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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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럭커의 성지인 iowa 80에 왔다. 아이오와 주 80번 도로상에 있어 붙은 이름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트럭스탑이라고 주장한다. 처음 생겼을 당시에는 분명 그랬을 것이다. 지금은 주차장 크기만 비교하면 비슷한 규모의 트럭스탑이 몇 개 있다. 부대시설의 규모와 내용을 따지면 단연 독보적이다. 예전부터 이곳의 명성은 들었지만 오늘 처음 왔다.

 

네이슨과 수련 기간 중에 지나친 적은 있다. 당시 시간이 맞지 않아 들르지는 못 했다. 네이슨은 iowa 80이 너무 복잡해 주유 한 번 하려면 한 시간도 더 걸린다며 꺼려했다.

 

내가 들른 시간은 오전 늦은 시간이었다. 그다지 붐비지 않았다. 크롬샵에는 실물 트럭이 세 대나 전시돼 있었다. 트럭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꿈의 공간이다. 치과, 극장, 푸드코트, 식당, 편의점, 예배실, 샤워실, 화장실, 미용실, 카이로프락틱 등 온갖 편의 시설로 가득했다. 규모가 작은 쇼핑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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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마침 점심 뷔페가 막 차려졌다. 커피 한 잔 시키고 뷔페를 먹었다. 그간 섭취가 부족했던 야채를 많이 먹었다. 음식이 신선해서 좋았다. 세금 포함 15달러였다. 커피 값은 따로 받지 않았다.

 

옆에 위치한 트럭 박물관에 갔다. 입이 벌어졌다. 규모에 놀라고, 관리 상태에 놀랐다. 내가 첫 손님인지 혼자서 넓은 전시장을 구경했다. 여직원 두 명이서 밀대로 바닥을 밀고 있었다. 입장료는 없고 도네이션을 받았다. 1920년대에 이미 전기 트럭이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자동차의 역사에서 내연엔진 보다 전기 차량이 먼저 나왔다는 것은 알았지만 트럭도 그런 줄 몰랐다. 갑자기 트럭의 역사에 대한 책을 쓰고 싶어졌다. 제대로 보자면 하루 온종일도 부족할 듯 싶다.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대충 둘러봤다. 청소하는 여직원도 트럭 덕후인지 둘이서 주고 받는 대화 내용이 범상치 않았다.

 

트럭커가 아니더라도 iowa 80은 관광 삼아 들러볼 만 하다. 다음에도 기회 있으면 와야지.

 

iowa 80에서 1시간 30분 가량 시간을 보냈다. 갈 길이 멀다. 아이오와 주가 생각보다 크다. 오늘은 종일 흐리고 안개비가 내린다.

 

네브라스카 주에 들어왔다. 해가 졌다. 이쯤 오면 트럭스탑에 가도 자리가 있겠지만 트럭전용 휴게소에서 쉬기로 했다. 여느 트럭 파킹장과 달리 규모도 크고 화장실 시설도 제대로 갖췄다.

 

남은 거리는 197마일. 4시간 거리다. 오후 7시 약속이니 1시간 먼저 간다고 치고 오후 2시쯤 출발하면 된다. 아예 정오쯤 출발해 중간에 트럭스탑에서 샤워도 하고 쉬다가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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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동남쪽으로

 

 

솔로 시작한 이후 서쪽으로 가장 멀리 왔다. 록키 산맥을 넘을까 했지만 여기서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휴게소에서 밤을 보낸 뒤 20여 마일 거리의 Sapp Bros 트럭스탑으로 향했다. 어제 주유를 페루의 Sapp Bros에서 해서 샤워 포인트가 1회 있다. 주차장은 넓지 않았지만 낮이라 자리는 많았다. 길 건너편이 월마트였다. 몰에는 차이니즈 뷔페 식당도 있다. 아주 바람직한 로케이션이다. 샤워 후 월마트에서 식량을 보충했다. 30달러면 일주일 치 먹거리를 마련한다. 어제 iowa80에서 뷔페는 먹었으니 오늘은 생략.

 

2시에 리퍼 연료 채우고 배달처로 출발했다. 월마트는 약속시간 1시간 이상 미리 가면 안 된다. 7시 약속인데 도착하니 5시 30분이다. 체크인에는 문제 없었다. 월마트 닥킹은 쉬운 편인데 오늘은 좀 까다로웠다. 왼쪽 닥에 트레일러를 떼어 놓은 트럭이 앞으로 나와 있다. 앞쪽으로는 어떤 트럭이 주차한 상태라 회전반경이 제한됐다. 닥킹에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이미 미주리와 미시시피로 가는 화물이 예약된 상태다. 트레일러는 깨끗했지만 다음 발송처는 세척 영수증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 근처 트럭 세차장은 주말에는 문을 닫았다. 가는 길에 24시간 문을 여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 들러 트레일러 세척을 했다. 씻어낼 것이 워낙 없던터라 서비스로 래디애이터 그릴에 붙은 벌레를 물로 떼어내 주었다. 앞과 옆 유리도 물로 씻어줬다.

 

발송처에 도착하니 화물 준비가 안 됐다. 가져간 트레일러만 내려놓고 밥테일로 나와 근처 트럭스탑에 갔다. Pump & Pantry라는 곳인데 밤늦은 시간에도 주차할 곳이 있었다. 대형 프렌차이즈 트럭스탑이 아닌 로컬 트럭스탑은 덜 번잡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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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연속

 

 

연락은 금방 오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에도 연락은 없었다. 교대 근무자가 또 잊어 버리고 퇴근했나 싶어 정오 경 발송처로 갔다.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했다. 트럭스탑으로 돌아왔다. 오후 5시에 전화를 걸었다. 역시 준비가 안 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더 늦어지면 내일 배달 약속 시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종일 비가 내렸다. 트럭에서 눕거나 앉아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끓이거나 절친 P와 전화통화를 하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침대부터 정리하라. (Make your bed) 실용서인 줄 알았는데 동기부여서다. 윌러엄 맥레이븐이라는 미해군 사령관 출신 저자가 모교 졸업식 축사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내용이 짧아서 금방 읽는다. 축사 연설은 유투브에서 1억회 넘게 재생됐다. 사소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가 이 책의 주제다. 내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이 책을 읽었다면 네이비 실 훈련과정에 지원했을 것 같다. 육체와 정신을 극한까지 몰고가는 체험을 해보고 싶다. (상명하복 군대문화는 내 체질은 아니지만)

 

오후 7시 가까워져서야 화물이 준비됐다고 연락왔다. 서류가 복잡해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6시간 정도 거리니까 약속 시간내 도착은 문제 없다.

 

밤새 달렸다. 시간 여유가 있어 미주리 주에 들어선 후 휴게소에서 1시간 반 가량 쉬었다. 목적지가 가까워지자 비가 거세졌다. 홍수 경보 메시지가 들어왔다. 보통 이 정도로 내리면 도로를 벗어나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나는 원칙주의자가 아니다. 속도만 조금 늦춘 상태로 계속 달렸다. 다행히 목적지 몇 마일 거리를 남겨두고 비가 약해졌다. 짙은 구름대를 벗어났다. 닥킹하는 동안 이 정도로 쏟아졌으면 곤란했을 것이다.

 

323번 닥. 어둡고 양쪽에 트럭이 있는 공간이다. 한 30분은 소요한 것 같다. 어쨌든 최종결과는 깔끔하게 해냈다. 사무실에서 체크인하고 돌아와 전화연락을 기다리며 잤다. 4시간 정도 남았으니 짐 내리고 최대한 가다가 10시간 휴식을 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대는 어긋났다. 운전 가능 시간을 넘기도록 연락은 오지 않았다. 서류를 받았을 때는 나는 이미 6시간이나 휴식을 취한 뒤였다. 4시간만 더 채우면 된다. 월마트 바로 밖에 Sapp Bros 트럭스탑 주차장이 있었다. 공간은 넓고 한산했다. 여기서 저녁까지 쉬기로 했다. 약 10시간 운전거리다. 오전 7시 약속이라 미리 출발해봐야 도움이 안 된다. 배달처에서 화물을 일찍 받아주더라도 새벽 시간에 주차할 곳 찾기가 쉽지 않다. 배달을 마치면 업무시간이 거의 끝날 것이다. 한두 시간 정도 여유를 남겨둬야 주차 가능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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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별을 보다

 

 

밤운전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막판에 괴롭다. 마지막 두세 시간 동안 졸음과 피로를 견디기 위해 소리를 지르며 운전했다.

 

휴식을 위해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다시 고속도로 진입로로 들어갔다. 진출로보다는 진입로에 트럭을 세울 공간이 많다. 진출입로에 주차금지 표지판이 있는 경우에는 안 세우는 게 좋다. 차량 통행이 많은 곳도 피한다. 밤에 한가한 곳은 도시나 마을에서 떨어진 곳, 출구 안내판에 주유소나 음식점이 없거나 적은 곳이다.

트럭에서 내려 밤하늘을 보니 별이 많다. 가을 벌레 소리에 밤하늘 별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한가롭다. 저 별들이 사실은 수천억개의 태양이 모인 하나의 은하계라고 한다. 너무 멀어서 은하계 전체가 하나의 별처럼 보이는 것이다. 빛의 입자가 수십억 광년을 날아와 내 망막으로 들어왔다. 얼마나 엄청난 우주적 사건인가. 밤하늘 별을 본다는 것은.

 

5시 조금 넘어 배달처에 도착했다. 약속은 7시지만 그 정도 일찍 도착은 괜찮다. 월마트나 뉴저지 일부 복잡한 곳만 아니면 도착시간에 그리 엄격하지 않다. 물론 일찍 도착했다고 항상 짐을 일찍 내려주는 것은 아니다. 주차공간 번호를 알려주며 전화를 기다리라 했다. 번호를 찾아서 막 후진을 하는 참에 전화가 왔다. 덕분에 주차하는 수고를 덜었다. 알려준 닥으로 갔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닥이 높아서 트레일러 바퀴 아래에 기차길 침목 같은 나무를 댔다. 작업은 9시가 넘어 끝났다. 내 업무 시간은 이미 지났다. 오프 듀티 드라이브로 근처 고속도로 휴게소에 갔다. 배달처가 테네시 주와 미시시피 주의 경계상에 있다. 휴게소는 테네시 주 관할이다. 여러 휴게소를 가봤지만 이곳처럼 깨끗하게 관리되는 곳은 처음이다. 직원들은 모두 남녀 흑인이었다. 주차장에도 작은 쓰레기 조각 하나 없다. 쓰레기를 버리기 미안할 지경이다. 트레일러를 쓸어내려던 계획은 취소다.

 

오후 4시, 10시간 휴식을 마치고 출발했다. 다음 화물은 미시시피 주에서 받아서 뉴저지로 간다. 천 마일이 넘는 거리다. 화물 받으러 가는 거리도 5시간 걸린다. 미시시피 주는 아직 여름이다. 에어컨을 켜야 했다.

중간에 러브스 트럭스탑에 들러 샤워를 했다. 출발하려고 보니 트레일러 오른쪽 머드 플랩(진흙받이)이 없다. 트레일러 픽업할 때 제대로 확인을 못 했다. RA에 연락하니 페트로나 TA에 가서 고치라 했다. 마침 트레일러 세척을 위해 페트로로 가는 참이다. 페트로 내 수리센터에 가서 머드 플랩을 주문했다. 직원이 보더니 머드 플랩 거는 곳이 아예 떨어져 나가 용접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트랙터 샵이 문을 여는 오전 8시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RA에 얘기하고 발송처에 트레일러를 내려놓겠다고 했다. 다음에 그 트레일러를 끄는 사람이 수리를 해야 할 것이다. 트레일러 세척을 하면서 트랙터 세차도 같이 했다. 회사 드라이버는 한 달에 두 번 트랙터 세차를 할 수 있다고 들었다. 회사 터미널이 아닌 외부에서 트랙터 세차를 한 것은 처음이다. 어제 오면서 벌레가 앞유리창에 많이 터졌다. 주유소에서 밀대로 닦아봤지만 소용없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세차가 필요했다.

 

포레스트 타이슨에 도착했다. 이곳은 닭고기 가공장이다. 닭오물 냄새가 짙게 풍겼다. 체크인을 하니 트레일러 내리라는 얘기가 없다. 다시 확인하니 라이브 로드라 했다. 그렇다면 계산이 복잡해진다. 내가 가야할 거리와 시간에 트레일러 수리 시간을 더 해야 한다. 가능성은 낮지만 웨이스테이션에서 인스펙션에 걸리면 티켓감이다.

 

드랍 앤 훅이 편한데. 구글 위성사진을 확인하니 닥 공간이 좁다. 실제로 걸어가 확인해 봤다. 좁기는 해도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 전화는 언제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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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을 피해 북쪽으로

 

 

새벽 3시 반 정도에 전화가 왔다. 서류 받으러 오란다. 몇 번 닥에 대라는 얘기는 없었다. 다른 트레일러가 준비됐나보다. 사무실로 걸어가는데 야드자키가 프라임 트레일러를 끌고 나온다. 아무래도 저 트레일러 같다는 생각이 들어 번호를 봐뒀다. 서류를 받아 확인하니 그 트레일러가 맞다. 나로서는 잘 됐다. 트레일러 수리 시간을 벌었다.

 

끌고온 트레일러를 떼어냈다. 가져갈 트레일러를 연결해 빈 트레일러가 있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지금은 어차피 움직일 수 없다.

 

화물량은 많지 않았다. 무게도 2만 파운드 약간 넘었다. 이 상태면 텐덤 타이어 위치가 어디든 상관 없다. 운전하기 편하게 맞추면 된다. (11번 핀에 맞췄다가 나중에 휴게소 가서 6번 핀에 맞췄는데도 타이어 무게 변화는 없었다. 화물이 앞쪽으로 몰려 있어 그런 모양이다)

 

8시간 휴식이 지난 아침 8시에 출발했다. 6시간 넘게 시간이 있었다. 가다가 중간에 2시간 쉬면 나머지 시간도 들어온다. 갈 길이 멀어 최대한 멀리 가야한다. 오늘 550마일은 달려야 한다. 휴게소에서 날씨를 확인하니 허리케인이 아래까지 와 있다. 아직 직접 영향권은 아니지만 동부해안쪽으로 움직인다고 하니 내일쯤에는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미시시피 - 알라바마 - 조지아 - 테네시 - 버지니아 순으로 움직였다. 어제 미시시피에서 화물을 내린 후 테네시에서 쉬었다. 그리곤 동쪽으로 계속 왔는데도 오늘 다시 테네시를 지났다. 희안하다. 20번, 40번, 81번 도로로 이동했다.

 

밤 10시경 버지니아 주 81번 도로 상의 트럭 전용 휴게소에 들어왔다. 원래 계획은 16마일 더 가서 있는 TA 트럭스탑에서 쉬는 것이었다. 여기 자리가 있다면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다. 60대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꽤나 넓은 주차장이 거의 다 찼다. 장애인용 주차공간 제외하고는 빈 자리가 없다. 거의 나갈 즈음에 자리 하나가 비었다. 그래 딱 한 자리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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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환향

 

 

하늘이 개었다. 대신 강한 바람이 불었다. 조금이라도 주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텐덤 타이어를 서너칸 뒤로 물렀다.

 

02에 도착하니 아직 어둡다. 그냥 길가의 건물이다. 닥만 있고 접수 사무실이 안 보였다. 출근하는 듯한 사람이 뒤쪽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닥 옆에 작은 출입문이 있었다. 어두워서 못 봤다. 체크인하고 기다리니 3번 닥에 대라고 연락이 왔다. 무진장 고생했다. 내가 경험한 가장 어려운 닥킹 중 몇 순위에 들 정도다. 손쉽게 닥킹할 수도 있었다. 길건너 소화전과 그 옆으로 주차한 트럭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후진 중에는 소화전이 사각지대에 있어 보이지 않았다. 초창기였으면 소화전에 분명 트럭이나 트레일러 옆면을 받았을 것이다. 소화전이 망가져도 문제고 트럭이 부서져도 문제다. 날이 어두워 잘 보이지도 않고 난감했다. 마침 배달온 박스트럭 기사에게 옆을 봐달라고 했다. 그나마 새벽이라 도로에 차가 많이 안 다녀서 다행이었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럼퍼피가 230달러인데 250달러를 수표를 써서 줬다. 나중에 영수증에 3자를 5자 비슷하게 고쳤다.

 

90로 가는 중에 휴게소에서 2시간 가량 쉬었다. 12시 약속인데 15분 전에 도착하지 말라고 돼있다. 짐이 절반으로 줄자 바람에 차체가 더 흔들렸다. 저지시티의 시스코 물류장이다. 이런 곳이야 닥킹에 문제 없다. 11번 닥에 대고 한참을 기다려도 연락이 안 왔다. 글렌이 아닌 다른 디스페처에게서 연락이 왔다. 화물이 금방 없다고 했다. 오늘밤이나 내일 아침돼야 할 것 같단다. 그러면 여기서 집이 가까우니 가도 되냐고 물었다. 가도 된다고 했다. 그럼 서둘러야지. 닥 내부로 가보니 사람은 없고 서류만 있었다. 사인이 돼 있길래 들고 나왔다. 그 바람에 럼퍼피 영수증 챙기는 것을 잊었다. 144달러다. 영수증 없으면 내가 물어야 하나? 그냥 내가 내린 셈 치고 그 비용을 받았다면 안 되나?

 

95번 도로를 달려 조다리를 넘었다. 길이 엄청 막혔다. 이 길이야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혼잡한 도로다. 거기다 퇴근시간. 쓰록넥 브릿지도 넘어 집으로 달렸다. 다행히 내가 생각했던 곳에 주차할 자리가 있었다. 집으로 트럭을 가져오는 일이 힘들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평소 운전과 별 다르지 않았다. 작은 소도시 중심가를 지날 때가 더 어렵다.

 

아내도 마침 가게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나를 픽업했다. 도서관에 책 반납하고 다른 책 네 권을 빌렸다. 이 놈의 책 욕심은 언제나 그치려나. 마트에서 과일을 사서 집에 갔다. 샤워하고 저녁 먹고 잤다. 빨래는 못 했다.

 

다음날 아침 아내는 가게로 가고 나는 계속 잤다. 8시쯤 해서 화물이 들어왔다. 뉴저지에서 테네시주로. 주소를 보니 지난 번 갔던 곳들이다. 아침 먹고 준비하는 동안 아내가 왔다. 우체국에서 볼 일을 봤다. 그리고는 아마존에서 CB라디오 산 것 반품하러 평소 다니던 UPS 스토어에 갔다. 가게가 아예 문을 닫았다. 다른 UPS 스토어로 갔다. 마트에서 반찬을 샀다. 빨래는 결국 못 했다. 트럭스탑에서 해야지.

 

아내와 작별하고 트럭 시동을 걸었다. 유토피아 파크웨이에서 유턴해 495로 들어갔다. 클리어뷰를 타고 쓰록넥 브릿지를 넘어 95번 도로로 조다리를 넘었다. 올 때보다 더 막혔다.

 

어제 서류 기다리며 청소를 한 탓에 트레일러가 깨끗하지만 발송처가 세척 영수증을 요구하는 곳이다. 뉴저지 보덴타운으로 갔다. 러브스에서 주유하고 페트로에서 트레일러 세척을 할 계획이다. 러브스에 가니 펌프에 문제가 생겼는지 몇몇 통로를 막아 놨다. 그냥 페트로로 갔다. 디스페처에게 러브스에 문제가 있으니 페트로에서 주유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발송처에 도착하니 4시 20분이었다. 한 번 가본 곳이라 익숙하다. 오늘은 트레일러를 닥에 대라고 했다. 식은 죽 먹기다. 내가 가져갈 트레일러는 바깥 진입로 쪽에 있었다. 가보니 트레일러 비상 브레이크에 락이 걸려있다. 거기를 통해 공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트레일러 비상 브레이크가 잠겨 꼼짝 할 수 없다. 전화를 해도 안 받아서 다시 사무실로 걸어가는데 야드자키가 보였다. 그에게 얘기하니 락을 제거해 줬다.

 

최대한 달리기로 했다. 주차 걱정은 나중이다. 뉴저지 - 펜실베이니아 - 매릴랜드 - 버지니아까지 왔다. 밤 10시 30분경 500대 주차규모의 페트로 트럭스탑에 갔다. 처음엔 GPS가 안내를 잘 못해 파일럿 트럭스탑에 들어갔다. 안쪽에 자리가 몇 곳 있었지만 조명이 없어 컴컴했다. 공연히 사고 치지 말고 페트로로 갔다. 이럴수가. 엄청나게 큰 트럭스탑에 단 한 곳도 자리가 없었다. 30분 이상을 둘러봐도 나가는 트럭 조차 없다. 큰 곳이라 자리 여유가 많을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오히려 큰 곳이라 트럭들이 더 몰리는 모양이다.

 

그냥 나와서 81번 도로를 계속 내려갔다. 휴게소로 들어갔다. 아주 운 좋게도 주차금지 구역이 아닌 곳에 한 자리가 있었다. 얼른 주차했다. 점심, 저녁을 못 먹은터라 햇반을 데워 가져온 밑반찬과 함께 먹었다. 꿀 맛이다. 그동안 빵 위주로 먹었는데 이제 반찬이 충분하니 밥 위주로 식단을 바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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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호주브레이크뉴스 ▲2009년 가명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비트코인. 현재는 암호화폐의 황소로 불리고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coin)’을 합친 용어로 온라인 가상화폐다.   물리적인 실체가 없는 디지털(Digital) 통화라는 의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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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 김‘s 카드 뉴스】 『쉿』 호주 기차의 특별한(?) 문화...

    ▲     © 호주브레이크뉴스 ▲기차를 이용하려는 승객들   시드니는 호주에서도 물가가 비싼 도시다. 도무지 싼 것이 없다.   특히 대중교통의 불편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도 교통비는 한국에 비해 엄청 비싸다. 2.5배 수준이다.   대중교통 요금은 구간, 시간대...

    【에디 김‘s 카드 뉴스】 『쉿』 호주 기차의 특별한(?) 문화...
  • 봄을 부르는 소박한 클래식 공연... 『살롱 드 라플란드』! [박철...

    [박철성의 문화가 산책] ◈봄을 부르는 소박한 클래식 공연... 『살롱 드 라플란드』! ◈19일 라플란드 드 카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봄 마중! 삼청동 문화 숨결 되돌리려... ◈초호화 출연진! 테너 신재호ㆍ오보에 손연지ㆍ클래식기타 김우재ㆍ첼로 김상민ㆍ...

    봄을 부르는 소박한 클래식 공연... 『살롱 드 라플란드』! [박철성의 문화가 산책] 19일 라플란드 드 카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봄 마중! 삼청동 문화 숨결 되돌리려...
  • 김성호의 호주법 칼럼

      그것이 알고 싶다!   지나간 날들이 사전보다 두껍게 쌓여진지 이미 오래이나 아직도 찾아오는 첫 경험들로 즐거운 인생이다. 작년 말 크리스마스 직전, 작심하고 무작정 사무실을 찾은 사람이 있었다. 은박 위스키 종이상자가 들어있는 면세점 가방을 들고 사무실로 ...

  • 지성수 칼럼 - 시드니 스캔들 (제16화) file

    * '스캔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호주판 자연인   시드니에서 350km 떨어진 거리에 60만평...

    지성수 칼럼 - 시드니 스캔들 (제16화)
  • 기생충과 부재의기억 file

      Newsroh=로창현 칼럼니스트     작품상 수상으로 아카데미를 오로지 ‘기생충 잔치’로 만든 9일(미국 시간) 뉴욕타임스는 인터넷판 프런트면에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등 제작진 출연진이 무대에서 기뻐하는 사진을 올리고 ‘Parasite’ Makes Oscar History With Bes...

    기생충과 부재의기억
  • 3월 한미연합훈련은 ‘북침훈련’, 제발 북한 자극 말라

    한미 연합훈련 평균 이틀에 한번씩 강행해와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38노스> 1월 23일치를 보면, 17일과 21일 강원도 원산갈마비행장을 찍은 상업 위성사진에 북한의 주력기종인 미그(MiG)-21(마하 2.05), 구형인 미그-17(마하 0.9), 날개의 각도를 20...

    3월 한미연합훈련은 ‘북침훈련’, 제발 북한 자극 말라
  • 마스크 수문장과 정월대보름 file

    오곡밥과 아홉나물     Newsroh=소곤이 칼럼니스트         정월대보름(양 2월 8일)을 맞았다.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은 설날, 단오(端午), 한식(寒食), 추석(秋夕)과 함께 우리 민족 5대 명절 중 하나다. 새해 첫 보름달이 휘영청 뜨는 날이니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마스크 수문장과 정월대보름
  • 『상폐 시즌』 살얼음판! “나 떨고 있니” vs 『관리 탈피기대』 ...

    [박철성의 특징주] ◈『상폐 시즌』 살얼음판! “나 떨고 있니” vs 『관리 탈피기대』 디지털옵틱 반등 모색! ◈조이맥스ㆍ액션스퀘어ㆍ픽셀플러스ㆍ테라셈 급락! 관리종목 지정 사유 추가...   박철성 대기자<브레이크뉴스 리서치 센터 국장ㆍ칼럼니스트>     © 박철성 대...

    『상폐 시즌』 살얼음판! “나 떨고 있니” vs 『관리 탈피기대』 디지털옵틱 반등 모색!
  • SAT 성적 낮으면 토플 성적 제출

    외국인 학생이 미국 대학에 지원하는 방법 (워싱턴 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가) = 미국의 대학 지원을 위해 별도로 치루어야 하는 시험은 학생에 따라 다르지만 SAT, TOEFL이 있습니다. 외국인 학생, 즉 학생비자 (F-1) 로 미국에서 공부하게 될 학생들 중에 ...

    SAT 성적 낮으면 토플 성적 제출
  • 전광훈의 길 VS. 그리스도인의 길 file

    [호산나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빤스에 이어 불멸의 대 히트작이 될 전광훈의 말이다. 용납될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런 인간도 정욕 가운데 내어 버려두신다. 이런 인물은 추종하는 이들 때...

    전광훈의 길 VS. 그리스도인의 길
  • 비 백인 정치세력 급증하는 미국

    흑인은 일반 민주당유권자보다 보수 성향 강해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미국은 급속히 비 백인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고 퓨 리서치 (Pew Research)가 발표했습니다. 2020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 중에서 66.7% 만이 백인일...

    비 백인 정치세력 급증하는 미국
  • 지성수 칼럼 - 시드니 스캔들 (제15화) file

      * '스캔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무임승차   큰 아들은 한국 대학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지성수 칼럼 - 시드니 스캔들 (제15화)
  • 전군에 고강도 장기훈련 명령한 북한, 전쟁준비?

    [시류청론] 미국 극초음속핵무력, 러.북에 50년 뒤져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 언론매체에 따르면, 작년 12월 1일 김정은 북한군 최고사령관은 전 군부에 4월 30일까지 5개월 간 고강도 전투정치훈련(정신무장 및 군사훈련)을 당장 실시하라고 명령...

    전군에 고강도 장기훈련 명령한 북한, 전쟁준비?
  • 저렴한 ‘로컬제국’의 미래 file

    ‘기생충’과 ‘오스카’ 단상     Newsroh=로빈 칼럼니스트     봉준호감독이 지난해 10월 미국 미디어와 인터뷰에서 멋진 한마디를 했다.   “오스카는 국제영화제가 아니라 아주 로컬(지역적)이다”(The Oscars are not 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They're very local...

    저렴한 ‘로컬제국’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