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오만과 위선

 

 

Newsroh=소곤이 칼럼니스트

 

 

장면 1

 

5월 11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은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북한은 평화와 번영으로 가득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민간 자본이 북한으로 유입될 것이다. 북한은 주민을 위한 농업 장비와 기술, 에너지와 전력이 절박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특히 “북한이 신속한 비핵화를 위해 과감한 행동을 취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우리의 친구, 한국과 동등하게 경제번영을 성취할 수 있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장면 2

 

5월 27일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12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이 북한에서 열리고 있는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북한이 언젠가는 경제적·금융적으로 훌륭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4일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서한에서 정상회담 취소를 전하며 “북한은 지속가능한 평화와 굉장한 번영을 위한 좋은 기회를 놓쳤다. 이 기회를 놓친 것은 역사상 가장 슬픈 순간"이라고 했다.

 

 

DeosiC5UwAAx4uf.jpg

<백악관 트위터 캡처>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경제적 번영의 당근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성공사례로 남한을 들었다. 과연 그런가?

 

폼페이오와 트럼프의 감언이설(甘言利說)에서 거부감이 느껴진다. 20세기초까지 제국주의국가의 하나였던 미국이, 전후엔 세계주의 전략으로 지구촌 부(富)의 불평등을 가져왔으며 오늘날 시키지도 않은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임하며 온갖 분쟁의 씨앗을 맺게 한 미국의 위선과 오만 때문이다.

 

한번 따져보자. 대체 북한이 왜 오늘날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게 됐을까. 한국전쟁은 남한도 끔찍한 피해를 주었지만 공업기반 시설이 많았던 북한에겐 더욱 처참했다. 어마어마한 폭격으로 전역이 초토화(焦土化)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했다.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에서 역사적 흔적을 찾기 보다는 신생공화국의 계획도시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 이유다.

 

남한은 폼페이오와 트럼프가 허세부리듯 미국의 경제지원(그 폐해는 따로 붙이자)이 있었지만 북한은 공산주의 종가(宗家)인 소련과 중국도 살기 버거운 상황이었다. 남한은 지난 70여년간 남침을 두려워했다지만 기실 북한이야말로 세계 최강의 군대가 핵우산을 씌운 남한과 함께 벌이는 정기적인 군사훈련에 하루도 발 뻗고 자는 날이 없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낙후한 국가가 오랜 세월 미국에 맞서 방위를 해야하니 언감생심(焉敢生心), 경제에 눈을 돌릴 짬이나 있었겠는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90년대 소련해체 등 사회주의국가들의 몰락으로 알량한 우군이 거의 다 사라지고 대기근으로 눈물겨운 고난의 행군을 벌인 북한이었다.

 

종전협상과 평화체제를 외면한 채 체제 붕괴를 기다리는 미국의 ‘전략적 인내’는 북한으로 하여금 오직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만이 살 길이라고 믿게 했다. 유엔의 결의안 등 십수년에 걸친 대북제재로 북한은 당연히 망해야 하고 체제는 소멸되야 했다. 20대의 새파란 젊은이가 3대세습 정권의 지도자로 등장하자 가방끈깨나 길다는 전문가들은 앞다퉈 북한의 붕괴를 시간문제로 봤다. 지금은 감방에서 비루한 신세가 된 이명박근혜가 ‘통일대박’이라고 입 놀리며 흡수통합의 몽상(夢想)을 꾼 것도 그렇다.

 

전방위로 가해진 글로벌 대북 제재에서 북한의 생존은 기적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최근 수년간 연평균 3%의 경제성장을 했다. 서릿발같은 경제봉쇄가 역설적으로 북한을 자력갱생의 롤 모델로 만든 것이다. 스러져 죽는 대신 핵무력 완성과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나라가 되버린 것이다.

 

북한은 반세기 넘게 외부제재에 단련(鍛鍊)되고 극복(克服)하며 살아왔다. 만일 당장 지구가 자연재해나 격변으로 멸망하게 된다면 유일하게 생존할 나라는 북한이 될 지도 모른다.

 

'비핵화하면 경제적으로 번영한 나라로 만들어주겠다'고? 시건방진 소리다. 북한은 미국에 경제지원을 요구한 적이 없다. 대북봉쇄만 풀어도 북한은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한가지, 체제 위협을 하지말라는거다.

 

핵무력 완성은 미국을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한 필사의 방책이었다. 거기에 '비핵화'의 답이 숨겨져 있다. 4.27 판문점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도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하지 않던가.

 

미국은 리비아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면 제재를 풀고 엄청난 경제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대체 리비아가 어떻게 되었나? 카다피는 결국 반군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되고 리비아는 무장조직의 세력간 다툼속에 불안과 분열이 지속되며 국민들은 고통받고 있다.

 

초기단계의 핵프로그램을 추진하던 리비아와 수소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지만 과연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기하고 ‘머리 빠진 삼손’이 되버리면 미국은 장밋빛 약속을 지킬까. 혹여 남한처럼 미국에 예속(隷屬)된 신세를 받아들인다면 몰라도.

 

북한은 미국의 생각처럼 남한을 성공사례로 보고 선망의 대상으로 삼지 않을 것이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 폼페이오와, 와튼스쿨 출신 트럼프는 아직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전쟁으로 잿더미에서 출발한 남한이 오늘날 그나마 경제발전을 하게 된 것은 미국의 지원도, 박정희의 개발독재도 아니다. 높은 교육수준과 세계 최고라 할 국민들의 근면함으로 이룩한 응당한 번영이다.

 

오히려 독재정권을 지원하고 민주주의를 훼손시킨 미국으로 인해 남한은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이루지 못했고 지금까지 그 폐해(弊害)에 시달리고 있다.

 

오늘날 남한의 경제발전이 미국의 지원덕분이라면 지구촌 그 많은 독재정권에 경제 지원을 한 다른 사례들은 왜 그렇게 결과가 다를까.

 

지난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 도로 사정이 많이 불편하다”며 열악한 인프라를 솔직히 토로했다. 하지만 그것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엄청난 경제봉쇄 속에서 핵무력 완성을 총력 매진해 국가적 기틀을 다진 것 자체가 경이로운게 아닌가.

 

자존심과 주체성 만큼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나라가 북한이다. 미국이 진실로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시키고자 한다면 어쭙잖은 경제적 당근을 거론할게 아니라 겸허한 자세로 싱가포르 회담장에 나와야 할 것이다.

 

적어도 트럼프의 마지막 말은 사실이다. 북한도 남한도 그럴 자격이 있는 위대한 한민족이기 때문이다.

 

“나는 진실로 북한이 빛나는 잠재력을 갖고 있고, 언젠가 경제적·금융적으로 훌륭한 국가가 될 것으로 믿는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sge

 

  • |
  1. DeosiC5UwAAx4uf.jpg (File Size:65.8KB/Download:15)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중동평화 위한 최선책, 주둔미군 전원 철수뿐

    [시류청론] 이란 2인자 암살한 미국, 보복 공격 계속 당할 듯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1월 2일 이란군 총사령관 암살로 이란군이 보복 공격한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미 공군기지는 미 최첨단 MIM-104 페트리엇 방공망이 배치돼 있으며 1500여 명의 미군...

    중동평화 위한 최선책, 주둔미군 전원 철수뿐
  • 벤자민 프랭클린의 '13 미덕'

    고난을 극복한 최고의 모범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미국의 독립 선언문에 서명한 건국공신의 한명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고난의 밑 바닥으로부터 경이로운 성공을 이룩한 최고의 모범인물입니다. 그는 1706년에 17 자녀 중 15...

    벤자민 프랭클린의 '13 미덕'
  • 대학에서 인간 관계 기술을 연습하라

    [교육칼럼] 졸업 후 직장 생활에서 매우 중요 (워싱턴 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대학에서 대인 관계의 기술을 직접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물론 사회학, 심리학, 교육학 등 간접적으로 인간 관계의 기술을 배울 ...

    대학에서 인간 관계 기술을 연습하라
  • 하나님 나라는 누구의 것인가 file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팔복’이라는 것이 복음서에 나옵니다. 마태 복음서와 누가 복음서에 나오지만 마태는 ‘하늘나라’를 이야기 하고 누가는 ‘하나님 나라’를 외치며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복이 있다. 하느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라고 합니다.   그렇...

    하나님 나라는 누구의 것인가
  • [구석구석 홍콩여행] 팍 나이 해변 (Pak Nai in Yuen Long)-자연... file

      Pak Nai(중국어: 白泥)는 딥 베이(Yep Bay)를 마주한 홍콩 윈롱(Yuen Long) 지역에 있는 습지이다. 대부분이 진흙땅이 산맥에 둘러싸여 있다.   Pak Nai는 지리적으로 상부 팍라이(上白泥)와 하부 팍라이(下白泥)로 나누어져 해안선을 따라 이루어져 있다. 글자 그대...

    [구석구석 홍콩여행] 팍 나이 해변 (Pak Nai in Yuen Long)-자연습지와 굴 양식장
  • 아픔과 슬픔끼리

    아픔과 슬픔끼리 호월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내밉니다 한 아픔이 다른 아픔의 어깨에 머리를 기댑니다 슬픔과 아픔이 만나 서로 버텨 주고 있습니다. 둘 다 버려진 운명에 서로 위로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버려진 폐품도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습니다. 외진 ...

    아픔과 슬픔끼리
  • 차량공유제에 관하여 file

      Newsroh=황룡 칼럼니스트         현재 운전 가능한 나이 인구는 약 3,000만 명 정도이고, 2017기준 승용차 등록 수는 1,800만 대입니다. 대략 두 명 중 한 명은 승용차 소유자라는 얘기지요. 이 많은 차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자동차 배기가스는 미세먼지, ...

    차량공유제에 관하여
  • 최악의 날 1주년 file

    Cargill Meat Solution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오면서 두 번 중량측정소로 들어갔다. 평소에는 휴게소를 겸하며 가끔 DOT에서 나와 단속(團束)한다. 진입로에 설치된 간이 저울을 지날 때 무선으로 DOT 차량에 신호를 주는 모양이다. 경찰관은 두 번 다 ...

    최악의 날 1주년
  • 천렵질에 정신 팔린 2년 세월 file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 (29)     Newsroh=안정훈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9일부터 16일까지 핀란드, 노르웨이, 스웬덴 3개국을 국빈 방문 했다. 이에 대해 "집구석 아궁이를 있는 대로 달궈 놓고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 마냥 나 홀로 냇가에 ...

    천렵질에 정신 팔린 2년 세월
  • ‘정면 돌파’ 천명한 김정은, 이란 사령관 암살한 미국

    [시류청론] 복잡해진 국제정세... 북한, 무력 공세 펼쳐 미군철수 유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작년 말에 있었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전례없이 신년사를 대신해 “현 정세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정면...

    ‘정면 돌파’ 천명한 김정은, 이란 사령관 암살한 미국
  • 벗님께 세배 올립니다. file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벗님께 세배 올립니다.   세월의 빠름을 새삼 느낍니다. 10대에는 시속 10마일, 30대는 30마일. 50대는 50마일로 세월을 달리다 70대는 70마일로 과속 티켓을 받고 드디어 90대는 90마일 이상으로 달리다 사고로 죽게 된다는 우스개소리가...

    벗님께 세배 올립니다.
  • 경영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해야

    상대의 입장과 감정을 공유해야 발전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저는 최근에 오렌지 카운티의 한 대학에서 경영특강을 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수강 생 중의 한 분이 자기 소개를 하면서 그가 10여 년 전에 제 경영강의를 청강한...

    경영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해야
  • '부지런함'이란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

    자녀들은 부모를 보고 부지런함 배워 (워싱턴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가) = 부지런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입니다. 오래 전 한국에서 일었던 “아침형 인간”에 대한 바람과 운동을 기억하실 겁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

    '부지런함'이란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
  • 2020년은 ‘흰쥐의 해' 경자년

    다산과 풍요, 번영을 상징   ▲ 한국 우정사업본부가 2020년 '흰쥐의 해' 맞아 발행한 기념 우표.   (올랜도) 최정희 기자 =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흰쥐'의 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2020년 경자년(庚子年) ‘흰쥐의 해’를 맞아 새해의 기대감과 희망...

    2020년은 ‘흰쥐의 해' 경자년
  • 일출日出 file

    Newsroh=황룡 칼럼니스트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했던가요   2019의 어둠은 스스로의 모순(矛盾)에 갇혀 더 큰 모순을 낳고 있지만 이제 곧 제풀에 주저앉을 것입니다.   세상은 한 걸음 더 앞을 향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저항에 상처입은 사람들의 아픔에 ...

    일출日出
  • 北바로알기가 해법이다 file

      Newsroh=로창현 칼럼니스트     지난 3월 북미간 하노이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마지막 순간 영변핵시설의 완전폐기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했습니다. 북은 이미 6.12 싱가포르회담 전후로 비핵화를 위한 선행조치들을 취해 왔지만 폼페이오...

    北바로알기가 해법이다
  • 마지막 촛불 file

    마지막 촛불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대리환(待臨環)의 마지막 촛불이 켜졌습니다. 이제 가장 낮은 모습으로 세상에 오시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축제도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주일 전날 어머님이 계신 공동묘지를 찾아 수많은 무덤 사...

    마지막 촛불
  • 트럼프에 속고, 적페세력에 발목 잡히고… 슬픈 2019년

    미 언론들, ‘북한 연말연시 자세 변화’ 트럼프에 경고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은 12월 17일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장거리 미사일(ICBM) 시험 발사로 예상된다. 크리스마스 이브냐, 크리스마스냐, 신년 이후냐는 ...

    트럼프에 속고, 적페세력에 발목 잡히고… 슬픈 2019년
  • ‘불의 땅’ 뉴질랜드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에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큰 재난이  지구촌 주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12월 9일(월) 오후에 발생한 화카아리/화이트(Whakaari/White)섬 화산 폭발로 일주일이 지난 16일(월) 현재까지 공식 사망자 16명에 사망으로 추정되는 실종자가 2...

  • 미국민의 부채, 증가 일로

    신형 전투기 개발 비용이 한 몫     한국이나 미국에서 정치인들은 늘어가는 국민 부채에 별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치 마약에 중독이나 된 것처럼 국민 부채는 한번 빠지면 헤아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머니 매거진'이 보도한 바에 의하면 미국민이 지고 ...

    미국민의 부채, 증가 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