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에게 격려를!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스웨덴을 7-1, 스페인을 6-1로 누르고 결승전에 오른 홈팀 브라질의 우승을 의심하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결승전 상대인 우루과이를 몇 점 차이로 이기느냐가 관심사였을 뿐이다. 



그러나 결과는 브라질의 1-2 역전패. 우승행사를 준비하던 브라질은 순식간에 초상집으로 변했다. 팬들의 비난은 말할 것 없고, 월드컵 우승을 정권에 대한 지지도로 이어가려던 정부가 선수들을 그냥 두지 않았다. 



역전 골을 허용한 골키퍼는 비밀경찰에 불려가 공산주의자로 몰려 심한 문초를 당했고,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수비수에게 스폰서가 상금 지급을 거부하기도 했다.



월드컵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은 콜롬비아 선수단에 일어났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 출전한 콜롬비아는 우승후보로 꼽힐 만큼 전력이 강했지만, 뜻밖에도 조별리그 성적 1승2패로 탈락했다. 팬들은 울분에 찬 비난을 선수단에 쏟아부었고, 미국과의 경기에서 자살골을 허용한 수비수 에스코바르에게 비난이 집중됐다. 



살해 위협에 시달리던 에스코바르는 귀국한 직후 술집에서 12발의 총탄 세례를 받고 사망했다. 범인들은 총을 쏠 때마다 “자살골에 감사한다”고 비아냥거려 살해동기를 짐작게 했다. 이후 콜롬비아 선수단은 해체되고 말았다.



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대표팀이 귀국 과정에서 겪는 곤욕은 거의 공통된 현상이다. 한밤중에 귀국해 팬들 몰래 공항을 빠져나가려는 선수단과 이를 저지하려는 팬들의 숨바꼭질이 벌어지는 것은 전통이나 다름없다. 



축구가 일찍부터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은 유럽과 남미지역에서 특히 그렇다. 귀국하는 선수단을 상대로 공항에서 현장 청문회를 요구하기도 하고, 선수단을 처단(?)한다며 단두대를 가져와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사상 처음 월드컵 원정 8강 진출을 노리던 한국 축구가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는 치욕을 당하며 탈락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어제 새벽 열린 브라질 월드컵 H조 마지막 경기에서 벨기에에 0-1로 졌다.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으나 수준 차이가 확연했다.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와의 경기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1무 2패, 16강 진출에 성공한 4년 전 남아공 월드컵과 비교해 초라한 성적이다.



결국 30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월드컵 선수단이 몇몇 축구팬들로부터 엿사탕 세례를 받았다. ‘즐겨라 대한민국’이 슬로건이라 해도 감흥이 없는 경기력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대표팀으로선 서운한 감정이 들겠지만, 그만큼 애정이 깊다는 반증이다. 길로틴이나 청문회에 비하면 애교 수준 아닌가.



사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팀에 대한 외신의 평가는 냉혹하다. 득점력은커녕 공격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다고 하나같이 지적한다. 한국선수들이 한 것이라곤 페널티지역으로 달려 들어가 넘어지는 것 말고는 다른 계획이 없었다는 혹평도 있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정신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평가들이다. 월드컵은 전장과 같다고 한다. 우리의 준비가 부족했고 변화를 외면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패배의 책임을 감독과 선수들에게만 돌리기에는 우리의 축구 환경이 너무나 척박하다. 



축구계 전체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감독만 해도 그렇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것은 1년에 불과하다. 선수단을 안정적으로 꾸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예선을 치르면서 감독이 잇따라 바뀌니, 탄탄한 팀 전략은 애초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미숙한 축구행정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의 몰락을 배태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국내리그의 침체는 축구 발전을 저해하는 근본 요인이다. 흥행몰이를 하는 프로야구와 달리 관중 수는 내리막길이다. 



유럽의 빅 리그는 고사하고 북중미나 아시아권과 비교해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프로축구 행정이 관중의 눈높이를 따르지 못한 탓이다. 팬들조차 해외축구에 더 눈을 돌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이 앞다퉈 해외로 진출하는 것을 감안하면 K리그 활성화는 시급한 과제다.



해외파들이 대표팀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대부분은 K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이다. 국내리그 뒷받침이 안된 해외파들로는 대표팀의 조직력을 극대화할 수 없다. K리그에 대한 팬들의 성원이 필요한 이유다.



이제부터 4년 후 러시아 월드컵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4년마다 월드컵 폐인이 되기보다 K리그에 지속적 관심과 사랑을 보내는 성숙한 자세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축구계가 반목과 불화를 떨쳐내고 지혜를 모을 때다.



유로저널 김 훈 발행인  



<유럽 19개국에 배포되는 주간신문 유로저널 칼럼, www.eknew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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