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19-120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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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그 뜨거웠던 여름의 사나운 열기는 가셨지만 처처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울 나의 조국. 할머니로부터 아버지, 나, 대대로 이어진 애끊는 그리움의 나머지 반쪽에 가까워지면서 내 가슴속 열기는 더 뜨거워져간다. 거침없는 내 발길이 만리장성 동쪽 끝의 관문 산해관(山海關)을 경쾌하게 통과한다. 이 가을 익어가는 것은 들판의 곡식과 과일뿐이 아니다. 평화와 통일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불가역적으로 돌아가는 우리나라의 평화 시계와 나의 평화 발걸음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이 기적과 같이 기분 좋은 일이다.

 

친황다오(秦皇島)로 들어서자 비릿한 바다 내음이 어머니의 양수(羊水)처럼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인천 앞바다의 짠내가 그대로 전해져 온다. 또 저기 건너 내가 가려던 아버지의 고향 대동강 하류, 겸이포(兼二浦)가 보이는 듯 가깝다. 지난 8월 31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대서양 바다 끝에서 출발하여 1년여 만에 태평양의 우리가 서해라 부르는 곳에 도착하였다. 나 자신도 반신반의하던 것들이 현실이 되어간다. 친황다오는 중국 보하이, 발해(渤海)만에 닿아있는 허베이성의 유일한 항구도시이다.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이곳으로 사람을 파견했다 하여 친황다오라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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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에서 제를 올리고 서복에게 삼신산(三神山)의 신선은 불로초를 먹고 불로장생한다는 전설을 듣고는 귀가 솔깃해진 진시황(秦始皇)은 서복을 탐험대장으로 선단을 급조한다.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은 서복의 함대를 배웅하고 함양으로 가는 귀로에 산둥 평원을 지날 때 길 위에서 51세의 아까운 나이에 객사하고 말았다. 서복이 찾아간 삼신산 중의 하나는 한라산이라 한다. 서복과 동남동녀(童男童女) 500쌍이 도착한 곳이 제주도의 정방폭포라고 한다.

 

산과 바다 사이에 있다고 해서 산해관이라고 한다. 산해관 문을 통과하는 순간, 옛날 삼족오의 깃발이 휘날렸을 고조선과 고구려의 강역(江域)이었을 땅에 들어서는 순간 평양선언이 발표되었다. 식민과 분단, 전쟁, 우리끼리의 아귀다툼으로 이어진 8천만 겨레의 100년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출발점이 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미국 안에 주류세력으로 자리 잡은 죽음의 상인 ‘군산복합체’의 거대한 장벽을 과연 남북의 힘으로 돌파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보기 좋게 날려 보냈다. 우리 힘의 잠재력을 확인한 발걸음은 더욱 경쾌해졌다.

 

2002년 월드컵 때 우리 안에 있는 그 놀라운 ‘신명’에 우리도 놀라고 세계인들도 놀랐었다. 오늘 문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하는 여명거리와 능라도 경기장의 저 인파들의 ‘신명’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느 나라에서도 보지 못했던 그때의 신명과 어쩌면 그렇게 똑 같을까. 저런 뜨거운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새 평화시대를 열어젖힐 그 사람들이다. 남과 북이 손을 마주잡고 보니 그 손 위에 우리끼리 새 길을 열어가겠다는 배짱이 얹어졌다. 우리는 한번 한다면 하는 결기가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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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관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중국이 스스로 이민족과의 경계를 설정한 인위적인 선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렇게 두려워서 국가적인 역량을 총집결하여 제발 넘어오지 말라고 쌓은 거대한 성이다. 그 이민족이 바로 동이족이요, 고조선이다. 산해관 바로 옆에 진황다오시 창려현에 갈석산(碣石山)이 있는데 이 갈석산이 중요시 되는 이유가 고조선과 중국의 경계지역이기 때문이다. 산해관은 인위적인 중국의 최 북방 방어선이고 갈석산은 자연적인 방어선이다.

 

이곳은 고조선,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 공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내 심장은 첫사랑을 처음 바라봤을 때의 박자로 요란하게 박동을 치고 있다. 산해관 주변에는 철 지난 해수욕장이 펼쳐져있다. 이곳은 베이징 근교에서 가장 아름답고 여름에 시원한 휴양도시라고 한다. 내가 묵는 숙소가 우리가 발해라 부르고 서해바다라 부르는 곳이 내려다보이는 고층 아파트 펜션이다. 30층이 넘는 아파트이지만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가격이 올라가 적당한 가격의 6층으로 살짝 바다가 바라보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저녁으로는 일 년여 굶주린, 해산물, 서해바다의 살진 게와 소라를 삶아달라고 하고 낙지 몇 마리는 그냥 손질해서 달라고 하니 놀란다. 이 사람들은 아직 생으로 먹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가방에서 거의 일 년여 잠들어있던 초고추장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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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관 바로 옆에 노룡두(老龙头)라고 있다. ‘노룡두’는 장성(長城)의 시발점에 있으며, 마치 늙은 용의 머리가 발해만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같다고 이름 붙여졌다. 대륙을 가로지르며 만 리를 달려온 장성의 모습을 바다를 만나 끝이 나서 용이 되어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으로 중국 사람들은 보았다. 나는 만리장성과 같은 거대한 축조물을 볼 때마다 인간들에 대한 막막하고 알 수 없는 슬픔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 옛날 사람들은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전쟁보다 참혹한 노동을 감수하여야 했다. 진시황 초기에 시작된 장성 축조에 무려 백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한다. 장성 축조에 차출(差出)된 청년들은 거의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강제로 동원되어 기아와 질병, 추위와 산등성이까지 돌을 메고 올라가야하는 난공사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고, 주검은 장성의 바닥에 파묻혔다고 하니 장성은 현존하는 가장 긴 무덤이 되었다.

 

산해관에는 수많은 전쟁과 사랑의 애끊는 이야기가 수없이 전해져 온다. 맹강녀(孟姜女)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맹강녀의 남편은 결혼 3일 만에 여름 홑옷만 입고 장성의 인부로 징용되어 겨울이 닥쳐와도 소식이 없었다. 그녀는 눈물로 세월을 보내다 솜옷을 정성껏 만들어 보따리를 안고 몇 달 만에 만리장성에 도착한다. 그러나 남편이 이미 죽었다는 소식에 너무도 원통해 그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을 하니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지더니 장성이 무너지고 남편의 시신이 나왔다.

 

장성이 무너졌다는 소식에 대노한 진시황은 맹강녀를 잡아들였다. 잡혀온 맹강녀를 본 진시황은 그녀의 미모에 반하여 후궁으로 삼으려 했다. 남편의 제사를 지내게 해주면 그리하겠다고 약속하고 제사가 끝나자 맹강녀는 남편의 유골을 안고 흰 거품이 이는 산해관 앞바다로 뛰어든다. 후대인들은 만리장성이 잘 바라다 보이는 곳에 맹강녀의 묘를 만들고 동상을 지어 지조와 절개를 지킨 그녀를 기리고 있다.

 

이자성(李自成)의 난이 일어나 북경이 공격당하자 오삼계(吳三桂)는 50만의 병사를 이끌고 북경을 구하러 가던 중에 황제가 자결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자성에게 항복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의 애첩이 이자성의 부장에게 겁탈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산해관으로 돌아가 대치중이던 청군에게 산해관의 문을 열어주었다. 덕분에 청군은 피도 흘리지 않고 북경을 접수해버렸다. 명의 시대에서 청의 시대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당시 30대의 열정적인 사나이는 어쩌면 조국보다도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지 못한 것을 참담해하는 ‘사랑 바보’였다. 자주 역사의 큰 물줄기는 한 사람의 사랑 때문에 확 뒤틀려 버리니 누구의 사랑 때문에 우리의 역사가 평화의 역사로 확 물줄기를 바꾸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혹시 트럼프의 사랑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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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개소문(淵蓋蘇文)한테 혼쭐이 난 당태종은 “사람이 장성보다 낫다”라는 말을 남겼다. 만리장성은 북방의 적을 막아내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지어졌지만 정작 전쟁보다 더 큰 고통과 아픔을 인민들에게 안겨주었으며 큰 전란을 막지도 못했다. 전쟁은 물리적인 방어보다 외교와 소통, 민심을 얻음으로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남과 북은 군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기회가 마련하였으니 그것을 교육과 복지에 전용하면 더 나은 미래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희망도 생긴다.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습니다. 또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남북관계를 전면적이고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기자고 굳게 약속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능라도 연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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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먼 성묘 길

 

 

중국의 시 중에 ‘달은 고향의 것이 더 밝네.’라는 시가 있다. “모든 사람들은 고향이 있고, 고향마다 달이 있지만 사람들이 고향의 달만 사랑한다.” 지금은 랴오닝 성의 진저우 지역을 달리고 있다. 중국의 하늘에도 달이 휘영청 떠오르는데 고향의 달이 그립다. 작년 추석(秋夕)에 이어 올 추석도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마음이 애틋하다. 그러나 지금 마음속에 보름달처럼 꽉 차오르는 꿈을 안고 달리는 발걸음엔 힘이 붙는다. 좀 늦어지겠지만 이 길은 난생처음 할아버지 산소에 성묘(省墓)를 하러 가는 세상에서 가장 먼 성묘 길이다. 나는 1만 5천km를 달려서 성묘하러 가는 길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어느 나라도 추석과 비슷한 명절은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각별한 추석은 없다. 그 속에 유교적인 전통이 어우러진 조상과 가족, 마을 공동체, 고향의 끈끈한 연이 녹아있다. 그 추석날 모두들 즐거워하지만 마음이 아파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실향민들이다. 나는 할머니와 아버지, 작은아버지들의 아픔을 지켜보면서 자라며 슬픔을 물려받았다. 잠시 이별인줄 알았던 핏줄을 영영보지 못하는 아픔을 안 당해본 사람들이 어찌 알겠는가? 이산가족 대부분이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늦었지만 남북 모두의 큰 결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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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중추절(仲秋節)은 단오절, 청명절, 춘절과 함께 4대 전통명절이다. 월요일이지만 공휴일이라 아침의 거리는 한산하고 공원에는 모여서 기공 체조하는 사람들과 수십명의 아주머니들이 무지갯빛 부채를 들고 군무를 추는 모습과 둥그렇게 둘러서서 제기차기 모습이 정겹다. 자주 보는 모습이지만 이 사람들 제기 차는 발기술이 대단하다. 발을 앞발 뒷발 다 사용해서 제기를 차는 모습이 마치 무술영화의 신공 같기도 하다. 이렇게 발재주들이 좋은 사람들이 왜 축구에서는 공한증에 떠는 지 이해가 안 갈 정도이다.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우리나라에 송편이 있다면 중국에는 월병(月餠)이 있다. 영어로는 Moon cake이라 부르는 것이다. 보름달 모양으로 둥근 빵에 돼지기름, 설탕, 달걀, 호도, 밤 등 견과류를 넣어서 만들어 중추절이 되면 보름달에 이 빵을 바쳐 가족의 행운과 안녕을 비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월병은 중추절에 가장 많이 주고받는 선물이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한다.

 

월병의 역사는 은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다 장건이 비단길을 열고 서역으로부터 호두와 깨가 들어오면서 그것을 월병 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호두로 만든 월병을 호병(胡餠)이라고 불렀다. 중추절 밤 당 현종이 달을 보며 양귀비와 호병을 먹다가 호병의 호자가 오랑캐 호자를 연상시킨다고 투덜거린다.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며 보름달의 정취에 젖어있던 양귀비는 자신도 모르게 ‘월병’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호병이 월병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중국의 중추절은 달구경이나 가을잔치의 개념이지만 우리의 추석은 대동제의 성격이 강하다. 월병은 꽉 찬 보름달과 같고 송편은 반달과 같다. 보름달은 기울어갈 것이고 반달은 차츰 커져서 만월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미래지향적이었다. 이제 그리도 오랜 세월 꽉 찬 보름달이 되고픈 우리가 바야흐로 통일을 이루어 꽉 찬 보름달 같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세계를 향한 대동제를 신명나게 펼쳐나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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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추석을 맞아 한국의 극장가에서는 ‘안시성’이라는 영화가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하는 것 같다. 안시성은 내가 지금 지나는 후루다오와 진저우를 조금 더 가면 랴오닝성 하이청(海城)의 동남쪽에 있는 영성자산성(英城子山城)으로 추정하는 견해가 가장 유력하다. 당나라군은 안시성을 공격하기 전 개모성, 요동성, 백암성을 함락했다. 당군은 이제 안시성을 함락하기 위해 총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성과가 없자 당 태종 이세민은 안시성보다 높은 토산을 쌓아 성으로 쉽게 넘어가려 했다. 60여일 만에 토산이 완성되었는데 갑자기 토산이 무너지고 안시성 성주 양만춘과 병사들이 새벽에 기습 공격해 토산을 점령해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당나라 보급을 맡은 수군이 풍랑을 만나 몰살당하는 상황에 이르자 88일 만에 이세민은 전군에 철수 명령을 내렸다. 이때 양만춘장군이 추격하다가 당 태종의 눈에 화살을 정확하게 박았다.

 

이 지역이 옛 고구려의 땅이었거니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이 부근에는 석유시추공이 수없이 보인다. 갑자기 배가 아파진다. 668년에 고구려가 멸망하자 이곳은 요동지역에서의 고구려 부흥운동의 중심지가 되었다. 신채호는 그의 <조선사 연구초>에서 하이청 부근을 고평양(古平壤), 즉 고조선의 옛 수도라고 지목했다.

 

고평양이니 고조선이니 하는 말 앞에 ‘고(古)’자가 붙은 것은 후의 평양, 조선과 구별하기 위해 학자들이 붙인 말일 것이니 이곳에 진짜 우리의 평양이 있었고 조선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 일대가 고구려의 중심지였다. 나는 가끔 내 안에 광개토대왕 유전자가 있어 ‘만주벌판을 달리는 꿈을 꾸었나!’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나는 지금 그의 위엄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의 땀과 그의 말의 땀방울이 떨어졌을 이 땅 위에 나의 땀을 섞으며 할아버지 묘소에 성묘하러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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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성묘 길에 ‘남북평화통일’이니 ‘세계평화’니 하는 거창한 표어를 내걸어서 미안한 생각이 든다. 다시 한 번 고백하지만 나는 통일열사로 교육받거나 거창한 사상이나 이념 같은 것 없다. 더군다나 평화운동가로 내 인생의 목표를 삼은 적도 없었다. 더군다나 내 체력이란 것도 그리 대단한 것이 못되어 시작할 때 나는 내 자신도 이렇게까지 거뜬하게 달려올지 의심했었다. 그러니 나를 열사니 초인이니 이런 말로 오글거리지 않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70여 년간 남북 무장군인 백만여 명이 철통같이 지켜낸 안시성보다도 더 견고한 저 삼팔선을 뚫고서 성묘 갈 길은 도저히 없었다. 그래서 1만5천 km나 되는 우회로를 생각해냈다. 그것만으로도 나의 성묘 길을 보장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남북평화통일’이니 ‘세계 평화’란 간판을 도용했다. 그러니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죗값을 단단히 치루겠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먼 길을 오는 동안 기적 같이 평화가 내 길동무를 해주었다. 평화가 내 발걸음에 보조를 맞추어 행진하여 주었다.

 

내가 성묘를 다녀오고 또 누군가가 성묘를 다녀올 수 있다면, 추석 하루만이라도 성묘 길을 열어준다면. 그 길은 성묘 길이 되고, 그 길은 수학여행 길이 되고, 또 신혼 여행길이었다가 자유왕래길이 될 것이니 내가 ‘남북평화통일’이니 ‘세계 평화’란 간판을 도용한 것을 나무라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허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평화운동가로 행세를 하더라도 크게 나무라지 말고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다. 다만 열사니 초인이니 이런 말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으니 피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국의 동해안 길을 따라 달리는 길에 가을바람이 넉넉해서 달리기에 더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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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류청론] 자신감 보여준 북한의 노동당 8차 대회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노동당 8차 대회에서 호칭이 변경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대회 5일째인 1월 9일 미국의 새 행정부를 향해 ‘강대강-선대선’ 원칙을 강조하며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

    김정은이 ‘강대강-선대선’ 강조한 이유는?
  • [포커스] 올해 주택가격 진정될까? file

    지난해 주택시장은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강세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완전히 끊긴 이민, 경제 침체 등으로 집값 하락을 기대하며 내집 마련의 기회를 엿보던 서민들에게 이번 주택 붐은 더욱 실망스러울 것이다.  주택가...

    [포커스]  올해 주택가격 진정될까?
  • 한심한 이낙연, 지금이 ‘이명박근혜 사면’ 들먹일 땐가? file

      [시류청론] 여당은 ‘노통’처럼 검찰에 당하기 전에 정신 차려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2021 신축년 새해 첫날 한국의 진보 층은 여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민통합’을 이유로 내세운 ‘이명박•박근혜 사면’이라는 ...

    한심한 이낙연, 지금이 ‘이명박근혜 사면’ 들먹일 땐가?
  • 문재인 정부의 무능, 사법쿠데타 발판 됐다 file

    [시류청론] 정부-여당, 냉정한 국정운영만이 답이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적폐검찰과 적폐사법부 등 '법비'(法匪)들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권력을 정지시킨 '법비쿠데타'에 성공, 정치영역까지 침범하는 일이 발생했다. '법비...

    문재인 정부의 무능, 사법쿠데타 발판 됐다
  • [포커스] 뜨거워지는 ‘아메리카스컵 요트대회’ file

    지난 12월 15일(화) 오클랜드에서 ‘제36회 아메리카스컵(America’s Cup) 요트대회’의 대회장인 ‘컵 빌리지(Cup Villiage)’가 문을 열고 ‘프라다(PRADA) 월드 시리즈’가 12월 17일(목)부터 시작되면서 대회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현재 뉴질랜드와 영국, 이탈리아, ...

    [포커스] 뜨거워지는 ‘아메리카스컵 요트대회’
  • 문재인 촛불혁명 정부에 남겨진 해묵은 과제들 file

      국보법 폐지, 천안함-세월호 사건, 공안조작 사건들 진실규명 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조국과 추미애 두 법무장관의 피나는 노력 덕분에 전임 정부들이 실패해 온 70년의 길고도 질긴 검찰왕국 해체에 성공하고...

    문재인 촛불혁명 정부에 남겨진 해묵은 과제들
  • [포커스] 요식업계의 코로나시대 생존 전략 file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쓴 2020년은 수많은 산업 분야가 큰 변화를 겪은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요식업일 것이다. 많은 소매점들이 문을 닫았고 음식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19의 여파에서 회복하기까지는 앞으로도 ...

    [포커스] 요식업계의 코로나시대 생존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