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서체와 연호표기 그리고 세븐

 

 

Newsroh=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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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2018. 4. 27’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 평화의 집에서 남긴 방명록(芳名錄)의 서체와 내용, 연호표기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김위원장의 서체는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올려쓰는 독특한 필체로 이른바 ‘백두산 서체’를 연상시킵니다. 북한엔 3대 명필체가 있다고 합니다. 김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석 주석의 ‘태양서체’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백두산서체, 김정일 위원장의 어머니(김정숙)의 ‘해발서체’가 그것입니다.

 

태양서체와 백두산서체는 오른쪽 경사각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의 경우, 지난 2월 청와대 방명록에 쓴 글씨의 줄은 똑바로 맞췄지만 중간 모음을 45도 각도로 올려 쓴 백두산서체와 유사한 형태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글씨를 오른쪽으로 치올라가는 형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전적이고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기질을 갖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그런데 방명록에서 남과 북의 맞춤법이 다른 단어를 번갈아 쓴 것처럼 보이는게 있었습니다. 바로 ‘력사(歷史)’입니다.

 

북에선 ‘ㄹ’과 ‘ㄴ’이 초성과 이중모음 앞에 나올 때 각각 ‘ㄴ’과 ‘ㅇ’으로 고쳐 쓰는 ‘두음법칙(頭音法則)’을 따르지 않습니다. 즉 내일(來日)을 ‘래일’로 여자(女子)를 ‘녀자’, 노인(老人)은 ‘로인’, 양심(良心)은 ‘량심’으로 쓰는 거죠.

 

두음법칙은 1933년 한글안 맞춤법을 계기로 탄생했습니다. ㄹ과 ㄴ이 초성일 때 발음이 쉽지 않아 두음법칙을 적용하게 됐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두음법칙의 예외인 외래어의 경우, 발음이 전혀 어렵지 않기때문입니다.

 

라디오, 러시아, 레알 마드리드, 로망, 르네상스..뭐가 어려운가요? 만약 이걸 두음법칙으로 적용했다 생각해봅시다. 나디오, 너시아, 네알 마드리드, 노망(?), 느네상스..정말 단어꼴이 우스워집니다. ^^

 

문제는 두음법칙에 예외가 너무 많다는겁니다. 가령 밥을 맛있게 먹을 때 쓰는 ‘냠냠’을 비롯해, ‘녀석’, 너의 구어체인 ‘니’, ‘니글거리다’. ‘니나노’, ‘님’, ‘니은’ 등은 두음법칙을 쓰지 않습니다. 이 단어들도 ‘ㄴ’을 ‘ㅇ’으로 바꿨다간 무슨 소린지 도무지 알 길이 없을겁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초성이 아닌 단어들도 두음법칙에서 제외되는게 많습니다. 예를 들면 ‘파렴치’, ‘수류탄’, ‘미립자’, ‘소립자’ 등의 단어들은 한 단어가 아니라 일종의 접두어가 붙는 복합어입니다. 즉 ‘파(破)-렴치(廉恥), 수(手)-류탄(榴彈), 미(微)-립자(粒子), 소(素)-립자(粒子)’이기때문에 두음법칙을 적용하면 ‘파염치’, ‘수유탄’, ‘미입자’, ‘소입자’가 되어야 한다는거죠.

 

그런데 이런 단어들을 현실 발음을 인정해 남한의 맞춤법에서 예외로 표기되며, 결과적으로 ‘파렴치, 수류탄, 미립자, 소립자’로 남북의 표기가 동일합니다. <두음법칙 ‘남과북의 맞춤법’ 참조>

 

이처럼 예외가 많은 두음법칙을 왜 써야 하는지 사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해방전만해도 남북 어디에서든 고유의 발음대로 표기하던 많은 단어들이 두음법칙으로 달라졌고 오늘날 남북의 언어가 이질적으로 변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방명록에서 김위원장은 역사라는 단어를 두 번 썼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력사’로, 두 번째는 ‘역사’로 보여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부에선 김위원장이 ‘균형감각(?)’을 보여주려고 의도적으로 혼용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정은 위원장이 방명록에 ‘력사’ 와 ‘역사’를 앞 뒤로 함께 사용했다. 균형감”이라고 설명했더군요.

 

그러나 김위원장의 글씨를 면밀히 살펴볼 때 둘 다 ‘력사’가 맞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두 번째 단어를 얼핏 볼땐 ‘역사’ 같지만 주의깊게 살펴보면 초성인 ‘ㄹ’의 앞부분이 살짝 꼬부라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ㄹ’을 흘려쓰면서 ‘ㅇ’ 비슷하게 쓴 것을 보고 남쪽 사람들이 착각했다는 것이죠.

 

진실은 김위원장만이 알겠지만 북에서 쓰지도 않는 두음법칙까지 고려해 ‘균형감’을 보인다는 것은 억측 같습니다.

 

또한가지 눈길을 끈 것은 연호 표시를 북에서 흔히 쓰는 주체연호 대신 서기연호로 썼다는 사실입니다. 주체연호는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1912년을 ‘1년’으로 기준하는 북한식 연도 표기법입니다. 북에선 1997년 이후 공식적으로 주체연호를 쓰고 서기연호를 괄호안에 표시해 왔습니다. 김 위원장이 주체연호 대신 서기연호를 쓴 것은 남측 사람들을 배려(配慮)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김위원장은 숫자 ‘7’을 서구인들이 즐겨 쓰는 방식으로 가운데 획을 그었습니다. 서구인들은 7과 1이 비슷하게 보여 구분하기 위해 7의 가운데 획을 긋곤 하는데요.

 

이에 대해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의 숫자 7이 “서구권 유학파가 쓰는 7”이라고 올렸더군요. 김위원장이 10대 시절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에서 수년간 유학했을 때 유럽인들의 표기법이 익숙해진게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해방후 남북이 분단된지 73년입니다. 내왕(래왕)은 커녕 소식조차 알지 못한채 한민족이 갈라진 세월이 이토록 많이 흘렀습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우리 민족이 서로 오가고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생경하게 느껴진 남과 북의 언어도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조정되고 통합이 되겠지만 두음법칙처럼 무원칙하고 불편한 맞춤법은 차제에 없애는게 어떨까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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