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취업이지만 앞만 보고 달렸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칼럼니스트) = 1974년 4월 16일은 우리 가족이 미국에 이민길에 올라 이곳 올랜도에 도착한 때이니 우리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나는 도착한 바로 다음날 취업된 공장을 찾아갔다. 그러나 공장 주인은 ‘너보다 먼저 온 한국사람이 전혀 자동자 정비 기술이 없으니 너도 마찬가지일 것’라며 취업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가장인 내 호주머니에는 단돈 100달러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일곱 식구가 타국 땅에서 먹고 살려면 당장 막노동을 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되는 상황이었다.

공장에서 나와 길을 걸으면서 이민 온 것이 후회가 되기도 했다. 내가 무슨 독불장군이라고 잘 나가던 회사에 사표를 써 던지고 나와 많은 식솔을 이끌고 이곳까지 왔을까. 눈 앞이 캄캄하고 걱정이 마음을 짓눌렀다.

한참 거리를 해매고 있을 때 취업된 공장 직원이 차를 내 옆으로 몰고 오더니 나에게 차를 타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나는 취업된 공장에서 그날부터 최저 임금부터 일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공장 정비공 중에 최고 임금을 받으며 6년을 성실하게 일했다. 할멈도 영어 한마디 못하면서도 디즈니 월드 접시닦이로 밤일을 시작했다.

이민 온지 6년만에 기적같은 일이 생겼다. 나는 어느 미국인의 도움으로 내 정비공장을 시작하게 됐다. 할멈도 접시닦이에서 요리사 보조를 하게 됐다. 이후 할멈은 두 서너명의 일을 혼자서 해낸 덕에 디즈니 월드안에서 그래도 단순 노동직으로는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으로 옮겨 갈 수 있었다. 그 때부터 우리 부부는 몇 십년을 앞만 보고 달렸다.

인간은 사회생활을 할 때 내면의 힘과 외면의 힘을 잘 유지해야 출세도 할 수 있고 타인의 존경도 받고 살 수 있다. 외면의 힘이 돈이나 지식, 지위, 외모, 권력 같은 것이라면, 면의 힘은 성실, 정직, 검소, 선량함 등이다.

한 인간이 외면의 힘이 조금도 없이 살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이곳에 도착하면서 외면의 힘은 완전히 잊고 살기로 결심하였다. 3D 취업 이민자로 타국땅에 옮겨와 뿌리를 내리고 살려면 외면의 힘은 잊고 살아야 한다고 다짐한 것이다.

우리 가족은 월세 75불짜리 집에 들어갔다. 가장인 나는 이민 보따리를 풀지도 못한 채 먼길을 걸어 취업된 공장에 나갔다. 물론 할멈도 겁도 없이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일손을 놓은 지 10년이 넘었다. 일을 완전히 그만두기 전까지 우리는 한 사람의 월급을 저축하려고 최대한 노력하며 앞 뒤 안보고 은행으로 직행하곤 했다. 만 44년간 이곳에 살면서 조국 나들이를 단 한번 밖에 하지 않은 이민자가 우리 부부외에 또 있을까.

은퇴 전에 목돈이 될 만한 것들을 이것 저것 준비하였으나 10년이 넘으니 또 목돈이 들게 되었다. 그래도 겉치레 하지 않고 산 덕에 이번에도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잘 넘어 갈 것 같다.

앞으로 얼마를 더 살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마지막 날에 웃으며 이민생활이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처럼 별 볼일 없는 노동자도 다섯 아이를 대학 보내고, 늙어 죽을 때까지 마음 편히 살 수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무엇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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