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 승자독식이란 탐욕의 악습을 



잘라 내야 한다



기원전 2300년께 서남아시아에 위치한 나라 바빌로니아는 세계 최초의 대제국을 건설하며 번영을 누렸다. 



하지만 이 나라의 군주인 사르곤 왕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바빌론에서 돈이 사라져 시민들이 일할 곳을 찾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장사꾼들은 손님이 줄어들어 걱정이고, 농부들은 곡식을 팔지 못해 아우성쳤다. 



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쏟아부은 그 많은 황금이 하늘로 솟았단 말인가, 아니면 땅으로 꺼졌단 말인가. 진상조사에 나선 재무대신의 답은 이랬다. "염소의 우유가 여과기를 빠져나가듯이 모든 황금이 일꾼과 장사꾼의 손을 거쳐서 바빌론 부자들에게로 넘어갔습니다. 그 때문에 돈의 흐름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대다수 시민은 돈을 구경조차 할 수 없지만, 소수의 부자는 돈이 넘쳐 날 지경입니다."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란 책에 나오는 일화이다. 인간의 역사가 수천 년이나 흘렀지만, 그때와 지금이 너무나 흡사하다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몇 단어만 바꾸면 부(富)가 소수에게 집중돼 수요 부족에 허덕이는 현대 경제의 모순이 그대로 재현된다. 당시 막강한 힘을 가진 '바빌론 정복의 왕'마저 부의 쏠림만은 어쩌지 못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21세기 현대에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고민은 한층 더 깊다. 



프랑스의 젊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요즘 그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피케티 교수가 쓴 '21세기 자본론'이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 2위에 오르내릴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피케티는 선진 자본주의가 상속받아 부를 늘리는 '세습적 자본주의'로 서서히 후퇴해 소득 불평등이 지금껏 역사가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소득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안은 슈퍼리치에 대한 누진적 글로벌 부유세의 도입. 그는 누진세가 본질에서 자유주의적이고, 시장 우호적인 제도라고 강조한다. 반면 글로벌 부유세가 비현실적 해결책이라는 반론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는 경제학의 영역에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빈자의 성자’ 프란치스코를 교황 즉위명으로 택한 현 교황은 여성과 이슬람교도 죄수의 발을 씻겨주고, 병자를 안아주는 등 낮은 곳으로 향하는 소탈하고 검소한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자본주의의 탐욕에 대해 수차례 비판을 하면서 마르크스주의자 논란에 휩싸이거나 ‘프란치스카노믹스’ ‘바티칸 경제학’ 

등의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교황은 “규제가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며 “완전한 자유방임시장과 투기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경향 때문일까? 지난해 10월 기본소득제라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개념이 등장했다. 



스위스에서 소득의 적고 많음에 관계없이 모든 성인에게 일정금액의 생활비를 매달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국민발의 법안이 의회에 제출된 것이다. 기본소득은 극심한 효율화 경쟁으로 더는 정규직 일자리가 보편적인 취업 기회가 아니고, 완전고용이 불가능해진 '노동의 종말'시대에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 노동하고 공부하자는 염원도 담겨 있다.



이 제도는 재원마련난, 근로 의지 상실 우려, 임금삭감 가능성 등 난제가 많지만, 기초연금 등 유사한 형태로 우리에게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황금주 제도 도입을 주장한 적이 있다. 



경영권과 투자·복지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대타협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처럼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부의 배분 방식들 밑바닥에 깔린 공통점은 다름 아닌 사회 공공성 확보이다.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사회 구성원 전체를 생각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고뇌이다. 



고용 없는 성장과 청년 실업 급증, 저출산 고령화, 수요 부족, 경제 침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기 위해선 무한경쟁, 승자독식이란 탐욕의 악습을 잘라 내야 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19일 세월호 대국민 담화엔 이와 같은 국정철학이 부족했다. 



월호 침몰은 공(公)위에 사(私)가 올라타 발생한 전복사고였다.



< 유럽 19개국 배포 주간신문 유로저널  www.eknews.net >
  • |
  1. 287d3e5167681ee1839fd45e6a516a95.jpg (File Size:24.9KB/Download:44)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플로리다로 은퇴를 즐기러 오신 장로님께 file

     인식 정지증의 해소를 위하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우선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오신 장로님께 뒤늦게나마 환영의 인사를 올립니다. 이 곳 플로리다에는 늘푸른 골프장, 그리고 던지자 마자 입질을 하는 환상의 낚시터가 많아 은퇴생활 하기에 정말 좋은 ...

    플로리다로 은퇴를 즐기러 오신 장로님께
  • 신 청춘예찬을 노래하고 싶다 file

    신 청춘예찬을 노래하고 싶다 자고이래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칭찬하는 예는 드물다. 혹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져라’ 하는 충고의 말이나 ‘가벼이 굴지 마라’ 따위의 경고의 말을 즐겨 하지만, 어른들이 진실로 청춘에게 애정을 갖고 그들을 존중하는 말을 한 경우는 많...

    신 청춘예찬을 노래하고 싶다
  • 한묵 선생님께, 존경의 마음을 표하며... file

    “선생은 오늘날 보기드문 고고한 예술가다. 오로지 화가로 살고 또 화가로 죽을 것이다. 나라니 교직이니 치부니 권위 따위에 얽매임 없이, 낯선 사람들로 웅성이는 파리에서 평생을 그림이라는 퍼포먼스로 보내고 있다. 그래서 선생의 그림은, 그 퍼포먼스가 남긴, 티...

    한묵 선생님께, 존경의 마음을 표하며...
  • 헬조선의 난민, 국익과 직결된다. file

    헬조선의 난민, 국익과 직결된다. 시리아가 2011년 내전에 휩싸이고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넓은 지역을 점령하는 지경에 이르자 엄청난 수의 주민이 시리아 밖으로 탈출하는 사태가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다. 시리아 주변 국가들은 물론이고 서유럽, 동유럽...

    헬조선의 난민, 국익과 직결된다.
  • 대체, 언론인은 누구인가? [1] file

    [허리케인 칼럼] 다시 돌아보는 언론인의 기본 자세   리영희 교수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암울했던 70년대 중반, 몇 권의 시대 풍자적 저작으로 유신정권의 철권통치에 감히 도전하고 나선 교수가 있었다. 그는 군 장교 시절 사병에게 돌아갈 식량을 한...

    대체, 언론인은 누구인가?
  • 국정 교과서 ‘유감’ file

    1492년 아메리카를 발견한 후 스페인으로 돌아간 콜럼버스는 다음해 17척의 군함을 이끌고 되돌아왔다. 피의 역사는 그의 배가 카리브 해안에 닿으면서 시작했다. 기록에 의하면 1493년 800만명이었던 에스파뇰라섬의 원주민 타이노족은 콜롬버스가 이 땅을 밟은 지 3년...

    국정 교과서 ‘유감’
  • 재외동포정책과 재외동포청 신설 발의에 대한 소고. file

    재외동포정책과 재외동포청 신설 발의에 대한 소고. 김원일(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모스크바한인회장) 세계화 시대인 지금, 재외동포는 한국에게 큰 자산이고 미래 국가발전의 디딤돌이다. 재외동포 700만 시대에 한국민들 중에는 누구나가 가깝고 먼 친척이나 지인...

    재외동포정책과 재외동포청 신설 발의에 대한 소고.
  •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file

    미국의 사멸위기 언어연구소에서 100년 안에 세계 언어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적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는 7,000여개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2주에 하나꼴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500년 동안 세계 언어의 절반 가량이 사라졌...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 21세기 한국의 새로운 사대교린(四大交隣)을 꿈꾸며. file

    21세기 한국의 새로운 사대교린(四大交隣)을 꿈꾸며. 김원일 (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모스크바한인회장) 사대교린(事大交隣)은 조선시대의 대외정책의 기본 방침이었다. “사대교린”은 글자 그대로 큰 나라인 중국은 섬기고 그밖에 일본, 여진, 유구 등 ...

    21세기 한국의 새로운 사대교린(四大交隣)을 꿈꾸며.
  • '엄지'의 삽질 file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 속에는 ‘엄지’라는 불리우는 존재가 등장한다. 존재 ‘엄지’는 순식간에 ‘찍어 누르기’로 개미의 목숨을 앗아가는 절대파워의 소유자다. 개미 한 마리의 존재가치는 한없이 미력하고 나약하다. 그러나 그것은 ‘1’일 때의 얘기다. 인간 ...

    '엄지'의 삽질
  • 블라디보스톡 경제포럼에 가지는 기대. file

    블라디보스톡 경제포럼에 가지는 기대. 김원일(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모스크바한인회장) 이제 얼마 남지 않은 9월 초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동방경제포럼”이 개최된다. 포럼준비위원회는 푸틴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 후에 곧바로 비행기로 이동...

    블라디보스톡 경제포럼에 가지는 기대.
  • 정부와 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

    정부와 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소식에 정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뜨겁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도 그런 얘기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시도가 노골화되고 있다. 교육부는 9월 ‘2015개정 교육...

  • [파미르 여행기 7] 구름이 유르타 지붕에 앉아 쉬어가는 곳, 야... file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김상욱 무르갑에서 오쉬 방향으로 10분 정도 달리다가 완쪽으로 꺽어 20분을 더 달렸다. 하늘과 땅이 맞...

    [파미르 여행기 7]  구름이 유르타 지붕에 앉아 쉬어가는 곳, 야크들의 낙원
  • [파미르 여행기 6] 동 파미르의 중심 무르갑, 여행자들과 만남이 ... file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김상욱 <동 파미르의 중심도시 무르갑의 재래시장 모습. 중국제 물건을 싣고 온 컨테이너로 조성된 시장...

    [파미르 여행기 6] 동 파미르의 중심 무르갑, 여행자들과 만남이 있는 도시
  • [파미르 여행기 5] 평균 해발 3000미터 이상인 파미르 고원에도 ... file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김상욱 그래서 파미르인들은 과거 우리네 처마밑에 연탄이 쌓여 있던 것처럼, 난방용 말린 소똥을 창고 ...

    [파미르 여행기 5] 평균 해발 3000미터 이상인 파미르 고원에도 어부가 있다?
  • 지중해의 비극 file

    한 장의 사진이 지구촌을 울리고 있다. 지난 2일, 싸늘히 식은 몸으로 터키의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 떠밀려 온 인형같이 작은 몸. 무심한 파도가 연신 얼굴을 적셔도 해변에 엎드려 누운 아이는 꼼짝하지 않았다. 올해 겨우 3살이었던 에이란 쿠르디는 이슬람 극단주의 ...

    지중해의 비극
  • 뉴욕의 별난 ‘負褓商(부보상)

    목록 글쓰기 뉴욕의 별난 ‘負褓商(부보상)’ 글쓴이 : 韓 泰格 날짜 : 2015-09-01 (화) 10:36:58 #qr_code_layer { display:none; position:absolute; background-color:#fff; border:2px solid #ccc; padding:10px; width:280px; } #qr_code_layer .qr_code_google ...

    뉴욕의 별난 ‘負褓商(부보상)
  • [파미르 여행기 - 4 : 평균 해발 3000미터 이상인 파미르 고원에... file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김상욱 그래서 파미르인들은 과거 우리네 처마밑에 연탄이 쌓여 있던 것처럼, 난방용 말린 소똥을 창고 ...

    [파미르 여행기 - 4 : 평균 해발 3000미터 이상인 파미르 고원에도 어부가 있다?]
  • 칼날 위에 서다

    분단의 세월 70년을 지내오면서 우리 민족은 서로를 향해 칼을 품고 살아왔다. 위태로운 그 칼날 위에서 숨 죽이며 서 있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21일(금)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다음날인 22일(토) 오후 5시 30분까지 대북...

    칼날 위에 서다
  • 드디어 파미르고원에 도착. 푸른 초지의 첫마을 브룬쿨 file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김상욱 파미르고원의 만년설이 녹아 내린 산사태 현장을 뒤로 하고 길을 채촉했다. 가파른 산길과 급경...

    드디어 파미르고원에 도착. 푸른 초지의 첫마을 브룬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