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전조, 정부와 국민에 사전에 알리는 경고다 !



눈 깜짝할 사이였다. 멀쩡하던 땅이 갑자기 꺼지면서 거대한 구멍 속으로 사람들이 빨려들어갔다. 지난해 중국 광둥성 선전 공업단지 앞에서 퇴근하던 사람들이 지름 10m, 깊이 4m의 구멍에 빠져 5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목격자들은 “저녁 9시10분께 퇴근하던 중 ‘펑’하는 소리가 난 뒤 노면이 꺼져버렸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 워싱턴에서도 백악관 옆 도로가 폭삭 내려앉았다. 시카고 주택가에서 자동차 3대가 땅 속으로 추락한 데 이어 일리노이주에서는 골프를 치던 40대 남성이 5.5m 아래로 사라졌다가 가까스로 구조됐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집에서 잠을 자던 사람이 함몰돼 숨지기도 했다.



이처럼 땅이 꺼지면서 생긴 거대한 구멍이 싱크홀(sinkhole)이다. 순식간에 사람이나 집을 삼켜버려 ‘공포의 아가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도시뿐만 아니라 산 바다 등 어느 곳에서든 생길 수 있다. 



2010년 과테말라에서는 20층 빌딩 높이의 싱크홀이 생겨 3층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007년에도 깊이 100m의 구멍으로 주택 20여채가 빨려들어가는 재앙을 겪었던 곳이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2012년 인천 지하철 공사 구간에서 폭 12m, 깊이 27m의 싱크홀이 생겨 1명이 매몰됐다. 2005년 전남 무안과 2008년 충북 음성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얼마전 석촌호수 밑 지하차도에서는 사상 최대규모의 동공이 발견되어 시민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고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삼풍백화점, 와우아파트, 성수대교 붕괴사고다. 70∼80년대 한국형 초고속 산업화가 낳은 구조화된 사고였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이 같은 구조적 위험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기업인의 ‘탐욕’과 ‘무능’한 정부가 핵심적 요인이었다. 돈에 눈이 먼 탐욕은 세월호의 평형수를 뺏고, 정부는 학생들을 외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전한 나라를 국정지표로 내걸었지만, 재난시스템은 허술했다. 공무원의 무사안일주의 등 적폐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구조적으로는 정부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지만,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 결여는 사투를 벌이는 학생들에게서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결과는 어떠한가. 세월호 사고가 안겨준 가장 큰 국가적 손실은 정부에 대한 신뢰시스템 붕괴다.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예고된 인재’가 그것이다. 



하인리히가 말했듯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에는 사전에 징후가 나타난다.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시그널을 주고 있지만, 우리가 애써 외면하거나,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안전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문제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석촌지하차도 등 잠실 일대에서 나타나는 ‘싱크홀’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땜질식 처방에서 한 발 나아가 거대한 동공과 싱크홀 원인규명 지질조사에 나섰지만, 해법은 없는 것 같다. 



이 와중에 제2 롯데월드 임시개장은 우려를 낳지 않을 수 없다. 롯데월드가 싱크홀과 무관하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9호선공사와 함께 발생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월드 임시개장 여부와 시기는 결국 서울시의 몫이 됐다. 차기 유력한 대선후보인 박원순 시장 입장에서도 딜레마다. ‘안전’과 ‘돈’을 놓고 밸런스를 찾기가 쉽지 않다.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박 시장 본인이 정치적 싱크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싱크홀 또는 동공과 같은 외부장치 또는 기계로부터 자기 자신의 신체를 보호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은 전세 재계약을 포기하거나, 이사를 가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안전정책의 전면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안전정책은 기존 애프터서비스(AS)에서 사전서비스(BS)로 바꿔야 한다. 선제적이고, 예방적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사후약방문과 같은 땜질식 처방은 폐기해야 한다.



석촌지하차도 주변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은 그 누군가가 우리 정부, 서울시 및 시민들에게 보내는 무언의 신호일 수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 시민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서울시에 대한 구조요청(SOS)일 수 있다. ‘사회적 평형수’가 부족함을 알리는 외침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사고는 피할 수 없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도처에 존재한다. 이 때문에 현대인들은 누구나 사고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불안과 위험에 노출돼 있는 국민에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가 신뢰를 잃는다면, 우리 사회의 위험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또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면 우리 국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유럽 19개국에 배포되는 주간 신문  유로저널 단독 사설  www.eknew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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