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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촌 길거리에 버려져 평범한 가정에 입양되었던 아이를 장관이라는 요직에 임명하는 나라는 아마도 이 세상에 많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저를 이 자리에 있도록 2014년 8월 대통령에게 저를 추서했던 발스 국무총리에게 그 어떤 말로도 부족한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올랑드 정부의 ‘So~스마트우먼’으로 불렸던 ‘플뢰르 펠르랑’ 문화부장관의 이임식 연설 내용이다.

그녀가 장관직을 떠나기 전에 남긴 연설은 지극히 사적일 수도 있지만 감동적이었다. 연설 도중 그녀는 어떤 유감의 표시도 하지 않았고, 자기를 돕던 2인자에게 덤덤히 장관 자리를 넘기고 의연하게 장관실을 떠났다. 그때 심정은 어땠을까?

 

2월 11일. 올랑드 대통령이 내각 개편을 단행했다. 어쩌면 단행(?)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회당 중심의 개편을 강행할 경우, 표밭 형성이 어려울까 차기 대선구도를 세우기 위해 녹색당에 몇 자리를 배정한 것 뿐이다. 정치를 모르는 필자가 봐도 수가 빤히 보이는데, 전문가는 오죽하랴. 

국무총리가 외무부장관으로 다시 컴백했다. 정치판은 ‘코메디무대’라는 말이 이를 두고하는 말인가 보다. 한번 국무총리였던 사람이 다시 외무부장관으로 한수 낮춰서 들어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자기가 꾸리던 내각의 전 내무부장관이 지금 총리가 되었는데, 그 총리의 지시를 받아야하는 외무부장관으로 좌천(!)등극 한 것이다. 에고에고~~~ ! 잘 할 때까지 해 보려는 어리석은 미련이 떠나지 않은 것 같다. 역시 정치는 얽히고 설켜서 복잡해! 그나저나, 잘 나가던 우리 플뢰르 언니께서 왜 갑자기 ‘팽’을 당했는지 한번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개각 전에 여기저기서 모락모락 피어 오르던 정체불명의 ‘유언비어’가 있었지만, 분명히 개각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 인도 출장길에 동행하면서 문화부장관 교체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옛말에 ‘나라는 임금이 움직이지만, 그 임금을 움직이는 사람은 왕비’라고 했다. 결국 프랑스를 움직이는 올랑드 역시도 지금 ‘걸프렌드’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해석이다. 중소기업 및 디지털 경제혁신장관, 통상국무장관을 거쳐 문화부 장관 자리에 오른지 1년 6개월만이다. 프랑스 행정학교 출신인 그녀는 일명 명문 엘리트코스를 모두 밟은 실력파 재원이다. 실력만 있으면 국적이나 출신의 높낮이 차등을 두지 않는 프랑스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그녀의 장관등용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당의 에이스로 지목 받아오던 그녀의 정치계 입문은 예정된 것이었고, 에로와 발스 내각에 합류한 이후, 디지털 장관으로서의 그녀의 활약은 많은 찬사와 인정을 받았다. 통상국무장관 시절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기가 태어나고 버려진 나라였던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당연히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된 경우이기도 하다. 그녀는 한국 언론의 표현과는 달리, 프랑스 언론의 인터뷰에서 본인은 ‘프랑스인’이라는 것을 당당하고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다. 당시, 지나치리 만큼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중 조명하는 한국언론을 보면서 참 허망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자랑스러움??’, ‘미안함?’, ‘부끄러움?’. 어떤 것이었을까?? 

언론의 호들갑~!! 금메달 딴 사람만 사람 취급하는 한국문화, 외국에서 떠야 한국에서 뜰 수 있는 요상한 전통은 여전히 유효한지? 

한불 상호교류의 해 개막식에서 그녀와 잠깐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참 편안하고 상냥하며, 아주 낯익은 얼굴이었다. 흔히 장관이라고 거리를 두지도 경호원이 앞을 막고 위협을 가하지도 않았다. 곧 ‘한국을 다녀 올 예정’이라는 얘기를 했고,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한국에 대해 애정이 담긴 말들을 했다. 주변에 그녀를 보고 싶어하는 너무도 많은 팬들에 의해 흔들렸던 필자의 스마트폰에는 지금도 ‘두 여자가 찢어진 두 눈을 더 찢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치인들은 분명히 이미지 관리상 ‘싫어도 싫지 않은 척’, ‘마음에 안들어도 마음에 드는 척’, 무엇이든 ‘척’을 잘 해야 성공할 것 같다. ‘화가 나도 화가 안 난 척’, ‘열을 받아도 웃으며, 열 절대 안 받은 척’, 그 뿐인가~? ‘적이라도 적이 아닌 척’, ‘자기 편이 아니면서도 자기 편인 척’… 척 보면 척 변하는 그런 ‘변신술’이 ‘기본’이 되어야 정치판에서 오래 살아 남을 수 있는 것 같다. 

 

주변에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으로 지나치게 장수하는 분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런 기본기가 뛰어날 뿐 아니라, 카멜레온의 기질을 십분 잘 발휘하는 탁월한 실력(?)을 갖춘 분들 뿐이다. 

‘안테나는 업무보다 상사에게 일백프로 고정’, ‘색깔로는 무채색 또는 무지개색’, ‘새도 되었다가 쥐도 될 수 있는 박쥐’, 그러면서 절대적인 친구도 절대적인 적도 없는 ‘천하무친(?), ‘천하무적(?)’. 

플뢰르 언니가 문화부 장관자리를 계속 지킬수 없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위의 요소들이 부족했던 탓이라는 분석이다. 그녀는 자신이 그 자리에 ‘왜 있는지’, ‘무엇을 위해 있는지’ 잘 알았지만, 그 자리는 본인의 실력만으로는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암투의 정치판’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정부 내각부처 가운데 문화부 장관 자리는 ‘명당 중에도 명당’으로 불리는 몇 안되는 자리다. 그만큼 그 자리는 ‘호시탐탐’ 노리는 자들이 곳곳에서 눈을 번뜩이고 있다가 기회만 보면 꿰차는 곳이다. 누구보다 똑똑하면서도 장관 개인의 이미지업을 위해 계산된 ‘언론프레이’나 ‘뻥튀기 인터뷰’ 또는 ‘능청스런 모르쇠 답변’에 대한 ‘한 수’를 미리 터득하지 못했던 것이다. 

현 문화부장관자리에 오른 ‘오드레 아줄레’는 정말 의외라는 여론이다. 다만, 그녀의 ‘한 수’는 ‘왕비후보’의 입김을 ‘미리 파악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오죽하면, 프랑스 언론들이 안타깝게 플뢰르에게 ‘이제 시간이 나니, 제발 ‘비비다(손을~)’라는 공연이라도 좀 보러 다녀라’는 충고를 할까?

그래도 또 한 명의 한국계 입양인 ‘장-뱅상 플라세’의 선전을 축하하며, 위로를 받아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장-뱅상 오라버니’의 국외(?)활약을 기대하며~~!! 어찌됐든~! ‘대한민국 화이팅!!’    

 

【이미아 / 에코드라코레 대표 : mia.lee20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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