베끼곤 했다. 그가 쓴 글 중에‘따귀’라는 글이 있다.

 

“우리나라 불상에 발을 괴고 비스듬히 앉아서 손가락을 가볍게 대고 있는 반가사유상이 있다.“그것은 지상에서도 모든 시간적인 것의 속박을 초월해서 얻은 가장 청정하고 가장 원만하며 가장 영원한 경지의 형용이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이 반가사유상을 보고 한 말이다. 인간의 냄새를 탈피하지 못한 그리스 로마 이래의 서양 조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직관의 세계를 보아 낸 것이다.

 

여기에서 그는 직관을 가능하게 해준 반가사유상의 구조적 묘미로써 손가락을 볼에 대고 있다는 사실에 주의한다. 인체의 많은 부위 가운데 볼 부위가 가장 영적인 세상과 접근된 통로요, 그곳에 손가락을 갖다 댄 슬기에 이 노 철학자는 놀라고 있다.

 

볼이란 바로 정신력이나 영력이 가장 예민하게 집결되어 있는 인체의 성소다. 또 볼에 분포되어 있는 세포에는 인간의 가장 때 뭏지 않는 가장 순수하고 원초적인 정서가 알알이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린 아이와 오래 떨어져 있던 어머니가 다시 만나게 됐을 때 예외 없이 끌어안고 볼부터 비벼대는 것은 이 세상 어느 나라건 다를 것이 없다. 우리나라의 볼때기가 그것이다. 원초적 사랑의 결속을 재확인 하는 것이다. 아수며 포옹이며 키스며... 인간이 몸을 접촉하여 나타내는 친밀행위가운데 가장 다정하고 순결하며 고귀한 것이 볼때기다. 이렇게 볼을 오묘하고 신비한 곳이다.”

 

손녀들이 아장아장 걸어 다니고 나서 변한 게 있다. 내 방에 자주 온다. 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내 방에는 지들이 좋아하는 사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눈치는 본능적으로 100단이다) 그리고 나는 손녀가 내 방에 와서 사탕을 하나 달라고 하기를 학수고대한다. 딸 아이와 며느리는 내가 사탕을 주는 것을 못내 고까와 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 천사(?)들과 조금이라도 친교를 맺으려면 사탕을 주는 것 이외에는 별 다른 뾰족 수가 없다.

 

나는 항상 사탕과 뽈 뽀뽀를 바꾼다. 사탕과 볼 뽀뽀의 거래는 할아버지와 손녀간 서로에게 이문이 남는 장사다. 그래서 매일 나는 손녀들을 기다리며, 사탕을 여기 저기 숨기고 있다. 사탕을 머금고 있는 손녀들의 볼에서 나는 반가사유상에 손가락을 대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찾아낸다. 비록 사탕거래로 얻는 불룩한 미소지만, 그래도 할아버지에게는 이 만한 기쁨은 없다. /정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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