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바바라 부시와 최은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최근 92살 먹은 두 노파가 불과 며칠 사이로 세상을 하직했다. 한 분은 한 많은 보리고개를 경험했을 것이고, 또 한 분은 미국의 대공황을 보았을 것이다. 한 사람은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운을 타고난 여자”라고 자주 말했고, 다른 한 사람은 “내 인생 자체가 연극이었다”고 말했었다. 한 사람은 미국의 전 퍼스트레이디였고, 또 한 사람은 한국의 유명 영화배우였다.

고 바바라 부시의 장례식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보았다. 이 분은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였고 미국 대통령의 어머니였으니 수많은 방송 채널이 앞다퉈 그의 장례식을 방영했고, 엄숙하면서도 행복한 장례식으로 시청자가 느끼게 했다.

그러나 고인의 그 많은 조문객중 단 한 사람도 손수건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은 한국도 많이 변화됐겠지만 장례식장에서 상주가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조문객과 인사하는 모습을 우리 조상님들이 보았다면 무엇이라고 했을까. ‘아이고 아이고’를 잘해야 초상을 잘 치렀다고 생각하는 문화속에서 나는 살았으니 아직도 이런 장례식은 생소하다.

고인은 생전에 이민자들에게 미국땅에서 살려면 무엇보다 먼저 영어공부가 제일 우선이라고 강조하며 해당기관에 많이 후원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읽고 쓰기를 가르치는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보았다.

부시 여사보다 며칠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은 한국 연극 영화 배우 최은희씨이다. 나는 그녀가 정말 영화같은 인생을 살다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한국에서 태어나 57세때 이북으로 넘어갔다. 뉴스에서는 납치라고 하였다. 몇년 후 그녀의 전 남편이었던 신상옥 감독도 이북으로 갔으며 83년에 해후하였다고 한다.

그들은 북쪽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어 신임을 얻은 후 1986년 3월 오스트리아 빈 방문중에 미국 대사관에 진입해 망명에 성공했다. 그리고 10년 넘는 망명 생활을 하다 1999년 한국으로 영구 귀국했다. 이것 만으로도 영화같은 인생 이야기다. 그들은 나 같은 인생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고 최은희씨는 생전에 입버릇처럼 자신의 애창곡을 김도형의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라고 했다고 한다. 그녀의 회고록에서는 “북한에 있던 8년 동안 나는 인생에서 가장 긴 연기를 하며 살았다”고 적었다.

북한 얘기가 나왔으니 최근에 나온 전 세계적인 뉴스거리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4월 27일 새벽 일찍 일어나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 분계선을 넘어 오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니 나의 작은 형이 생각났다. 형은 나보다 4살 많으니 지금도 이북에 살아 계신다면 86살이다. 그는 6.25때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서 이북 가면 쌀밥에 고기국 마음 껏 먹을 수 있다는 말을 굳게 믿고 군사분계선을 알몸으로 건너갔다.

몇 해전 오클라호마 인디언 카지노에서 만난 예비역 미군 대령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날 “오늘 아침에 CNN 뉴스를 보았느냐”고 전화를 하셨다. 그는 대화 도중에 “세계 역사에서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 수록 모든 것을 내려 놓기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북한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어렵게 사는지 몰랐다고 한다.

나는 전화기를 놓고 누가 무엇을 가진 것이 가장 많다는 것인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나는 제발 이번 만은 공수표가 아니기를 바랬다. 북으로 건너간 형님의 생사를 알 수 있는 때가 내 생전에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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