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옛 신부들은 눈물 흘릴만한 이유 있어
 

hong.jpg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한 친구의 아들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신부는 월남계 미국인이었습니다. 격식과 절차는 대부분의 결혼식과 다를 바가 없는 아름다운 혼례이었습니다. 아마도 신부측의 월남계가 한인 축하객들보다 많은 것 같았습니다. 신랑의 부모님도 새로 맞아들이는 며느리가 마음에 든다고 하면서 즐거워 하고 있었습니다. 신부의 부모와는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지만 참석한 많은 축하객들로 미뤄 볼 때 신부측의 부모님들도 한인 신랑을 대견스러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결혼식에서 특이한 장면을 보았습니다. 피로연 장에 신랑과 팔을 끼고 입장하는 신부가 벙글 벙글 웃을 뿐 만 아니라 손을 하객들에게 흔들기도 하고 매우 쾌활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인들의 결혼식에 수도 없이 참석을 해본 저는 신부는 기쁜 모습을 어느 정도 감춰두고 되도록이면 얌전하고 상냥한 모습을 하객들에게 보이려 합니다. 이번에 제가 본 신부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충분히 밖으로 내 보였습니다. 그런 모습이 저에게는 귀엽게 보였습니다.

피로연 도중에 신부는 사회자로부터 마이크로폰을 넘겨 받았습니다. 그리고 크고 신나는 목소리로 신랑을 향하여 “스티브, 나는 당신의 아내가 된 것이 무척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하객들의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그외에도 신부가 스스로 제작했다는 대형 플래카드를 펼쳐보였습니다. 남녀의 그림과 “I LUV U”라는 영자 글자이었습니다. 그리고 신랑 신부를 조각해 놓은 탁상 조형물을 신랑에게 선물하였습니다.

결혼식에서 그런 장면을 처음 보았지만, 무엇보다도 신부가 활달했고 껄껄 웃으면서 기쁨을 숨김 없이 표시하는 것이 저에게는 깜찍스러웠고 귀여워 보였습니다. 아마도 한국의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가지신 어른들께서는 얼굴을 찌쁘렸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관념은 결혼식에서 신부는 기뻐하거나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부가 부모 곁을 떠나서 남의 식구가 된다는 처지에 속으로는 기쁘더라도 밖으로는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상이었습니다.

“신부가 결혼식에서 웃으면 첫 딸을 낳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첫 아기가 딸이든 아들이든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지만 한인들은 그래도 아들을 선호하는 사상이 굳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신부가 결혼식에서 웃지 말도록 이와 같은 속담이 전해 내려온 것 같습니다.

사실 옛날에 혼례를 치루고 시집으로 가기 위하여 가마를 타는 신부들은 모두 울었습니다. '출가외인'이라는 원칙 아래에서 딸이 일단 시집을 갔으면 “시집간 그 집의 귀신이 되라”는 훈계를 엄한 아버지로부터 듣고 가마를 타는 신부는 지금 까지 자라온 집을 떠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슬 것입니다. 시집을 간 딸은 마음대로 친정집에 가지 않는 것이 양반집의 전통이었으니 모든 신부가 가마를 타면서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는 것은 당연지사로 받아들여졌던 것입니다.

지금이야 세상이 달라져서 시집간 딸이 언제든지 친정에 올 수도 있고 친정 식구들과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전화도 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시집을 간다고 눈물을 흘려야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결혼 초기부터 시부모를 모시지 않고 독립하여 살림을 차리는 신혼 부부가 대부분인 요즘은 신부나 신랑은 부모들로부터 잔소리나 간섭으로부터 해방된다는 기쁨에 넘쳐서 웃음이 절로 나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눈물을 흘리는 신부보다 웃음을 띄는 신부가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제 아내도 결혼식에서 방글 벙글 웃었는데도 3남1녀를 낳았습니다. 울면서 가마를 타고 들어 가는 시집의 대문에는 소문만복래(웃으면 복이 온다) 라는 문구가 붙어 있지 않았습니까? 웃는 신부가 아름다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인들은 미소가 부족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한국의 항공 회사의 승무원들도 예쁘기는 세계 최고이지만 미소가 적어서 흠이라고 말하는 외국인들이 많습니다. 미소를 자주 짓는 사람을 “싱거운 사람”으로 낙인을 찍어버리는 것이 한국인들의 전통적 사고이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결혼할 예비신부들에게 감히 권고합니다. 위에 말씀드린 신부처럼 결혼식에서 미소를 환하게 띠고 피로연에서는 신나고 기쁜 마음을 충분히 나타내십시오.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中바이러스 쫄지마 file

      Newsroh=소곤이 칼럼니스트         영화에서나 봄직한 끔찍한 바이러스가 창궐(猖獗)이라도 했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이하 코로나)로 난리다. 약국에선 마스크와 세정제가 날개돋친듯 팔리고 바이러스 예방에 좋다는 각종 비법들이 SNS로 전파되고 있다. 확진자가 ...

    中바이러스 쫄지마
  • 지성수 칼럼 - 시드니 스캔들 (제14화) file

      * '스캔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대가족과 콩가루 가족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

    지성수 칼럼 - 시드니 스캔들 (제14화)
  • 김성호의 호주법 칼럼 - 음주운전 file

      음주운전   2020년 아카데미상 중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Best Picture) 후보에 자랑스럽게 잘 만들어진 ‘기생충’과 함께 선정된 영국영화 ‘1917’은 세계 제1차 대전 프랑스에서 벌어진 영국군과 독일군의 접전 중 연락이 두절된 아군(영국군) 지휘관에게 천육백 명 젊...

    김성호의 호주법 칼럼 - 음주운전
  • 문재인은 김대중의 포용력과 당당함을 배워라!

    [시류청론] 민족 장래 위해 교활한 트럼프에 'NO!' 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북한 개별관광 등 할 수 있는 최대한 (남북)협력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힌 내용 중에는 접경지역 협력, 도쿄올림픽 공동입장•단일팀 ...

    문재인은 김대중의 포용력과 당당함을 배워라!
  • 짐 내리는데 755달러!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새벽 2시에 직원이 문을 두들겼다. 36번으로 옮기란다. 짐 실어 준다고. 그런데 짐 싣는 속도가 느렸다. 새벽 4시 넘어서야 짐을 다 싣고 서류를 받았다. 200마일 넘는 거리를 8시까지 가야 하는데 말이다.   8시 30분까지 갈 수 있...

    짐 내리는데 755달러!
  • 한국 사랑하는 이란에 파병? file

    No war on Iran!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제가 유라시아를 달려올 때 제일 환영해준 나라가 이란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형제의 나라라고 불렀고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 그리고 우리는 연관성을 생각해보지도 못한 이란의 여자들이 쓰는 히잡과 우리 조...

    한국 사랑하는 이란에 파병?
  • 이승만의 두 얼굴 file

    이승만, ‘내국적은 일본’     Newsroh=로창현 칼럼니스트     지난 주 페북에 이승만이 일제 강점기 미국에 입국할 때 국적으로 일본으로 표기했다는 2013년 뉴스로(NEWSROH) 보도를 소개했습니다. 반응이 정말 뜨거웠습니다. ‘공유하기’만 300회에 달했으니까요.   거의...

    이승만의 두 얼굴
  • "여자라구요? 그래서요?"

    부실한 업체 떠맡아 대기업으로 키운 한 여성 사업가 이야기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거트루드 보일 (Gertrude Boyle)여사는 13세 되었을 때 독일의 나치정권을 탈출하여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그 때가 1930년...

    "여자라구요? 그래서요?"
  • 명확하고 조리 있게 글을 쓰는 능력 길러야

    [교육칼럼] 서류는 구속력 있고 책임 따라   (워싱턴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가) = 지난 주 칼럼을 통하여서 대학에서 정규 과목들 외에 신경 써서 습득해야 졸업 후 성공을 위해 유리한 기술들 중에 대화 기술에 대하여 말씀 드린 바 있다. 이번 주에 말씀 ...

    명확하고 조리 있게 글을 쓰는 능력 길러야
  • 지성수 칼럼 - 시드니 스캔들 (제13화) file

      * '스캔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호주 스타일   어느 날 한인복지회를 시작했던 이 선생...

    지성수 칼럼 - 시드니 스캔들 (제13화)
  • 시드니한인작가회 산문광장 - 날 데리러 오거든 file

      날 데리러 오거든   이항아 / 수필가, 시드니한인작가회 회원   까똑~ 새벽녘에 노모를 모시고사는 한국의 남동생으로 부터 카톡이 전송되었다. 시간대로 보면 일상적 안부는 아님에 틀림이 없다. 휴대폰 미리 보기에 “어머니가 어제 그만 뒤로 넘어지셔서…”로 시작되...

    시드니한인작가회 산문광장 - 날 데리러 오거든
  • 수입에 맞게 값싼 옷감을 구입한 한 나라 수상 이야기

    청렴한 공무원의 정직은 누구에게나 귀감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제 2대 수상이었던 쉬리 랄 바하두어 샤쉬트리는 청렴하고 정직한 지도자로 그의 명성이 높았습니다. 한 번은 대형 직물공장에 시...

    수입에 맞게 값싼 옷감을 구입한 한 나라 수상 이야기
  • 신 야만인을 배출하는 한국 교육, file

    개나리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대학   . 남성과 여성 간엔 '사회적 성' 곧 젠더로서가 아닌 동물 생물학적 생리적 차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까? 만약 차이를 인정하는 사람들이라면 극단 여성운동가(래디칼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은 사회적으로 심어...

    신 야만인을 배출하는 한국 교육,
  • 오만한 해리스, 주한대사 아닌 총독으로 처신

    [시류청론] 문 정부, 열일 제치고 북의 신뢰회복에 적극 나서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한국 정부를 우습게 보는 오만한 자세가 취임 1년 6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다. 그는 북한에 대한 개별관광 등 한국 정부의 독자적 남...

    오만한 해리스, 주한대사 아닌 총독으로 처신
  • 마틴 루터 킹 데이의 나의 꿈 file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지난 1월 15일은 미국의 위대한 비폭력 혁명가 마틴 루터 킹(사진)의 탄생일이었습니다. 올해는 1월 21일 마틴 루터 킹 기념일을 거행했습니다. 그분이 1963년 8월8일 워싱턴 DC 민권대행진 때 링컨기념관 앞에서 행한 역사적인 연설을 ...

    마틴 루터 킹 데이의 나의 꿈
  • 중국문화-구정 전통의상 file

      이 중국의 전통은 북과 남부의 왕조(420-589 AD)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나라(960-1279 AD)에서는 새해 첫날 친구들을 방문했을 때 모두 새 옷을 선보였다. 공화당 시대(1912-1949)에는 젊은이들이 어른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아름다운 새 옷이 필요했다. 새해 전...

    중국문화-구정 전통의상
  • “후보없는 선거는 없다” file

    “후보없는 선거는 없다”   재외국민 비례대표 선출은 시대적 과제 2019년 9월 25일 외교부에서 발표한 ‘국가별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외국에 체류하거나 거주하는 재외 동포는 749만 3587명이다. 750만 재외 동포 시대가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2019년 6월 30일 발...

    “후보없는 선거는 없다”
  • 지성수 칼럼 - 시드니 스캔들 (제12화) file

      * '스캔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갑지 않는 새 해   시드니 하버의 송구영신 불꽃놀이...

    지성수 칼럼 - 시드니 스캔들 (제12화)
  • 김성호의 호주법 칼럼 - "incandescent with rage"

      "incandescent with rage"   2020. Twenty Twenty! 펜끝과 혀끝에서 솔솔 굴러가듯 부담 없는 신년이다. 19로 시작하는 출생년도를 가진 20세기 사람이 만 21세 성년이 되는 해이다. 불행히도 Planet Earth는 2020의 출발을 호주의 불바다(bushfire rage) 참사로 장식...

  • 시민 주인 정당은 시대의 사명 file

    희망하는<시민중심 정당> 창당     작년 12월 27일 선거법 개혁의 대의명분은 어디로 간데 없이 거의 1년을 당리당략으로 국회를 개점휴업한 채 분열하고 밀고 당긴 끝에 준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이름으로 선거법이 개정되었다. 그나마 전국득표율이 3%를 넘어서면 비례...

    시민 주인 정당은 시대의 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